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YNM4N (175.♡.147.253)
2026년 5월 31일 AM 11:53
탕후루는 죽었습니다. 두바이 초콜릿도 죽었고, 버터떡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골목마다 들어섰던 가게들은 간판을 내렸고, SNS를 뒤덮던 사진들은 알고리즘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한국 소비자는 열광했고, 한국 소비자는 떠났습니다.
그런데 마라탕은 살아남았습니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외래 음식이고, 똑같이 SNS를 탔고, 똑같이 줄을 세웠는데 왜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살았을까요?
흔히 탕후루는 간식이고 마라탕은 식사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탕후루는 아이템이었고, 마라탕은 장르였습니다.
탕후루 뒤에는 이어질 문화가 없었습니다. 반면 마라탕 뒤에는 중화 향신료 문화가 있었습니다. 마라샹궈가 들어오고, 훠궈가 재조명되고, 사천 요리가 한국인의 입맛에 침투했습니다. 단일 메뉴가 아니라 장르 전체가 들어온 것입니다.
두바이 초콜릿도 비슷합니다. 초콜릿 유행은 지나갔지만 피스타치오는 남았고, 카이막을 아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아이템은 죽어도 장르는 남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한국 시장의 역할입니다.
한국 시장은 유행을 너무 빨리 태운다는 비판을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단순한 단점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 외식 시장은 진입은 쉽고 경쟁은 극한이며 소비자는 냉정합니다. 그래서 유행은 순식간에 타버립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은 새로운 장르를 시험합니다.
탕후루를 태우면서는 중국식 당과자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지 시험했고, 두바이 초콜릿을 태우면서는 중동 디저트 문화의 가능성을 시험했습니다.
어쩌면 한국 소비자는 유행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장르를 심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심사를 통과한 것들은 한국식으로 변주됩니다.
짜장면은 중국 음식이 아니고, 돈카츠는 일본 음식이 아닙니다. 원형은 남아 있지만 이미 한국 음식이 됐습니다. 한국인은 외래 문화를 받아들이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합니다. 그래서 결국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시장은 어디를 보고 있을까요?
미국도 먹어봤고, 일본도 먹어봤고, 중국도 먹어봤고, 동남아도 먹어봤고, 유럽도 먹어봤습니다. 남은 거대한 미식 문명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중동이 들어오고 있고, 인도는 아직 본격적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한국 시장은 지금도 다음 장르를 고르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은 유행을 태웁니다. 그리고 태운 자리에서 살아남은 것들을 한국식으로 변주합니다.
유행이 빠른 게 아니라 학습이 빠른 것입니다.
탕후루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실패한 창업자만이 아닙니다. 중화 당과자를 한 번 경험한 소비자가 남았습니다. 두바이 초콜릿이 사라진 자리에는 피스타치오를 아는 입맛이 남았습니다.
한국 미식은 그렇게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댓글 (2)
- R
RuRuLaLa
05.31 · 118.♡.6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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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YNM4N
→ RuRuLaLa 작성자
05.31 · 175.♡.147.253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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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 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