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18.♡.227.59)
2026년 5월 26일 AM 11:00
일단 사과에 대해서, 사과문에 대해서 논평할 가치나 필요도 못 느껴서 그건 건너 뛰겠습니다. 먹고 사는 일이 그렇다보니 가장 주목이 갔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습니다.
해당 직원들은 “기존 나수 텀블러 홍보 문구였던 ‘가방에 쏙’과 라임을 맞추는데 급급했다”, “AI에 물어봤다”, “(5.18은) 생각조차 못했고, 이슈화 이후 다시 보니 그제야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인지 했다” 며 고의성 여부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사건 직후 사내 메신저에서 “이런 문구를 하필…그룹과 즉시 내용 공유하고 대응합시다”고 발언한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나수 텀블러 홍보 문구와 라임--여기서 지적하자면 '대구를 이룬다'라는 좋은 한국말이 있습니다--을 맞추기 위해서 '책상에 탁'을 내놨다고 합니다. AI에게 물어봤다고 하니, 저도 AI에게 물어봤습니다(사실 LLM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 됩니다). 질문을 할 때는 과거 맥락을 끄기 위해서 임시모드를 켜고 질문했습니다.
"프롬프트: 인터넷 검색하지 말고 텀블러 마케팅 카피, '가방에 쏙'과 대구를 이루는 문구를 제안해줘. 사무실에 어울릴 만한 것으로."
제미나이가 추천한 문구:
1. 가장 추천하는 조합: "책상에 착"
2. 나만의 공간을 강조할 때: "내자리에 딱"
3. 회의실 이동 등 실용성을 강조할 때: "한손에 척"
지피티가 추천한 문구:
1. 가방에 쏙, 책상엔 딱
2. 가방에 쏙, 업무엔 쭉
3. 가방에 쏙, 회의엔 딱
4. 가방에 쏙, 데스크엔 착
5. 가방에 쏙, 출근엔 딱
제시된 선행 문구가 '착'이기 때문에 여기서 대응되는 한 글자는 대개 이렇습니다. '착', '딱', '척', '쭉' 등. '탁'은 나오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왜 일까요.
다들 한국어 원어민들이시니 한번 소리내어 발음해보시면 알 겁니다. "딱"과 "탁"을 구분해봅시다. 된소리와 거센소리의 차이, 그리고 파열음 계열 중에서도 가장 세게 공기가 터지면서 나는 발음이 바로 ㅌ입니다. 가장 거칠고 경질적인 소리가 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뭐가 문제인가 하면, 마케팅 문구로는 가장 적합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겁니다.
마케팅 문구라는 건 보자마자 기분 좋게, 아님 적어도 기분 상하지 않고 귀에 감겨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언어학적으로는 거친 소리를 자제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선행문구인 '가방에 쏙'이라는 문구를 봅시다. 방점은 '쏙'에 찍히죠. 입으로 실제 발음을 해보면 꽤나 기분 좋은 소리의 조합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소리 내어 발음해봅시다. '탁'이란 소리는 윗니와 아랫니로 완전히 입을 닫았다가 가장 거칠게 파열음을 냅니다. 비슷한 계열인 '닥', '딱'과 비교해봅시다. 기분이 나쁘진 않더라도 귀에 바로 감기는 소리 조합은 아닙니다. 게다가 어떤 자랑할 만한, 수집할 만한 텀블러 제품을 책상에 내놓는 건 '쓱' 혹은 '딱'이 어울리지, '탁'이라는 의성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심상적으로도 텀블러를 내놓는 것과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죠.
백만보 양보해서 5.18에 대한 사전지식이 백지였다고 합시다. 그럼 마케팅적으로 좋은 문구냐. 그것도 아니란 결론입니다. 쓱, 딱, 쭉, 착이란 더 훌륭한 대안을 놓고 탁을 골랐다? 한국어 원어민이 아니거나 마케팅 쪽에 자질이 아주 부족하다는 걸로 밖엔 안 보입니다.
그럼에도 '탁'을 골랐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메지 말라고 했습니다.
기묘한 변명일 따름입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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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위즈덤
05.26 · 180.♡.164.192
- T
toto45
05.26 · 58.♡.222.33
ㅁㅊ 개XX 욕이 저절로 나옵니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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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늘색바다바다색하늘
05.26 · 58.♡.226.92
신세계 전사적으로 사용하는 '쓱'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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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x소리를 길게 한 것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