동시영화 (124.♡.238.30)
2024년 5월 15일 AM 03:43 · 수정됨(16:23)
2년 여 정도 동시를 열심히 써왔는데, 작년 말 정도부터 도통 쓰지 못했습니다.
글과 관련된 일을 하지만 동시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는데, 우연히 동시를 접하고 가끔 찾아 읽어 오다가 문득 써보게 됐었습니다.
어디선가 동심을 발견해서 그걸 하루 안에 빠르게 완성하는 과정이 기뻤고, 그래서 거의 매일 해왔었는데 어느 순간 동심이 깃든 것들이 잘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괴로운 마음도 있었지만, 이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일거라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고
썼던 동시들을 퇴고하고, 좋은 동시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다모앙이 생기고
앙님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의 단면들을 보고,
눈팅보다는 앙으로 들어가 조금씩 생각을 나눠 오면서 소소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어버이날에 제가 어머니께 선물한 작약에 대한 사진과 글을 적었고
몇몇 분들과 댓글로 작약에 대해, 부모님에 대해, 작은 순간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면서
그 안에서 다시 동심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발견해서 기뻤고, 오랜만이라 그런지 꽤 오랜 시간동안 들여다보다가 썼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앙님들, 또 따로 작약 사진과 글을 올려주신 앙님들과 함께 쓴 것 같은 마음이네요.
앞으로도 동심을 발견하는 대로
미숙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동시를 써서 앙님들과 공유해보고 싶네요.
다시 동심을 깨워주신 다모앙과 앙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작약은
종이 상자에 담겨 왔어
물에 몸 담그고 입은 꽉 다물고
형처럼 고개를 빳빳이 세우더니
반가운 엄마랑 한참 눈 마주치고 있는걸
내가 봤어
내가 봤어, 엄마가 나간 사이
다리 쭉 뻗어 대롱대롱 흔들더니
분홍신을 휙 던져서
빨간 꽃잎을 활짝 피우는걸
열 개 꽃잎이 차례로 웃으니까
엄마도 활짝 웃었어
내가 봤어, 엄마가 빨래하는 동안
초록팔 뻗어 빨래집게 챙겨서
꽃잎을 탈탈 터는걸
후두둑 빨간 물방울이 날리는걸
초록줄 위에 하얘진 이불 너는걸
엄마는 하얀 꽃잎도 예쁘다고 오래 봤어
내가 봤어, 엄마가 자는 동안
하얀 이불이 하나둘 떨어지는걸
마치 어린 형에게
지금 나에게 엄마가 그랬듯이
엄마를 함박 덮어주는걸
잠에서 깬 엄마는 꽃잎을 하나하나 주웠어
내가 봤어,
내가 만든 종이 카네이션은
아직도 빨갛게 벽에 붙어 있는데
작약은 입도 이불도 다 사라지고
마른 꽃잎만 남았는데
엄마는 카네이션 한 번 볼 때
작약은 백 번 보더라
내가 봤어
댓글 (12)
- L
lioncats
24.05.15 · 211.♡.28.88
잘쓰시네요 감상 잘했습니다 -
동동시영화
→ lioncats 작성자
24.05.15 · 124.♡.238.30
감사합니다. 편안한 휴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
매매일걷는사람
24.05.15 · 223.♡.51.75
{emo:damoang-emo-025.gif:50} -
동동시영화
→ 매일걷는사람 작성자
24.05.15 · 124.♡.238.30
{emo:damoang-emo-011.gif:50} -
바바세린
24.05.15 · 223.♡.46.67
저도 봤습니다. ^^ -
동동시영화
→ 바세린 작성자
24.05.15 · 124.♡.238.30
내가 봤어 no.7이십니다. ^^ -
모모모디
24.05.15 · 39.♡.24.79
내가봤어 에서 울컥했습니다. -
동동시영화
→ 모모디 작성자
24.05.15 · 124.♡.238.30
감사합니다.
내가 봤어 하고 조잘조잘하는 눈 밝은 아이는 어른들의 사정도 모르지 않고 다만 자기 식대로 보는 것 같습니다. -
돌돌아온칠이
24.05.15 · 211.♡.125.32
형이 먼저 간 것인지 쓸쓸하면서 몽글몽글해지네요. -
동동시영화
→ 돌아온칠이 작성자
24.05.15 · 124.♡.238.30
형이 공부하느라 집을 떠나 있는 상황부터 가족이 서로 떨어져 있는 다양한 이야기로 상상했습니다.
또는 아이는 자라고 엄마는 나이가 드는, 자연처럼 순환해 아이가 엄마가 돼 기억하는 이야기를 상상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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