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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3일 AM 01:38 · 수정됨(08:22)
문재인 대통령의 신간 <변방에서 중심으로>의 초반부에 나오는 미국 첫 순방 에피소드입니다.
(일부 발췌)
최종건 : 취임한 지 불과 50일도 안 된 6월 28일에 3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가십니다. 돌아오자마 7월 5일에 독일로 가서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시고요. 정상외교를 하는 데 국내 민주주의의 발전(촛불혁명으로 인한 무혈혁명에 의한 박근혜 탄핵과 선거에 의한 합법적이 정권 교체를 의미)이 이떤 도움을 줬습니까?
문재인 : 처음 외교무대에 나가면 낯설죠. 서먹함이 있고요. 나는 그런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할 정도로 해외 정상들이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그들이 느낀 한국 국민의 저력과 성숙함, 기적 같은 민주주의의 회복, 그런 것이 세계 민주주의의 희망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한국과 나에 대한 큰 호의로 나타났던 거죠. 그래서 처음 외교무대에 나가면서 별로 어색하지 않게 다른 정상들과 쉽게 교류할 수 있었어요. 결국 우리 국민의 힘이죠. 피플파워, 내가 그것을 대표하고 있었기에 그만큼 더 당당할 수 있었고, 대접받을 수 있었습니다. 외교를 하는 동안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과 도덕성, 문화 같은 소프트파워가 국제무대에서 큰 호감으로 작용하고, 그것이 외교의 힘이 된다는 사실을 늘 느꼈습니다.
최종건 : 대통령이 되신 후에 '아, 왜 하필 트럼프야?'하는 생각은 안하셨습니까?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대외적인 명성(?)이 있지 않습니까? 좀 거칠고 기존의 정치인들과 다르고요.
문재인 : 우리만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 특별했어요. 공화당이지만 공화당의 주류와도 다르고요. 그래서 다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었어요. 게다가 괴팍한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었지요. 아베 총리와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 많은 선물 보따리를 가져갔는데도 대접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우리도 첫 대면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긴장했죠.
접근할 수 있는 인맥이 없었어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다리가 될 만한 인맥이 있기 마련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얼굴이어서 전혀 없었던 거죠. 그래서 트럼프란 사람을 알기 위해 <거래의 기술> 등 그의 저서를 대충 다 읽어봤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매우 잘 대해주었어요. 첫 통화도 정중했고요. 처음에는 공격적인 질문을 몇 가지 하더니 내 대답이 괜찮았는지 굉장히 친근하게 대했어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가 정말 잘 맞는다. 최상의 '케미'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였죠.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게는 동맹외교의 파트너로서 아주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무례하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그가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웃는 얼굴을 하지만 행동은 달라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를 솔직히 말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듯이 내가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었습니다.
문재인 : 처음 미국을 방문할 때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처럼 거창한 선물 보따리를 가져갈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니, 말하자면 진정성을 가지고 미국을 대하기로 했던 거죠. 우리가 준비한 것은 미국 도착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참배하고, 거기서 메시지를 내는 거였어요. 그것이 미국에 준 최고의 마음의 선물이 됐죠.
장진호 전투는 위대한 승리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미국으로서는 굉장히 아픈 전투였습니다. 미군이 6·25 전쟁 동안 3만 5000명 정도 전사했는데 10분의 1 정도가 장진호 전투에서 발생했거든요. 두만강 유역까지 전진했다가 중공군의 갑작스러운 개입으로 대규모 후퇴 작전이 벌어졌고, 이어서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 흥남에 집결한 많은 병력과 피난민을 해상으로 철숫기키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받지만, 그 과정에서 미군들이 영하 30~40도의 혹한과 큰 어려움을 겪은 참혹한 전투였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잊힌 전투'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한국의 신임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 기념비 앞에서 그 전투의 위대함을 말해주고, 그 전투를 겪은 분들에게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면서 한미가 혈맹관계라는 사실에 대한 공감을 다시 일깨운 것이지죠. 내 가족의 이야기와 결부시켜 호소력 있게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데,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video: https://youtu.be/LnvX_AOngkM }
최종건 : 나중에 들어보니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과, 아버지가 6·25 전쟁 참전 용사였던 펜스 부통령은 대통령님이 백악관에 도착하시기 전에 연설문을 다 읽어봤다고 합니다. 그게 상당히 중요한 기획이었던 것 같아요.
문재인 : 그 연설문을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사전에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을 통해서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대단히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날 행사와 연설은 장진호 전투를 치른 미 해병 1사단에서 라이브로 중계됐어요. 그것이 미국의 군 쪽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고, 좀 어려울 수도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좋은 분위기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죠. 대선을 치르면서 외교 로드맵을 마련할 때 방미 첫 일정으로 구상해두었던 건데, 의도했던 대로 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대통령을 보다가 백악관 만찬장에서 아메리칸 파이나 부르는 술주정뱅이를 보면 지금 대한민국 현실이 믿기지가 않아요.
댓글 (3)
- L
loveMom
24.05.23 · 211.♡.199.251
책읽는당에서 퍼갈께요~ {emo:damoang-emo-007.gif:50} -
포포크리스
24.05.23 · 125.♡.70.134
굥과 트가 만났을 때는 어찌되는건지 상상불가이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
Eellago
24.05.23 · 118.♡.6.190
저도 저부분 너무 감명깊었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의 생애 자체가 우리 한국분단과 1.4후퇴와 연관있어서 그 장진호전투를 기억하고 감사한 문통미국첫 방문연설 정말 인상적이었죠.
국뽕 차올랐던 그때가 너무 그립고 지금현실이 믿기지가 않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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