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106.♡.231.242)
2024년 5월 22일 AM 11:10 · 수정됨(15:04)
저는 아직 종교에 몸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고즈넉한 절에 가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인자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부처님을 보는 거 좋아합니다.
미사 시간에 맞춰 성당에 가서 차분하게 진행되는 미사를 함께 하기도 합니다.
물론 따라할 줄 아는 게 많지는 않아서 몇 마디와 아멘 정도지만,
찬송가도 개미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도 하고, 조용히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기도를 드리기는 하는데 어떤 대상에게 드리는 게 아니라서, 저는 B짜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바삐 산다는 핑계로 둘러보지 못하던 이웃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세례를 받는다던가.. 이렇게 정식으로 올라가는 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려면 외울 것도 많고, 아직 몸으로 마음으로 믿음이 두텁지 않은 상태니까요.
지난 주 미사에 세례를 받은 분들만 나가는 성체 차례가 되었는데,
문득 자리를 비켜주고 다시 앉아서 찬송가를 따라 부르다가
양 옆으로 줄지어 서 있는 그 분들은 보게 되었습니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모두 다른 그 분들이 그렇게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만약 '저 분들이 모두 저를 바라보며 "위로"를 건낸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는데
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고 하더군요.
다 큰 어른이니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 거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잖아요.
어쩔 때는 참 힘들고, 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책임과 역할.. 어쩔 수 없는 거죠.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 이런 마음을 꾹꾹 눌러서 보이지 않게 감춰뒀는데,
마치 그걸 조심스럽게 열고 펼치며, 함께 눈물을 흘리며 위로해주는 분들은 만난 것 같은,
그런 분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상황에도 맞지않는 엉뚱한 상황을 혼자 그렇게 경험하고 있었죠.
만약 정말 그런 순간이 온다면 어린 아이처럼 꺼억꺼억 거리며 울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어른들.. 어쩌면 위로가 참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지 않은가 합니다.
뻘글이었습니다.
끝.
댓글 (10)
- 녹
녹차중독
24.05.22 · 203.♡.224.193
양심도 종교입니다. -
벗벗님
→ 녹차중독 작성자
24.05.22 · 106.♡.231.242
그렇다면, 저는 이 '양심' 종교는 기본 장착인 것 같습니다. ^^; - L
lioncats
24.05.22 · 122.♡.172.80
ㅠㅠㅠㅠ -
WWarmstRobot
24.05.22 · 223.♡.202.185
저도 종교를 좋아하고 믿고 싶습니다.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
벗벗님
→ WarmstRobot 작성자
24.05.22 · 106.♡.231.242
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신이 나타날 수가 없어서, 먼저 내려보려셨다고 하죠. '어머니'를.. ^^ -
아아스라희
24.05.22 · 112.♡.50.254
아주 멋진 종교가 있지 않습니까. '아신교' 자 아. -
벗벗님
→ 아스라희 작성자
24.05.22 · 106.♡.231.242
물론, 제 속에도 '부처'가 한 분 계시긴 합니다. 흐흐흐..
사실 '내가 속한 세계와 우주'를 인식하는거지,
내가 사멸하고 난 후의 '내가 속하지 않는 세계와 우주' 라는 것 자체를 인식하는 게 불가능해지니,
그럼 '나의 소멸과 함께 세계와 우주가 없어진다' 라고 꼬리표를 달아놓아도 크게 이상할 것 같지 않습니다.
결국, '나'라는 자아가 존재해야 성립되는 기준이다보니, '아신교'가 설득력이 있긴 하죠. ^^ -
짐짐작과는다른일들
24.05.22 · 219.♡.248.122
종교가 선을 벗어나지 않고 벗님같은 마음을 계속 유지가 된다면 지금같이 욕먹진 않겠죠 -
벗벗님
→ 짐작과는다른일들 작성자
24.05.22 · 106.♡.231.242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를 요구하지 않는 종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돈'과 '권력'.
주말에 언덕에 올라서, 서로 간의 즐거운 일을 축하해주고 서로 준비해온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는다는 외국의 어떤 종교.
그 종교의 교주도 그냥 마을 사람이에요. 무언가를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나와 남이 다르다고 하지도 않죠.
이런 종교라면 흥미도 생기도 참여해봐도 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겠지만요. ^^; -
짐짐작과는다른일들
→ 벗님
24.05.22 · 219.♡.248.122
그나마 성당이 그런 의미에선 괜찮긴 하지만 신부님들은 몇년에 한번씩 강제로 다른데로 이전을 시키는데 그 몇년 사이에는 그곳 우두머리이다보니 성당에서 신도들에게 갑질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곤 해요 물론 기독교 목사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이상과 현실이 완벽하게 일치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네요 ㅎㅎ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