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e (172.♡.95.19)
2024년 5월 23일 PM 11:04 · 수정됨(05. 24. 04:10)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역 입구 잡지 매대를 지나는데 과월호 포스터가 낡아가면서 창문에 붙어있더군요.
“사장님, 이거 지난 표지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사장님이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그렇게 얻어온 주간지 커버 포스터를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몇 번의 이사와 귀국과 제주 정착까지 고이 챙겨서 지금도 작업실 벽에 붙여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는 자신을 희생한 여러 선배들의 피로 여기까지 와 있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에 계속 중국에 있었으니까 역사의 현장을 소식으로 전해듣는 것이 다였습니다. 촛불 하나 보태지 못 해서, 철든 이후로 항상 빚진 마음으로 세상을 삽니다. 공동체에 대한 선하고 강한 의지와 적극적 관심, 가능한 수준의 참여가 그 빚을 아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길이라고 믿으면서요.
어쩌면 저 포스터를 여전히 간직하는 이유는 보물이어서가 아니라 무임승차한 민주주의에 대한 부채 차용증이어서일까요, 2009년 5월 28일 주간에 발행된 중국 시사주간지의 커버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노무현, 스스로에게 사형을 선고하다.”
15년이 지나도 그에게 진 빚을 하나도 갚지 못 한 것 같아서, 여전히 그 이름 앞에서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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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빅버그
24.05.23 · 1.♡.14.21
제목이 너무 강렬하네요..ㅜㅜ -
Cchamp3
24.05.23 · 118.♡.176.225
기가 막히는 표지네요.
가슴이 아프네요. -
Eellago
24.05.23 · 118.♡.6.6
포스터가 아닌 잡지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중국어로 쓰여졌지만 뜻이 다 전해지는듯하네요. ㅜㅠ
소중히 간직하신 자료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지혜아범
24.05.24 · 14.♡.158.11
순간 욱!!!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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