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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8일 PM 01:46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최장집
이 책은 2002년 8월 진행되었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특강의 산물입니다. 즉 저술 시기가 김대중 정부 말기,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이었죠. 당시 이 저서는 상당히 인기를 얻어 높은 판매 부수를 올렸고 한동안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널리 유행되었죠. 저자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50년만의 정권교체로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왜 한국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저자는 그 원인을 냉전의 영향으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가지게 된 보수적 기원에 둡니다. 즉 민주주의가 강력한 반공주의의 영향을 받게 됨으로써 민주주의 정치 과정에서 노동이 배제되었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의 기본 모순은 노동과 자본의 대립이므로 정치가 바로 이 노동과 자본의 대립을 정확히 반영하고 그것을 통해 모순을 해결해나가야 되는데 노동이 배제됨으로써 모순이 정치를 통해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엘리트의 이익을 위한 가공의 모순(예를 들어 지역대립)만 증폭되었다는 것이죠. 저자는 아직 노동세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이런 모순에 대한 해결책으로 급진적 공화주의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통제를 제시합니다.
이 책의 한계
저자는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최선의 제도를 정당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정당이 어떻게 공공선을 이룰 것이냐 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당 외부에 있는 자발적인 시민 개인이 정당에 미치는 역동성에 대해서는 소홀한 측면이 있습니다. 저자는 2차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구축된 정당체제 - 의회주의 틀 안에서 온건좌파와 온건우파가 경쟁하는 체제를 이상적인 체제로 상정하고 한국의 정당체제가 그렇게 진화하기를 바라는 듯 합니다. 그러나 정당은 고정적인 제도나 조직 이전에 사회 세력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정치적인 현상 그 자쳬죠. 저자의 관점으로는 현재 서유럽에서 기존 좌우파 정당이 약화되고 극우 정당이 대두한 현상을 설명하가 어렵죠. 또한 이 책이 출판되고 불과 몇 달 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한국 시민사회의 역동성 - 노무현 정부의 출현과 새로운 매체를 통해 정당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시민의 출현 - 역시 설명해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정당문제에 관해서 최고의 권워자이면서도 (2026년 현재 최고 문제로 대두된) 당원주권을 비롯한 정당 내부의 역동성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소홀합니다. 물론 이 책이 25년전에 출판되었다는 시대적 한계도 감안해야죠.
이 책의 장점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한 번은 정독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노무현 정부 출범 이전 1945-2000년까지 한국의 정치사를 정당체제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줍니다. 둘째는 전공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인데요 서양의 정치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고전을 한국사회를 분석하는데 어떻게 이용할 수있는가에 대한 좋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저자는 립셋, 샤츠슈나이더, 사르토리같은 정당에 관한 이론들과 로크, 메디슨, 토크빌의 자유주의, 마키아벨리부터 시작되는 공화주의 이론들을 폭넓게 섭렵하고 이를 당시까지의 한국정치와 사회를 분석하는데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참고서적도 찾아 읽어본다면 더욱 도움이 되겠죠.
시대적 한계를 감안하고 비판적으로 읽는다면 아직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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