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olemongole (112.♡.33.238)
2026년 5월 27일 AM 01:13

꽤 만족스러운 엔딩이네요. 어느 면에서는 사이다 결말,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어두운 현실을 지독하게 반영하기도 합니다.
8회에서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해서, 남은 2주를 어떻게 끌고가나 싶었는데 작가가 뒷심이 좋네요. 마지막 4부는 이야기가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면서, 연쇄살인범 스릴러에서 시대의 아픔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사회 고발 드라마에 가까웠습니다. <모범택시> 작가 답습니다.
1화부터 <트루 디텍티브>가 떠오를 만큼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경찰과 검사 그리고 배다른 형제(?) 라이벌 관계를 이어나가는 야심찬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80년대를 고증에 맞게 충실하게 보여주고 당시 국가 폭력에 정서와 현실도 마주해야 하는 무거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초반은 연쇄 살인에 촛점을 맞추고 후반은 (국가)폭력에 희생된 개인과 가정을 정면으로 담아냅니다.
살인범의 폭력에 풍비박산난 가정과 경찰 고문과 검사의 조작 수사에 풍비박산난 가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치 양귀자의 소설 <모순>의 모든 캐릭터가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허수아비>의 인물들 역시 자기 의지에 반해 상대의 힘과 권력에 휘둘려 허수아비 신세를 벗어나지 못 합니다. 살인범은 살인충동에 휘둘리고, 경찰은 검사에 휘둘리고, 검사는 작부가 낳은 둘째 아들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현재에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윗 세대가 저지른 과오에 휘둘려 고통받습니다. 모두들 폭력과 야만의 시대의 희생양입니다.
인트로를 보면 드라마 분위기가 보입니다. 스코어가 쓸쓸합니다. 그리고 후반 에피소드에서 박해수와 곽선영이 번갈아 부르는 노래 역시 멜로디가 구슬픕니다. 서로에게 부르는 세레나데 같습니다. 실은 박해수가 연기하는 강태수 형사는 너무 불쌍합니다. 매번 꺽이고 짓밟히고 좌절하는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본인도 자기 깜냥을 잘 아는지라 포기해야 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입니다. 대부분 동생 순영이 때문이지만요. 힘없고 빽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매번 그렇게 분하게 패배합니다. 마치 글도 모르고 다리도 불편한 임석만이 별다른 저항없이 살인죄를 뒤집어 쓰는 것처럼 말입니다.
뒤로 갈수록 칭찬하면서 본 배우는 차시영 검사를 연기한 이희준 배우입니다. 특히 후반에 보여준 노쇠한 연기는 다른 배우들과 비교될 정도로 자연스러웠네요. 그리고, 매회 억울한 박해수와 (로맨스 없는) 로맨스 파트너였던 곽선영 커플은 극중에선 제대로 표현되진 않았지만 애틋하고 찡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났네요. 순영 수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성을 떠날 때 태수가 지원이를 껴안으며 위로하는 장면을 카메라가 멀리서 잡는데 너무 아련했습니다. 극중 이야기가 태수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30년 넘게 태수가 이를 악물고 견뎌서 바로 잡아야 할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보여준 숨은 명장면입니다. 그만큼 연출과 각본이 극중 태수만큼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갔다는 느낌입니다.
1988년. 올림픽이 열렸던 해. 화려한 만큼 감추고 싶은 그늘도 많았을 겁니다. 이제는 마주할 때가 된 모양입니다. 이런 드라마들이 하나 둘씩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사장님 나빠요. 검사는 더 나빠요.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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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iogon
05.27 · 125.♡.237.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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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뇌공앙
05.27 · 125.♡.61.188
저도 잘 보았습니다.
믿을 만한 작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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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억하라3월28일
05.27 · 124.♡.47.60
혹시 착하고 정의로운 검사 나오나요?
그러면 안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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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sdaq50
→ 기억하라3월28일
05.27 · 122.♡.1.106
그런 검사 거의 없고, 착하고 정의로운 경찰도 몇 안 보입니다.
가슴 아픈 현실을 보여줘서 화가 나는 경우도 많아요.
- B
Bomnal
05.27 · 175.♡.15.151
글을 담백하게 너무 잘쓰시네요. 저도 2회차 남겨놓고 보려다 게시판 들락날락 거리다 집중안되 못보고 지금에서야 잠을 청하렵니다. 아C. 백해무익 김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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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크리스
05.27 · 59.♡.130.199
글수준이 후덜덜 하십니다. 저는 아직 이번주꺼를 안봤지만 덕분에 더 흥미진진하게 볼것 같습니다.
순영이가 왜 그 소굴로 들어갔나 했더니 아마도 아기를 위한 선택이었나 봅니다.
- 앙
앙마이웨이
05.27 · 222.♡.11.205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연출도 좋고 노래도 좋고 메시지도... 배우들 연기도 후덜덜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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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사건을 다룬 드라마라 아무래도 보면서 자꾸 실화와 비교하다보니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되었던 것 같아요.
당시의 시대상, 사건과 관련하여 망가진 사람들을 조명하는 이야기란 것이 중반 쯤 보이기 시작하면서 실제 사건과 비교는 멈추고 극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초반부는 <살인의 추억>도 연상 되고 음악이나 분위기는 <시그널>,
면담 장면은 <마인드 헌터>도 생각나더군요.
검사는 나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