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izenjane (115.♡.37.81)
2026년 6월 9일 AM 01:16
수십 년 전 일입니다.
선생님께서 동아일보에 정기적으로 사설을 쓰신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신문을 뒤적이다 우연히 선생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다른 기억은 어렴풋한데, 가슴을 한 방 맞은 듯 묵직하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은 생생합니다.
간결하고 담백하게 술술 읽히는 글이었습니다. 메시지는 정확했고, 논조는 매끄러웠으며,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버릴 것이 없었습니다. 쉼표와 마침표까지 모두가 제자리에 정확히 서 있었습니다. 참으로 정갈하면서도 힘있는 글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이렇게 감탄할 수 있다니.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정치도, 사회도,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사회초년생 이었습니다. 하여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내면이 훌륭한 사람일 수 밖에 없어. 앞으로 이 분의 글을 종종 찾아 읽어야지.
이후 선생님께서는 입각을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가끔 TV에서 뵈었죠. 정치에 관심이 없던 터라 처음에는 스치듯, 그러다 조금 더, 그리고 어느 새 선생님의 말을 경청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민주당 권리당원입니다. 꽤 오래되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아주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는데 말입니다.
지난 세월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등대같은 존재 였습니다. 잘 모를 때, 헷갈릴 때, 화가날 때, 한탄스러울 때, 늘 혜안을 보여주시고 위안을 주셨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저는 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이 사회의 올바른 지식인이자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연히 욕을 서슴치 않는 한 유튜버의 영상을 봤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남기고 싶었던 글을, 오늘은 써야겠다.
선생님께서는 성인이 된 후 저의 인생에 많은 것을 선물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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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0km
06.09 · 218.♡.127.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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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랑비
06.09 · 58.♡.137.93
글 쓰신분의 이야기를 담으신 글인데,
큰 울림이나 감동의 글은 아닌데,
이리도 술술 읽히게 적으시다니요.
종종 다른 글들도 부탁드립니다.
좋은 글이 많아지는 다모앙이 되면
좋겠습니당.
- C
citizenjane
작성자
06.09 · 115.♡.37.81
사실은 화가 아주아주아주 많이 났었는데, 최대한 눌러썼습니다. 자려고 누웠다가 영상 클릭 한 번 잘못해서 잠이 다 달아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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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통아빠
06.09 · 175.♡.51.60
범진보영역에 가장 진보를 지지하는 우리에게 늘 기득권 귀족의 언어가 아닌 우리의 언어로 이야기해주신 분은 유시민 작가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그동안 의지하고 빚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익을 위해 함부로 대하는 인간들은 우리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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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군림천하
06.09 · 114.♡.2.66
사설이 아닌 칼럼이죠.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민주진보세력에게 유작가님은 언제나 등대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