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아재 (118.♡.216.48)
2024년 5월 18일 AM 12:48 · 수정됨(00:58)
지난해 3월에 썼던 글입니다. 어딘가 기고를 했었는데 글 수준이 떨어져서 인지 실리지는 않았습니다.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토록 열광했던 제가 뉴진스 노래를 이제 더 이상 듣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좋게 봤던 사람이 이렇게 실망을 주는구나 싶어서 슬픕니다. 다른 사람 탓이라고 하기에는 성공에 취해 너무 망가진 듯합니다.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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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대를 아우르는 뉴진스 인기의 비결
세대차이와 성별차이를 극복한 철저한 기회력과 덕질의 소산
얼마 전 걸그룹SES(에스이에스, 1998년 데뷔)출신인 유진이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뉴진스(NewJeans)의 하입보이 춤을 춘 영상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42살 먹은 애 엄마 그리고 이제는 유명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나온 여배우로 더 잘 알려진 그녀의 춤동작은 뉴진스 멤버들이 추는 춤 이상으로 멋지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유진의 전매특허인 살며시 웃으며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추는 춤은 SES전성기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뉴진스의 노래와 안무는 딱 유진에게 맞은 옷 같았다.
영상을 보며 들었던 생각. 뉴진스는 혹시 SES에 대한 오마주 아니야? 레트로SES. 성적인 느낌, 롤리타 콤플렉스를 투영하지 않은 점도 비슷하다. 민지는 유진을, 고양이상인 혜린은 슈를 상징하는 거고. 인터넷 댓글을 보면 그러잖아도 이런 지적이 많이 나온다. 민지가 올리비아 핫세를 닮았다고 많이 입에 오르내리지만,그 말을 제일 처음 들었던 사람이 바로 유진이었다. 실제 뉴진스는 데뷔 전 SES노래로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니가 어떤 방송에서 했던 얘기다.
그뿐만 아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전부터 일본 문화를 접했던 우리나라 70년대생들이나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뉴진스를 보며 일본 걸그룹SPEED(스피드, 1996년 데뷔)를 떠올린다. 뉴진스의 데뷔곡 어텐션(Attention)의 뮤직비디오는 SPEED의 데뷔 뮤직 비디오 바디앤소울(Body & Soul)을 연상시킨다는 것. 해외와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의 촬영, 거의 화장 하지 않은 얼굴과 긴 생머리,그리고 운동복 차림. 어떤 일본 사람은 일본에서 먼저 이런 유형의 걸그룹을 다시 만들어야 했는데 한국에 선수를 뺏겼다고 적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뉴진스는 Speed에 대한 오마주인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뉴진스 데뷔곡 Attention에게서 팝 역사상 전대미문의 성공을 거둔TLC(티엘시, 1991년 데뷔)를 떠올린다. 어리고 풋풋한 모습도 모습이지만 결정적으로 소울음악에 힙합을 더한 음악 장르인 뉴잭스윙,여성 버전인 뉴질스윙의 최전성기를 열었다 마감한 TLC의 영향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뉴질스윙의 대표주자가 바로TLC였으며 TLC는 이후 등장한 걸그룹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앞서 언급한SPEED도, SES의 데뷔곡 아임 유어 걸(I’m your girl)도 모두 뉴질스윙이었다. Attention은 음악장르로는 정확하게 뉴질스윙에 해당한다고 음악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한국에서 일세를 풍미한 걸그룹들의 데뷔곡과 뉴진스의 데뷔곡이 모두 공교롭게 뉴질스윙이다. 뉴진스는 데뷔 전 멤버들이 TLC의Hat 2 da back에 맞취 추는 춤을 올리기도 했고, Creep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안무를 OMG에서 재연하기도 했다. 그들의 영향력을 감추지 않고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케이팝에 익숙한10, 20, 30대는 그렇다 쳐도 지금까지KPOP에 냉소적이었던 40, 50대까지 뉴진스에 열광하는 데는 이런 젊은 시절의 추억, 음악적 감성이 큰 몫을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 요즈음 유행하는 레트로(복고)열풍은 일반적으로30년 전 유행을 대상으로 한다고 한다. 10, 20년 유행은 너무 유행이 식은 지 얼마 안 됐고 40~50년은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다.지금이 90년대 걸그룹을 다시 소환하기 딱 적당한 시기인 셈이다. 뉴진스는30년 전 TLC, SPEED, SES를 다시 소환했다. 아울러 걸크러쉬와 빠른 박자의 믹스팝 일변도 KPOP을 따라가지 못하던 세대에게 다소 느린 박자와 비트가 실려 소위 그루브가 살아있는 음악은 나이에 걸맞는 음악적 감흥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유튜브 채널 무비건조에서 김도훈 기자와 배순탁 음악평론가가 지적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저런 세계관 없이 노래 자체가 좋고, 노래가 꽉 차 있지 않고 기분 좋은 헐렁함이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나이에 걸맞지 않게 덕질을 하는 40, 50대가 엄청나게 늘었다.
