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을 시켰습니다.
바람직한닉네임

Lv.1 바람직한닉네임 (106.♡.86.194)

2026년 5월 26일 AM 11:43

조회 2,238 공감 0

배달 시켜줘요.

저는 뭐 먹을래 최대한 상냥하게 묻습니다.

오늘 점심은 마라떡볶이 입니다.

배달음식이 도착합니다. 현관을 열고 봉지에 싸인 음식을 식탁에 펼칩니다.

아이는 핸드폰을 보고 있습니다.

밥 먹자. 상냥하게 말하지만 핸드폰을 보던 아이는 대답이 없습니다.

한번 더. 아이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며 퉁명스럽게 답합니다. 왜요?

저의 부모는 샹냥함이 없었습니다.

사는게 팍팍해서 여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저라고 있겠습니까.

그런데 왜 저는 노동의 댓가로 얻은 돈을 쓰는 일에 상냥함까지 요구될까요.

왜 다들 제가 번 돈을 쓰면서 고마움은 증발했을까요.

먹고 남은 음식을 유리그릇에 담습니다.

잔반을 치우고 식탁을 닦습니다.

닦습니다.

닦습니다.

구도자의 수행이 이러했을까요.

네. 나이를 먹어도 너그러워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P.S.

배달 봉지 정리하다가, 나만 너무 계산적인 사람이 된 것 같고, 나만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 같고 그랬는데,

막상 여기 꺼내놓으니까, 다들 비슷한 마음 하나씩 들고 사시는걸 확인했달까요. 안심(?)입니다. 😉

댓글 (14)

  • 개구리밥

    개구리밥 Lv.1

    05.26 · 49.♡.55.45

    격하게 공감 드립니다.

    드릴 수 있다면 공감 백개는 더 드리고 싶습니다.ㅜㅜ

    그래도 아이 입으로 들어가는거 볼때는 행복하더이다...

  • 바람직한닉네임

    바람직한닉네임 Lv.1 → 개구리밥 작성자

    05.26 · 106.♡.86.194

    팍팍함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애써 쥐어짠 상냥함인데 참 어렵네요. 공감 백개 감사드립니다. 저만 이러고 사는거 아님에 용기 백배 하고 갑니다.

  • 하드리셋

    하드리셋 Lv.1

    05.26 · 223.♡.91.200

    아이가 혹시 사춘기~이지 않나 조심스래 여쭤봅니다....

    힘내십쇼...

  • 바람직한닉네임

    바람직한닉네임 Lv.1 → 하드리셋 작성자

    05.26 · 106.♡.86.194

    사춘기였으면 정상참작 해주려고 했는데, 본인은 사춘기 아니라고 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 김성철

    김성철 Lv.1

    05.26 · 211.♡.131.33

    이런건 옆에서 와이프가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먹자. 아버지가 힘들게 버신 돈이잖아." 등등 부부가 서로를 위하는 말들을 대신 아이들에게 꼬꼬마 어릴 적부터 가스라이팅? 해야 합니다. 이건게 가정교육이 아닐까 합니다.

  • 바람직한닉네임

    바람직한닉네임 Lv.1 → 김성철 작성자

    05.26 · 106.♡.86.194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키운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머리가 큰 아이는 자신을 키우면서 엄마아빠가 해 준 것들을 생각하면 본인은 자식을 낳아 기를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 지...🤣

  • 케이건

    케이건 Lv.1

    05.26 · 165.♡.228.248

    아이에게 친절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밖에 나가서 욕 안 먹으려면 예절 주입을 적당히 해주는 것도 부모의 몫 아닌가 합니다.

    예전에는 동네 형들이 오락실에서 예절 주입을 시켜줬지만 지금은 온전히 부모의 몫인 것 같습니다..

  • 바람직한닉네임

    바람직한닉네임 Lv.1 → 케이건 작성자

    05.26 · 106.♡.86.194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 세대가 어릴 때 워낙 매운맛 참교육(?)을 많이 받고 자라서요. 그 강압적인 방식을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다 보니, 오히려 예절 교육에는 느슨해지는 반동이 온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 율이네파파

    율이네파파 Lv.1

    05.26 · 211.♡.202.9

    이러니 내가 잔소리를 안할수가 없다 하니 딸이 그럼 안하면 되잖아 해서 할말을 잃었습니다. 앞으로 잔소리 안할테니까 니가 알아서 다하렴 해버렸어여

  • 바람직한닉네임

    바람직한닉네임 Lv.1 → 율이네파파 작성자

    05.26 · 106.♡.86.194

    제 아이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다니면서 잔소리를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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