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그 후 — 언론은 검증을 버렸고, 그 빈자리를 프레임이 채웠다
삼학년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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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3일 PM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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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긴 글 싫은 분)

 

광역단체장 12 대 4로 이긴 선거를 '참패'로 규정하고, 두 달 뒤 전당대회를 노린 당권 다툼을 '이재명 vs 정청래 갈등'으로 포장한 게 지난 열흘이다.

진짜 패인(조국혁신당 합당 무산 → 지지층 사기 저하)과 진짜 구도(친청 vs 친김 당권 대리전)는 유튜브에만 있고 레거시 지면엔 없다.

8월 17일 전당대회는 당원 1인1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당심으로는 못 이기는 사람들이 책임론·언론 프레임·징계권을 총동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들어가며

 

매일 뉴스 보면서 화를 삭인다. 사실을 캐서 진위를 가려주는 보도는 드물고, 검증 안 된 양쪽 주장을 따옴표 안에 그대로 옮겨 싣는 기사가 넘친다. 기자는 책임질 일이 없다. 틀려도 "그쪽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그 비겁함의 비용은 국민이 치른다. 정치 혐오, 그리고 갈라치기로.

 

그래서 직접 정리한다. 지난 열흘, 내가 보고 읽고 의심한 것들을.

 

 

① '참패'라는 이름표는 누가, 왜 붙였나

 

12 대 4로 이긴 선거에 '실패' 도장을 찍는 순간, 희생양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희생양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정청래. 이 이름표 자체가 8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정치 행위고, 언론은 그걸 검증 없이 중계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2곳, 국민의힘 4곳. 다만 서울시장 등 최대 승부처를 내줬다. 선거 다음 날부터 책임론이 쏟아졌다. 박범계는 "패배는 아닐지언정 실패는 맞다"고 했고, 6/11 의총에선 정 대표 면전에서 사실상 사퇴 촉구가 터졌다. 한국경제는 "지방선거 최대 패자는 장동혁·정청래"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결정적인 건, 그 책임론을 중계한 파이낸셜뉴스가 스스로 답을 적어놨다는 거다. 친명계가 책임론을 거는 게 사실상 차기 당권 탈환을 위한 포석이라고.

 

기자들도 '책임론'의 동력이 선거 평가가 아니라 8월 전당대회라는 걸 안다. 알면서 헤드라인은 '참패'로 뽑는다. 같은 기사에서 최민희가 "12대4로 이긴 건데 왜 책임지냐"고 반박했는데, 그 말이 제목이 된 기사는 못 봤다. 같은 결과를 '승리 속 경고'로도, '참패'로도 쓸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쓰냐가 곧 누구 편이냐다. 언론은 선택했다.

 

 

② 아무도 안 쓴 진짜 패인 — 합당 무산

 

서울·평택을을 내준 진짜 이유는 정청래의 '전략 미스'가 아니라 단결 실패다. 그 단결을 깬 게 올해 초 조국혁신당 합당을 주저앉힌 당내 기득 세력이다. 합당 무산 → 지지층 사기 저하 → 격전지 석패, 이 인과를 정면으로 다룬 주요 언론 보도를 나는 끝내 못 찾았다.

 

정청래가 1월 22일 합당을 제안했지만, 의총에서 반대가 다수 나오며 2월 10일 무기한 연기됐다. 대구일보는 표면적 이유는 '시기상조'지만 실제로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내부 권력다툼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즉 2월에 이미 '당권 때문에 합당 깼다'는 진단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민주 지지층·진보층의 합당 찬성은 50%대 과반이었다. 합당이 깨진 채 치러진 평택을엔 조국이 직접 출마했고, 범진보 표가 갈려 둘 다 졌다. 허프포스트 헤드라인은 "'이재명픽' 정원오·하정우·김용남의 슬픈 결말"이었다.

 

퍼즐을 맞춰보자. 당원 과반이 원한 합당이 '당권 다툼' 때문에 깨졌고, 그 결과 표가 갈리고 지지층이 식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 합당을 막은 바로 그 세력이 "왜 졌냐"며 정청래한테 책임을 묻는다. 방화범이 소방수한테 화재 책임 묻는 격이다. 2월 분석을 6월 패배 평가 기사에 한 줄도 안 잇는다. 이게 우연이라고 안 믿는다. 이 연결을 말하는 건 유튜브('겸손은힘들다' 등)뿐, 지면엔 없다.