그렇다고 뉴진스가 이들 선배 걸그룹을 베낀 모방품이라는 얘기는 아니다.그들을 오마주하되 뉴진스는 뉴진스일 뿐이다.당장 뉴질스윙인 Attention조차도 리듬은 따라가되 현대적인 흐름을 반영했다. 아울러 하입보이, Ditto, OMG에서 보인 뛰어난 음악성으로 그들 못지않은 음악적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10대, 20대에게도 어필하는 것이다. 걸크러쉬 KPOP의 완성태라는 블랙핑크 이후 자기 복제적으로 생산되는 KPOP에 싫증이 난 10, 20대에게 접해보지 못한 뉴질스윙은 새로운 장르이고, 생머리에 순수한 모습도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식상함이란 KPOP의 위기 그 자체다. 뉴진스 기획자인 민희진 대표는 어느 인터뷰에서KPOP의 위기를 정확히 지적한 바 있다.
뉴진스는 기존KPOP의 한계를 또 하나 극복하기도 했는데 바로 성별 차이이다.세계시장을 겨냥한 KPOP은 심지어 걸그룹조차도 주소비층을 여성으로 겨냥하고 기획되어왔다. 걸크러쉬는 여성 대상 콘텐츠의 상징이다. 락과 팝이 주도권을 상실하고 힙합이라는 남성 중심의 장르로 획일화된 음악시장(테일러 스위프트는 제외^^)에서 여성과 성소수자는 좋아할 장르가 부족했다. 그 틈새시장, 하위시장을 노리고 접근해 성공한 게 바로KPOP이다. 그리고 이제 KPOP은 하위장르가 아니라 주요 장르가 되었다. 그러나 여성과 성소수자로 성적 한계가 주어진 소비층으로는 KPOP의 규모를 확대할 수 없다. 더욱이 자기복제를 거듭하면 그나마 있던 시장도 붕괴한다. 뉴진스는 걸크러쉬 대신 소녀 이미지를 부활시키며 남성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30년 전 걸그룹들이 그러했듯이.생각해보면 이게 소름이 끼치는 부분이다.
더욱이 코로나,경기침체로 지친 청춘들,기성세대 모두에게는 위안이 되는 음악이 필요했는데 그때 등장한 게 바로 뉴진스이다. IMF금융위기로 지치고 불안하던 청춘을 달래주었던 SES가 그러했듯이 뉴진스가 우리나라 전 세대를,전세계인을 어루만져서 달래주는 모양새다. 일본 걸그룹SPEED 역시 일본 경제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을 위로하는 음악그룹이었다. 뉴진스가 온라인 음악차트가 생긴 이래 최장기 14주 연속1위, 2위, 3위 줄세우기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이렇듯 전 세대에 걸친 엄청난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인 멤버가 없는 데도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특별히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는데도 미국 빌보드 핫100차트에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시장을 확대할까 고민하면서 세대 차이와 성별 차이를 극복하겠다는 계산을 했다는 데서 기획자인 민희진이라는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점차 시간을 두고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데뷔하기 2년 전부터 이런 계산을 하고 준비해왔다는 게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민 대표는 결국 뉴진스가 미국과 일본,한국의 가장 유명했던 소녀 걸그룹의 적장자이자 자기복제적 KPOP의 종결자임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KPOP이라는 고립적인 장르가 아니라 세계적인 알앤비(R&B)흐름 속에서 뉴진스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음악그룹이라는 걸 알리며 한국팝음악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줬다.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New + Jeans라는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평론가 누군가는 순수함도 철저히 계신해서 기획하는 자본의 힘으로 민희진 대표를 평하기도 했지만,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자신의 10대 이후 지속적으로 들어왔던 음악들을 소환하고 이를 새롭게 재해석하며 대중음악시장을 공략하는 건 자본의 힘이기도 하지만 어떤 덕후의 성공적인 덕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멋있지 않나. 흐름을 뒤집으면서도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을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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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기양
24.05.18 · 125.♡.20.182
전 여전히 듣고 새 앨범도 주문했지요 - 다
다시머리에꽃을
24.05.18 · 124.♡.159.183
스피드와 유사하다는 것은 공감이 안가고.. 그간 kpop이 우리나라 대중들과 멀어진건 세계화를 진행하면서 국내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음악들을 선보이면서 부터였죠
소녀시대 이후 모든 세대 대중들에게 어필한 걸그룹 계보가 끊겼는데..
뉴진스가 그럴 가능성이 가장 컸다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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