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lightened (118.♡.144.30)
2024년 5월 20일 AM 09:52 · 수정됨(10:35)
“배점높은 주관식 한 문제가 니 내신 등급을 가른다.
그 등급은 장차 니가 사회에서 차지하게 될 등급이 될 수도 있다.
니가 가게 될 대학,
니가 가지게 될 직업,
니가 소개팅에서 만날 여자의 외모까지도,
학교 시험 주관식 문제 하나에 달려 있을 수 있단 말이지.
억울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여전히 이 사회에 계급을 뒤엎을 방법이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아.”
어제 어떤 드라마에 나온 대사입니다.
2024년 ChatGPT 4o의 시대에 여전히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90년대 초중반에나 듣던 소리를 TV 드라마에서 듣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의 대사빨이 너무 후지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저런 말에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고작 저런 말에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할 동기를 찾는 아이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판이론이라는 분야에서는 근대적 시스템으로서의 학교 혹은 대중 교육(public education)이라는 제도가 본질적으로 체제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전파해서 현 정치경제 체제의 충직하게 말 잘 듣는 노예 내지는 서민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지고 지속되고 더 견고하게 발전되어 왔다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너무 큰 어른으로만 보이던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주입하던 수많은 생각들 이념들이 어른이 되고 나서도 우리를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옭아매는 족쇄 같은 것이 되어 있었음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 때에도 선생님들이 말하는 가치에 의문도 가져보고 반항도 해 보았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냥 잠시 치기 어린 일탈이었습니다. 좀 더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반항도 저항도 해보고 싶은데 그 때는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더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사실 저는 살아보니 어른들 말씀 틀린 것도 많더라는 생각도 듭니다. 나이만 먹었다고 다 어른도 아니고 그래서 어른 말씀이라고 다 도움이 될 수도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요.
다 잘 되라고 하신 말씀이라 좋게 생각해보아도 때로는 다 합의된 진리인 것처럼 주입되었던 그런 말들 때문에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좌절에 빠지고 심리적 트라우마에 빠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오래된 진리를 강요받은 만큼이나 그걸 거부할 용기와 지혜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먹고 세상 살아 보니 어린 시절 부모님, 선생님들이 하셨던 말씀들 중 가스라이팅이었다고 생각되는 것,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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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지74
24.05.20 · 121.♡.1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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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끼융끼융
24.05.20 · 222.♡.246.58
저거에서 벗어날려면 그냥 한국을 떠나야하더군요. 국내에서는 사회구조 때문에 지속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어요. 대입경험한지 30년이 지났지만, 그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요. -
젖젖소
24.05.20 · 116.♡.45.134
저도 대학입시를 치룬지 40년이 지났지만..대한민국 입시는 공부를 위한 기초소양 점검이 아니라..그저 줄세우기에 불과합니다. 이번에 조카가 풀고 있는 수학문제를 보고 기겁하겠더군요..비단, 대학입시만 그럴까요? 회계사,세무사, 관세사, 공인중개사 등등 대부분의 인문계 자격증 시험이 실무와는 동떨어지게 복잡한 문제를 1분이나 1분 30초 안에 풀으라고 주어집니다. 정확하게 알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정형화된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답을 찾아야 합니다..물론 시험이라는 것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무조건 줄세우기가 아니라 최소한 풀수 있게 출제했으면 합니다.. - 봉
봉산
24.05.20 · 114.♡.10.82
학교라는 시스템안에서 생각할수 있는 한계죠.. 사회 나와보니.. 그 시스템을 깨거나 그 시스템 밖에서 잘사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지라, -
BBadger
24.05.20 · 220.♡.33.56
과거시험 탓인지 학력이나 시험으로 줄세우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말이죠. 그게 능력의 모든 잣대이자 인간에 대한 가치기준의 척도처럼 여겨지는 게 이상한 일이죠.
정작 사람을 볼 때 헛소리 해대는 사람이라도 학벌만 좋으면 관대해지는 게 이상한 일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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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성찰이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