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종국에는 승리한다는 허구
lache

Lv.1 lache (218.♡.103.95)

2026년 6월 6일 PM 08:20

조회 832 공감 0

역사를 봐도 정의가 결국 승리하리라는 것은 허구죠.

물론 불의가 결국 승리하리라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모릅니다. 어느쪽이 최종 승자가 될지.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승리하는 것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쪽이 될 거라 합니다.

미국의 현실과 이번 지선의 결과를 보면서 어설픈 낙관주의만큼 위험한 건 없다는 걸 재삼 느낍니다.



유발 하라리, '넥서스' 중 일부.

정보는 네트워크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접착제다. 하지만 사피엔스는 수만 년 동안 신, 마법에 걸리 빗자루, AI 같은 것들에 대한 허구, 환상, 집단 망상을 꾸며내고 퍼뜨리는 방법으로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해왔다. 인간 개개인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도, 대규모 네트워크는 허구와 환상에 의존하여 사회 구성원들을 묶고 질서를 유지한다.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는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두 체제는 이례적인 망상으로 결속된 이례적으로 강력한 네트워크였다. 조지 오웰이 남긴 유명한 말처럼 무지가 힘이 된 것이다.

 나치와 스탈린주의 체제는 잔혹한 환상과 뻔뻔한 거짓말에 기초했지만, 두 체제가 그 점에서 역사적 예외였던 것도, 그 때문에 붕괴할 운명이었던 것도 아니다.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 중 하나였다. 1941년 말과 1942년 초, 추축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스탈린이 전쟁의 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그와 그의 후게자들은 냉전의 최종 승자가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990년대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우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역시 일시적인 승리로 보인다. 21세기에 새로운 전체주의 정권이 히틀러와 스탈린이 실패한 곳에서 성공할 수도 있다. 즉 모든 것을 통제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후손들이 그의 거짓과 허위를 폭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망상에 기반한 네트워크는 필패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 네트워크의 승리를 막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댓글 (4)

  • 기회를찾아서 Lv.1

    06.06 · 211.♡.41.236

    권력은 항상 정보의 우위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쥐고 있으면 집단의 무지를 이용하기 쉽죠.

    본문에서 설명하는 환상, 망상 같은 것도 집단의 구성원들이 확실하게 신뢰 할 수 있는

    정보 전달이 늦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냥 망상을 쫓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 lache

    lache Lv.1 → 기회를찾아서 작성자

    06.06 · 218.♡.103.95

    정보의 지체보다는 거짓정보의 확산이 제도화되는게 훨씬 위험하죠. 정보의 채널들이 지금처럼 다변화되어 있는 시대에는 정보의 지체 현상이 사실 있기나 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보다는 거짓정보, 역정보의 확산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 기회를찾아서 Lv.1 → lache

    06.06 · 211.♡.41.236

    님 의견에 반대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뢰 있는 정보는 우리가 접근하는 속도가 느립니다.

    계엄 정보 최초로 나돌 때에도 우리쪽에서도 확인을 제대로 못 하니 음모론이라는 의견 많았죠.

    근데 공관모임을 바탕으로 한 신뢰있는 정보였고 추미애가 계엄을 지목할때도 똑같은 상황이었죠.

    그러니 거짓 정보의 확산도 신뢰 있는 정보가 먼저 들어온다면 예나 지금이나 그 파급력은 훨씬 줄어듭니다.

    또한 뭐든 장단이 있듯이 다변화 된 정보 채널들은 예전보다 물타기 하기 좋아졌다는 의미도 되겠죠.

  • 케틀벨러 Lv.1

    06.06 · 124.♡.82.52

    "'망상에 기반한 네트워크(나치, 스탈린주의)'는 필패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 네트워크의 승리를 막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 대목이 너무 인상적이네요.

    결국 지금 우리 시대가 직면한 것은 어쩌면 민주주의 VS 극우주의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관찰해본 결과 극우주의는 선동이 너무 쉽고, 극우주의가 주는 혐오의 쾌락에 빠지기도 너무 쉬운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단순하고 무식한 극우주의의 혐오가 대중들의 심리를 쉽게 파고드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단 한줄의 거짓말을 반박하기 위해서 한 페이지의 설명이 필요한 것 처럼 대중은 어렵고 난해한 것보다 쉬운 길을 선택하는 법이죠. 진실은 멀리있고 거짓말과 가짜는 너무 가까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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