 

 

③ '명·청 갈등'은 발견된 게 아니라 만들어졌다

 

이 글에서 제일 하고 싶은 얘기다.

 

'이재명 vs 정청래 갈등' 프레임은 가짜다. 실체는 친청 vs 친김(=반청) 당권 대리전인데, 언론이 이걸 대통령 대 당대표 구도로 둔갑시켰다. 그래야 그림이 크고, 그 그림의 수혜자는 차기 당권 주자 김민석이다.

 

그리고 이건 바로 어제(6/12) 장면이다. 6/12 광주 현장 최고위에서 반청계 황명선·강득구가 정 대표 면전에서 직격했다. 강득구는 정청래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를 비틀어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고 받아쳤다. 같은 자리에서 친청계 이성윤·문정복은 김민석을 겨냥하고 1인1표제를 엄호했다. 문정복은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해외 순방 나간 시간일수록 당이 단속해야 한다며 순방 틈탄 흔들기를 비판했다. 즉 그날 충돌의 양 진영은 '이재명 vs 정청래'가 아니라 친청 vs 친김이었다.

 

6/9엔 친명 수석최고위원 이언주가 사퇴했는데, 언론도 이걸 정청래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뜻으로 해석했다. 게다가 최고위원 선거 구도도 친청(이성윤·최민희·임오경) 대 반청(김용·박성준·이건태)으로 짜이는 중이다. 송영길도 "당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진다"며, 김민석도 광주에서 "충분치 못하다"며 책임론에 가세했다. 정작 정청래는 이 대통령이 평소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와의 차이보다 크겠냐며 단결을 말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권은 짧다'를 대통령 향한 도발로 번역하던 언론이, 정작 반청계가 그걸 '당권은 짧다'로 비틀어 정청래를 친 장면은 갈등의 진짜 좌표를 보여준다. 이건 대통령과 당대표의 싸움이 아니다. 당대표 자리를 놓고 친청과 친김이 붙은 거다. 언론은 더 큰 그림이 필요했고, 그래서 '명·청 갈등'을 만들었다. 그 프레임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이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참고로 대통령이 한성숙 총리를 지명하며 "일 잘하는 실용주의 총리"를 강조한 것, 정치인 총리 후보 둘을 제치고 기업인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 이건 내 해석이다. '일에만 집중할 사람'을 굳이 강조한 메시지가, 일 말고 당권에 마음이 가 있던 누군가를 향한 우회 논평일 수 있다는. 김민석이 총리 사의를 표하자마자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 이름을 올린 건 보도된 사실이다.

 

 

④ 동지부터 쳐낸다 — 이지은의 퇴장

 

대변인 한 명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그 세력의 본질을 보여준다. 친청 성향 대변인은 말 한마디에 사퇴하고 제명까지 거론되는데, 더 센 발언을 한 사람들은 멀쩡하다. 이 비대칭이 핵심이다.

 

이지은 대변인이 한 방송에서 "이 대통령이 설마 윤석열처럼 (당대표 찍어내듯) 하시는 건가" 취지로 우려를 표하자, 다음 날 사퇴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라 친김계에서 탈당·제명 요구까지 나왔고, 당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는 답이 나왔다. 한편 검찰개혁 노선에서 정청래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두고 김민석계 이건태가 "당연한 것"이라 비꼬자, 언론조차 '조롱을 위한 조롱'으로 적었다.

 

대변인의 우려 한마디는 사퇴와 제명 사유가 되는데, 같은 기간 훨씬 거친 말을 한 사람들에겐 징계 얘기가 없다. 룰이 사람 따라 다르게 적용되면 그건 룰이 아니라 무기다. 친청 인사부터 솎아내는 그림으로 나는 읽는다.

 

 

⑤ 투표용지 50%, 그리고 법 위의 광장

 

여기가 제일 조심스럽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쓴다. 음모로 단정하지도, 그냥 넘기지도 않겠다.

