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175.♡.156.146)
2026년 6월 24일 PM 02:23
한국기자협회 사이트에 아래와 같은 공지가 올라왔었네요.
교육목표 : 디지털 시대의 양성평등 보도 쟁점과 과제
교육내용 : 인공지능 젠더 편향, 쟁점과 과제
아.. 왠지 강의를 듣지 않아도 이미 어느 정도 알 것 같고,
막 그림이 그려집니다.
강의란 게 원래 그렇잖아요.
점점 보다 보면 눈을 부릅뜨다가 점점 힘이 풀리는..
그래서, 혹시 AI한테 맡겨보면
어떻게 강의 대본을 써줄까 하고 시켜봤습니다.
결과물을 봤는데, 오.. 상당히 준수합니다.
그런데, 준수하기만 합니다.
이거.. 그대로 읽으면 역시 눈이 점점 감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흥미진진하게 써달라고 해봤습니다.
음..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흥미를 끌어올리는 정도로는 쓸만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와 아무 상관도 없는 강의 입니다.
인공지능 젠더편향, 쟁점과 과제
(무대 입장)
안녕하십니까.
오늘 강의를 맡은 OOO입니다.
먼저 죄송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점심시간 두 시간을 빼앗았습니다.
(잠시 침묵)
표정을 보니까
"아니, 이미 알고 있었는데 왜 다시 확인시켜 주지?"
라는 표정이 보입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오늘 두 시간을 써야 합니다.
우리 모두 피해자입니다.
오늘 강의 제목은
"인공지능 젠더편향, 쟁점과 과제"
입니다.
제목을 처음 받은 순간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거 중요하다."
두 번째.
"이거 어떻게 해야 안 졸리지?"
여러분 솔직해집시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와! 오늘 AI 젠더편향 강의 듣는다!"
라고 설렌 분 계십니까?
없죠?
괜찮습니다.
저도 아니었습니다.
보통 사람은
놀이공원 간다고 설레고
여행 간다고 설렙니다.
AI 젠더편향 강의는...
음...
국세청 설명회 정도의 설렘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목표는 딱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AI 젠더편향이 이렇게 무서운 거였어?"
하면서 나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생각보다 웃겼는데?"
까지 얻어내겠습니다.
먼저 손 들어보십시오.
여기 계신 분들 중
AI 사용 안 하는 분?
...
없죠?
이제 AI 안 쓰는 기자는
내비게이션 안 쓰는 택시기사 같은 존재입니다.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걱정합니다.
"무슨 사연이 있으신가..."
요즘 기자들의 하루를 AI가 얼마나 점령했는지 아십니까?
아침에 출근.
AI야, 오늘 뉴스 정리해줘.
회의.
AI야, 제목 추천해줘.
기사 작성.
AI야, 초안 써줘.
퇴근길.
AI야, 오늘 내가 한 일 요약해줘.
집에 도착.
AI야,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하지?
곧 있으면
AI야, 내가 왜 결혼을 못 했을까?
까지 물어볼 겁니다.
문제는 AI가 대답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답이 생각보다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AI가 무서운 이유는
모르는 것도 대답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진짜 무섭습니다.
인간은 보통 모르면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AI는?
모르면 더 자신감 있게 말합니다.
제가 실제로 AI에게 물어봤습니다.
"한국 최초로 달에 간 기자는 누구입니까?"
AI가 대답했습니다.
"네,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전부 창작이었습니다.
이름도 창작.
경력도 창작.
상도 창작.
달도 안 갔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AI는 가끔 지식인이 아니라
즉흥 소설가입니다.
생각해보면 인간 사회에도 이런 분들 계십니다.
뭐든 압니다.
전부 압니다.
항상 압니다.
"내가 잘 아는데."
"내가 들었는데."
"확실한데."
그리고 며칠 뒤
"그게 아니었네?"
AI는 그걸 초당 수천 번 합니다.
그런데 오늘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AI가 왜 이상한 소리를 할까요?
AI가 나빠서?
아닙니다.
AI는 사실 굉장히 착합니다.
너무 착해서 문제입니다.
배운 걸 그대로 믿습니다.
인간:
"이게 세상이야."
AI:
"네!"
인간:
"남자는 이래."
AI:
"네!"
인간:
"여자는 이래."
AI:
"네!"
인간:
"사실 그건 편견이야."
AI:
"...예?"
AI 입장에서는 억울합니다.
"아니 시키신 대로 배웠는데요?"
여러분.
AI는 인터넷이 키운 아이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인터넷이 담임선생님입니다.
SNS가 교과서입니다.
댓글창이 참고서입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이 생활기록부입니다.
그 아이가 지금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상도 만듭니다.
여기서 갑자기 오늘 강의가 무서워집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아이의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AI를 만든 것도 인간.
데이터를 넣은 것도 인간.
기사를 쓴 것도 인간.
편견을 만든 것도 인간.
그런데 결과가 이상하면
우리는 말합니다.
"AI가 문제야."
AI:
"잠깐만요."
"제가 시작한 건 아닌데요."
(잠시 침묵)
사실 AI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인간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오늘 강의도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는 AI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인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인간이 AI보다 훨씬 더 웃긴 존재입니다.
자.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AI가 어떻게 편견을 배우고,
왜 언론이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왜 앞으로 기자들이
AI보다 더 똑똑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는 프롤로그였습니다.
진짜 웃긴 건 이제 시작입니다.
흐흐, 어떠신가요?
//한국기자협회 - [런치클래스]디지털 시대의 성평등 보도 쟁점과 과제 1
https://www.journalist.or.kr/mybbs/bbs.html?mode=view&bbs_code=bbs_20&cate=&page=&search=&keyword=&type=&bbs_no=38128
뻘글입니다.
끝.
댓글 (1)
-
야야생곰
06.24 · 220.♡.18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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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왜 강의를 하시다 마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