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전날 (59.♡.193.188)
2024년 5월 22일 AM 11:33 · 수정됨(05. 23. 11:19)
암울했던 시절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셨던 신경림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아마 처음으로 샀던 시집이 선생님의 농무였을 거에요.
나이들어 가면서 슬픈 감상과 기억이 견딜 수 없이 힘들어 졌지만,
선생님의 시를 다시 읽어봅니다.
농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질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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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설중매
24.05.22 · 211.♡.2.23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김김퇴근
24.05.22 · 39.♡.1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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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앤수앤스
24.05.22 · 125.♡.52.3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로제아
24.05.22 · 221.♡.27.5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핑핑크연합
24.05.22 · 180.♡.105.8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거침없고 대책없던 아버지 세대보다 소심해지고 자잘해진 자식으로서의 글이 참으로 솔직하고 가감없었습니다.
그건 다른 세대 다른 연령대라고 하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바였습니다.
쓰신 글, 좋은 글 많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
혈혈압왕
24.05.22 · 220.♡.91.10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슬픈 날이네요. -
훈훈녀지용
24.05.22 · 116.♡.103.12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샤샤프슈터
24.05.22 · 106.♡.129.23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벽벽오동심은뜻은
24.05.22 · 128.♡.187.15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아아달린
24.05.22 · 118.♡.132.139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법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봄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시로 유구히 기억 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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