 

먼저 '각본론'에 불리한 사실부터 짚는다. 본투표 용지를 선거인 50%만 인쇄한 건 송파만의 단독 행동이 아니다. 2022년 지방선거 후 "남는 용지가 부정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여론에 따라, 중앙선관위가 인쇄 비율을 60~70%에서 50%까지 낮추도록 지침을 바꾼 결과다. 수사 전문가들도 "고의 입증은 어떤 경우에나 어렵다", "행위만으론 입증 어렵고 자백·증언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사안의 무게는 이렇다. 송파구엔 투표용지가 4만2000장이나 남아 있었다. 선관위 스스로 "분배 실패, 뼈아픈 실수"라고 인정했다. 결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관위가 강제수사를 받았다. 검경 합수본이 6/11 선관위 7곳(중앙·서울시·송파·강남·서초·광진·동작)을, 6/12 서버를 압수수색했고, 노태악 전 위원장 등 10여 명을 공직선거법 위반·직무유기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국회는 국정조사에 착수했지만, 위원 배분(여당 의석수대로 vs 야당 동수)과 특검 도입을 두고 여야가 진통 중이다. 갤럽 조사(6/9~11)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57%로 7%p 급락했고, 부정 평가 1위 이유가 '부실·부정선거·선관위'였다.

 

광장에서도 일이 벌어졌다. 잠실 올림픽공원 개표소(핸드볼경기장)는 출입구가 봉쇄됐고, 시위대가 투표함 반출을 막아 개표가 사흘 지연됐다. 경찰의 소극 대응 논란이 일자, 이데일리 같은 매체도 "왜 안 막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 와중에 이재명 허위사실 유포 피의자인 '모스 탄'은 선거 현장을 활보하다 경찰 소환엔 불응했다. 그리고 대통령 순방으로 자리가 빈 그 시점에, 김민석 총리가 "선관위 고위직 다 물러나야"(6/8), "이럴 거면 선관위 해체가 낫지 않나"(6/11)라며 전면에 나섰다.

 

여기서부터는 의견이다. 50% 인쇄가 지침 탓이라 쳐도, 4만2000장을 쌓아두고 못 나눠준 것, 부족을 11시50분에 인지하고도 늑장 대응한 것, 보고 시스템이 안 돈 것은 '무능'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고 본다. 고의 입증이 어렵다는 것은 '고의가 없었다'와 다르다. 그래서 헌정사상 첫 강제수사와 국정조사는 정당하다. 다만 나는 이걸 '확정된 음모'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수사와 국조가 밝힐 일이고, 단정하는 순간 오히려 역공의 빌미가 된다. 내가 화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위기 한복판에서 김민석이 '해결사' 포지션을 선점하는 흐름, 그리고 그걸 검증 없이 받아쓰는 언론이다.

 

 

결국 1인1표다

 

지난 열흘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당원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1인1표제가 무서운 사람들이, 그 제도를 만든 당대표를 끌어내리려고 선거 평가와 언론 프레임과 징계권을 총동원하고 있다.

 

8월 17일 전당대회는 대의원·권리당원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1인1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선거다. 송영길·이건태가 이 제도에 시비를 걸자 정청래는 "낙하산 공천의 시대를 마감한 노무현의 정치개혁이 1인1표 당원주권으로 이어졌다"고 받아쳤다. 권리당원 조사에서 정청래는 경쟁자들을 큰 차로 앞선다. 기득 세력이 '명심'과 일반 여론조사와 책임론으로 판을 흔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다. 당심으로는 못 이기니까.

 

그래서 결론은 거창하지 않다. 할 수 있는 것만 적는다.

 

1) 권리당원 자격을 지키고, 8월 17일에 투표하라. 단결을 깨고 동지를 쳐내고 개혁을 늦춘 정치를 심판하는 가장 합법적이고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1인1표다. 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걸 하면 된다.

 

2) 기사 읽을 때 딱 하나만 물어라. "이 프레임으로 누가 이득을 보는가." 그 질문 하나가 따옴표 저널리즘의 절반을 무력화한다.

 

3)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쓰고, 나눠라. 언론이 검증을 포기한 시대에, 검증하는 시민이 많아지는 것 말고 검증하는 언론을 만들 방법을 나는 모르겠다.

 

정권은 짧을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을 짧게 만드는 건 '정권은 짧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결을 깨는 사람들이다.

댓글 (2)

  • 솔고래

    솔고래 Lv.1

    06.13 · 175.♡.0.55

    소곤소곤) 긴글보다 경어체요

  • 키다리아찌

    키다리아찌 Lv.1

    06.13 · 116.♡.243.152

    와! 엄청난 통찰이십니다. 잘 정리하는 것도 통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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