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175.♡.221.232)
2026년 6월 15일 PM 02:01
매일 가는 길, 운전대를 잡으면 어김없이 마주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긴 줄이 서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뒤따르는 차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끼어드는 행태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도로는 더 막혀버립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 또한 줄을 서지 않고 끼어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결국 오늘도 20분씩 줄을 서서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보며 문재인의 개혁을 바랐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을 보며 이재명의 단호한 칼을 바랐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앞의 경우는 코로나로 인한 물가 상승과 집값 상승 속에서 민생을 살피느라 그랬다며 스스로 위안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저 또 다른 기득권의 밥줄 지키기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2030과 4050의 대립, 집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대립, 남자와 여자의 대립, 좌와 우의 대립. 갈등만 늘어갈 뿐 정의는 보이지 않습니다. 합당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죄를 지은 자는 그 죄값을 치르고, 노력한 자는 그에 맞는 결과를 얻는 세상이 이토록 힘든 이상인지 몰랐습니다.
우리는 다수의 정의가 불의를 이기는 그날까지 노력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역사를 공부해 봐도 그런 세상은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정의가 불의를 이긴 자리에는, 어느새 또 다른 얼굴을 한 불의가 새로운 정의의 이름을 달고 앉아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묻고 싶습니다. 끝내 오지 않을 세상을 향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우리가 어리석은 것입니까, 아니면 그 줄을 비웃으며 앞질러 간 자들이 영리한 것입니까. 철면피로 새치기하며 개인의 이익을 쫓는 삶이야말로 가장 똑똑하고 합당한 방향이라면, 정직하게 줄을 선 사람들의 20분은 대체 무엇을 위한 시간이었습니까.
그럼에도 저는 오늘도 줄을 섭니다.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신념이 아니라, 이제 와 끼어드는 법조차 잊어버린 자의 가장 값싼 미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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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다리기조
06.15 · 211.♡.3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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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무요
06.15 · 104.♡.68.24
그들과 다르게 가는 길을 선택했기에 매번 자기검열을 통해 힘들게 되는 거 같습니다. 다른당처럼 결이 안맞으면 그냥 징계 탈당시키면 속 시원할텐데, 절차를 거치고 제대로해도 답답하다는 질타를 해대는 당원(시민)들도 많은게.. 힘든길인건 맞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으니 오늘도 꾸역꾸역 가봐야죠
- 꺼
꺼삐딴죠우
06.15 · 211.♡.205.5
깊이 동감합니다.
그럼에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고, 한 번 더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우리 이후의 세대가 같은 실망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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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크메시아
06.15 · 211.♡.138.253
말씀하신 것들에 동의 합니다.
개혁은 깨어있는 소수가 다수의 룰을 바꿔야 할 수도 있기에 그 과정이 오래걸리고 험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수한 진통과 고뇌속에 탄생한 합의는 정말 오래도록 변치 않습니다.
우리가 갈 길이 어차피 가시밭길이라면 가시덤불을 자르건 가시덤불 위에 누워 동료를 돕건 하는 이들에게 힘을 줘야 합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는 이들은 우리의 동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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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을이
06.15 · 218.♡.171.44
유시민 작가가 대화의 희열에서 했던
말들이 떠올라서 찾아봤습니다.
굳이 용어를 쓰자면 "이기적 이타심"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 모진 세월동안
불편함과 고난을 자진해서 겪어낸 것이라고 하죠.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내가 하는 이 사소한 행위로
당장 무언가가 바뀔꺼란 기대는 단 1도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집에 가서.. 직장에 가서... 잠자리에 누워서
괜히 생각나고.. 후회되고... 찌뿌둥함을 느끼기 마련이니까요.
부끄러운 줄 아는 것이 개혁의 시발점인데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들이 기득권에 너무 많고
그런 사람들이 키워낸 부끄러운 줄 모르는 세대가 늘어나는 게
앞으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걱정이 많이 되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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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게 만드는 멋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