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가일서가(佳日書架) 탐방..
게으른고양이

Lv.1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2026년 6월 16일 PM 04:53

조회 1,014 공감 0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 지역의 반가들은 대게 ㅁ자형 한옥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문채와 사랑채 안채가 연결된 지붕아래 중정을 공유하는 구조인데..

한옥 구조 중에서도 도회적이라고 해야할까? 콤팩트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죠..

많은 책들에서는 경북북부의 추위를 피하기 위한 가옥구조라는 해석이 일반적인 듯 한데

저 스스로는 경북북부 지역에 소위 양반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서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양반들이 많다보니 프라이버시도 지켜야 되고, 가뜩이나 평지도 적은데 택지로 많은 땅을 쓰기도 그렇고..

그려면서도 좁은 공간 안에서 양반으로서의 품위를 만들어야 하고..

여튼.. ㅁ자 한옥의 가장 큰 특성은 밖에서 보면 닫혀있는 구조라 속 모습을 알기가 어렵다는 거죠..

문화재로 지정된 가옥들은 일부 개방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정 문화재이면서도 여전히 거주하는 분들이 계시는 경우가 많아서

속 모습을 체험하는 건 관계자나 집안 사람이 아닌 이상 쉽지 않습니다..

뭔가 안동이라는 동네의 정체성과도 잘 어울려요..

신학문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고, 독립운동에 앞장서는 젠틀하면서도 스마트한 선비의 모습과

한없이 보수적인 안동 답답이(혹은 갑갑이)라는 양면적인 모습..

가일서가(佳日書架)는 그런 ㅁ자 한옥에 독립서점을 차린 독특한 곳입니다...

안동 출장길에 다른 지역에서 출발한 일행과 합류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비었길래

지도를 보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책방이 있길래 찾아가게 되었는데

이 길이 맞는 걸까? 아무리 독립책방이라지만 이런 위치가 맞나 하는 의심과 함께

차 한대 통과하기도 빠듯한 좁은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면 마을에서도 가장 안쪽에 작은 공터와 함께 건물 전면이 보입니다..

ㅁ자 한옥인지조차 모르고 찾았던 지라 보는 순간 감탄부터 나왔습니다다..

<입구 모습.. 감탄이 나올 만 하죠?>

서점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서가는 문간 옆 곳간? 창고였을 것으로 보이는 공간에 있습니다.

독립서점임을 고려하더라도 책 종류가 많지는 않아요..

책 선정에 뚜렸한 방향성이 있다기 보다 주인분 좋아하시는 책 위주로 고르신 것 같고..

운영은 책 판매보다 자체 프로그램과 숙박을 함께 운영하시는 걸로 충당하시는 듯 합니다...

온 김에 어떤 책을 살까 하다가 서점에서 직접 출간하는 듯한 정기인지는 모를 간행물과 단행본 한 권이 있길래..

단행본으로 한 권 샀습니다... '나는 안동에 삽니다(安東居記 vol.1)'란 책..

'누군가에게 안동은 살아내기 위한 선택이었고, 누군가에게 안동은 벗어나지 못한 굴레였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뒷표지의 글귀만 봐도..

같은 지방 사람인.. 또 경상도에서 나름 비슷한 위상이 있는 지역인 경주 사람의 정체성을 가진 제게는 확 와닿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읽어보니 역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책이었어요..

<대청에서 내려보는 서가의 모습.. 서점영역 윗 공간에는 정말 시렁같은 공간에 책이 놓여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서점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간..>

책을 사면 대청 마루에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혜택이 있지만, 일행 기다리다 잠깐 들른터라

그런 호사까진 누리진 못했습니다..

책을 사야 커피 한 잔 할 수 있다는 건.. 이 매력적인 공간을 놓고 사진을 위해 찾아오는 인스타 감성을 가진 분들

회피대책으로 보입니다..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하는 선택이라 응원해드리고 싶어요..

커피는 마시지 않았지만.. 대청에 올라 집을 내려다 볼 기회는 있었습니다..

같은 ㅁ자 평면 아래서도 확 달라지는 바닥높이 차이와 그에 따른 시선 차이가 재미있어요..

역시 양반님네 할 만 하네.. 소리가 절로 나오죠..ㅎㅎ

그러면서도 기둥이며.. 들보며.. 서까래며.. 문틀, 창틀이며..

이런 가구(架構)에서 보여주는 선과 면들은 얼마나 정갈하게 아름다운지..

매력적인 ㅁ자 한옥의 속내를 경험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올려다 본 대청..옆에 목재 부재들이 보여주는 상승감, 자연스럽게 위계가 드러나는게 멋집니다..>

<대청에서 내려다보이는 모습.. 둥근 지붕선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예뻐요... 이래서 천원지방(天元地方)인가 싶기도 하고..>

​그곳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다음에 또 출장길 틈날 때 들르고 싶은 곳입니다..

P.S 돌아와서 사진을 보다 보니.. 가일서가라는 이름에 들어가는 한자가

당연히 책파는 집이라고 해서 서가(書家)인 줄 알았더니 책장이라는 의미의 서가(書架)였네요..

서가(書家)는 서예가를 일컫는 말이라고..

댓글 (2)

  • 고네이

    고네이 Lv.1

    06.16 · 106.♡.130.240

    풍천과 도청신도시는 자주 가는데 저런 서점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자전거타고 한번 들러봐야겠네요.^^

  • 게으른고양이

    게으른고양이 Lv.1 → 고네이 작성자

    06.16 · 203.♡.235.186

    네 주변 마을도 예쁘고 고택들도 많아서 충분히 돌아보실만 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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