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118.♡.3.182)
2024년 5월 15일 PM 03:06 · 수정됨(21:30)

바로 언듯 보기에 불교 교리에는 절대적인 신도 없고 신앙을 강조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나 보살, 아라한은 그저 깨달아서 인간을 벗어난 것이며, 누구나 불성이 있으니 부처나 보살이 될 수 있거든요.
다른 종교에서 보기 힘든 이 특이한 모습은 인도 문화 때문이죠.
인도가 정말 문화가 독특한 곳인데 이게 종교나 철학도 예외가 아니에요.
보통 종교나 종교철학에서 절대적 존재가 있으면 그 절대적 존재(보통 신)를 신앙함으로서
가깝게는 복을 받고 궁극적으로는 구원을 성취하는 게 일반적인데 인도는 좀 다릅니다.
인도에선 절대적 존재라고 해서 구원에 가까운 게 아니라 얼마나 진리를 잘 깨달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당연히 절대적 존재보다 진리와 진리를 바로 깨달은 스승을 섬김으로서
복을 얻고 궁극적으로 구원을 성취하는 게 핵심이 되죠.
떄문에 인도의 이런 문화를 모르면 인도에서 나온 종교와 철학은
죄다 괴상망측하고 앞뒤가 안 맞는 걸 넘어 헛소리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장 신을 상정하고 신을 섬긴다는 힌두교만 해도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브라만 사제가 낮잠자는 비슈누 신의 가슴팍을 일부러 걷어차 깨웁니다.
그러자 잠에서 깬 비슈누가 명색이 삼주신 중 하나인 존재면서 그 브라만 사제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그 브라만 사제에게 "오, 당신의 위대한 발로 제 가슴을 어루만져 주시다니!"하면서
브라만 사제의 발을 끌어안고 아부를 하죠..
불교의 선배격인 자이나교의 일화도 그렇습니다.
자이나교 수행자가 출가하며 자기의 머리카락을 스스로 자르니
제석천(인드라)이 하늘에서 내려와 잘라버린 머리카락을 소중히 받아
천상에 올라가 보물처럼 모십니다.
불교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죠.
모두 한참이나 우월한 존재인 신이 인간을 깍듯히 대하고 굽실거리죠?
이는 인도의 종교 문화가 경배의 대상을 따질 때 그 존재의 위격보다
그 존재가 얼마나 진리에 가까워졌는가로 따지기 떄문입니다.
불교 역시 이런 인도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종교인데다
동양철학의 특성상 종교와 철학이 미분화되어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모르는 채로 불교와 다른 인도 종교를 본 종교인들은 뇌정지가 옵니다.
자신이 아는 상식과 질서, 즉 절대자인 신을 모시는 게 아니고 인간도 신이 된다고까지 하니
이건 신앙이 아니고 철학의 일종으로밖에 안 보이는 거죠.
이런 인도의 문화는 언듯 보면 괴상하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종교나 철학보다 어찌보면
다른 의미로 평등주의적이고 인간중심적인 면이 강하다고도 할 주 있죠.
댓글 (12)
- L
loveMom
24.05.15 · 211.♡.192.135
{emo:damoang-emo-007.gif:50} -
Lluq.
24.05.15 · 118.♡.57.151
예전에 지대넓얕에선가 들은 얘긴데
철학과 출신들이 공부하다 뭔가 깨닮음이 있어 찾아보면
이미 불교에서 3000년 전에 다 생각했던 거라 좌절한다고 하더라고요. - A
Atom
24.05.15 · 106.♡.50.234
-
코코미
→ Atom 작성자
24.05.15 · 118.♡.2.176
고대 종교는 딱히 철학 과학 신학 의학 등이 분리된 게 아니고 뭉쳐 있습니다.
성경만 해도 한센병 환자를 격리하라고 율법에 적는 등 종교가 과학과 의학이 힐 법한 일을 하죠. - I
inde
24.05.15 · 210.♡.223.46
사막 유일신 신앙을 기준으로 생각하니 불교 등 동양종교나 동양철학이 이상해 보이고 비정상인 것처럼 보이는 거죠.
동양종교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서양종교도 마찬가지로 이상하고 요상하고 거짓부렁 같고 뻥치는 것 같고 희한합니다. -
희희망의별
24.05.15 · 218.♡.244.25
정성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색즉시공공즉시색 -
동동시영화
24.05.15 · 124.♡.238.30
부처님 어서 오세{emo:damoang-air-003.gif:50} -
매매직뮤직
24.05.15 · 172.♡.122.148
서양철학사에 한획을 긋는다는 철학자들을 듣다보면 불교의 한귀퉁이에 이미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
Jjayj
24.05.15 · 222.♡.174.74
종교(宗敎)는 마루, 으뜸, 높음을 뜻하는 宗 자와 가르침을 뜻하는 敎 자로 이루어진 단어로, '높은 가르침' '으뜸가는 가르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말입니다.
이 종교라는 말은 원래 싯다르타의 사상을 가리키기 위해 중국에서 만든 말이고,
이후에는 유교도 종교에 포함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religion이란 말은 일반적으로 서구권에서 기독교, 이슬람교 등 '신 숭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일본 개화기 시절 서양 문물을 한자어로 번역하던 때에
(아마도 "서양의 religion에 해당하는 것이 동양에도 있으니 미개하다고 무시하지 마셈"이라는 느낌으로)
이 religion을 종교라는 말에 덮어 번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종교라는 게 너무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힌두교와 유교와 불교와 기독교 등등 그 많은 것들을 모두 아우르는 정의라는 게 불가능해졌지요.
종교에 관해 찾아보다보면 '종교라는 건 명확하게 정의가 불가능하다' '종교에 대해 어떤 정의를 해도 반례가 등장한다'는 말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불교나 유교는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적 사상이니 종교가 아닌 철학이다'라는 식의
앞뒤가 뒤바뀐 기괴한 말까지 심심찮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 물론 싯다르타의 사상에 관세음보살, 지옥 같은 힌두교 브라만교의 미신적인 내용을 추가한 불교의 종파가 있고
공자의 사상에 더해 형이상학적인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겠다는 성리학 같은 유교의 분파가 있긴 하지만)
저도 그냥 습관적으로 '종교'라는 말로 퉁을 쳐서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엄밀하게는 신 숭배를 뜻하는 religion과 싯다르타나 공자의 사상을 가리키는 종교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게 오해의 여지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A
Atom
→ jayj
24.05.15 · 106.♡.5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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