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하나 소개합니다.^^

Lv.1 우물안개구리 (121.♡.197.60)

2026년 6월 23일 PM 05:30

조회 558 공감 0

예전에 사촌집에 놀러갔다가 책 전부를 읽은건 아닌데 부분부분 펼처 읽다가 잠깐 읽었는데도 그게 너무 강렬해

계속 기억하고 있는 글입니다.

피천득 수필집 [인연] 중 - 「너무 많다」

내 책상 위에는 결혼 청첩장, 환갑 초대장, 그리고 불안해 하면서도 아직 답장 못한 편지들이 있다.

나는 힘에 겹게 친교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칵테일 파티에서 안면이 좀 있는 사람이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나에게 소개한다. "미스....." 하고 머뭇거리면, 그 여자는 눈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서 "김 이에요" 하고 웃는다. 그리고 그 여자는 나하고 조금 이야기하다가 다른 사람을 알은체 하러 가 버린다.

나는 뉴욕미술관에서 수백이 넘는 그림을 하루에 본 일이 있다. 그런데 지금 회상할 수 있는 그림은 하나도 없다. 그중에 몇 폭만을 오래오래 감상하였더라면 그것들을 내 기억 속에 귀한 재산으로 남았을 것을..... 애석한 일이다.

이 세상에는 책이 너무 많다.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전문 분야의 책만해도 바로 억압을 느낄 지경이요, 참고 문헌만 보아도 곧 숨이 막힐 것 같다. 수많은 명저, 거기다가 다달이 쏟아져 나오는 시시한 책들, 그리고 잡지와 신문이 홍수같이 밀려온다. 책들의 이름과 저자를 많이 아는 것만을 뽐내는 사람도 있다. 이대로 내려가면 고전에 파묻힐 것이다. 영문 학사를 강의하다가 내가 읽지 못한 책들을 읽은 듯이 이야기 할 때는 무슨 죄를 짓는 것 같다. 그리고 읽어야 될 책을 못 읽어, 늘 빚에 쪼들리는 사람과 같다.

사서삼경이나 읽고 두시언해나 들여다 보며, 학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시대가 그립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이브를 만드셨다. 그러나 두 사람의 후손이 30억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들 하나하나를 돌봐 주실 수 없게 되었다. 하나하나를 끔찍이 생각하고 거두어 주시기에는 우리의 수가 너무 많다.

댓글 (2)

  • 다크메시아

    다크메시아 Lv.1

    06.23 · 211.♡.138.253

    이제 두 사람의 후손이 70억입니다(?)

  • Silvercreek

    Silvercreek Lv.1

    06.23 · 211.♡.227.140

    그래서 하느님도 손 놓으신지 오래 되었나 봅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