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항하루 (220.♡.135.238)
2024년 5월 27일 PM 08:08 · 수정됨(05. 28. 11:45)
남편과 싸우고 마음이 너무 속상하고 자괴감 드는데, 하소연할 곳이 없어 글을 올려요. (내용이 좀 깁니다)
현재 두 돌 안 된 아기 한 명을 키우고 있는 30대 후반 맞벌이 부부입니다.
저는 직장인인데 프로젝트 마감을 맞춰야 하는 직종이라 바쁠 땐 주말 근무도 하고 야근도 합니다.
남편은 제조업인데 여기도 마감 일정을 맞추는 직종이라 그 일정에 따라 퇴근시간이 달라집니다. 어쩌다 일찍 와야 6시 정도이고 9시에만 와도 평타, 자정 넘어 올 때도 적지 않아요. 공휴일, 주말도 없는 때가 많고요. 이런 제조업 특유의 근무 환경에 가족사업이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어요.
저도 아이 낳기 전까진 일이 가장 우선 순위에 있었던 사람이라, 남편이 바빠서 육아를 못 도와주는 상황이 정말 싫지만 나름 꾹 참고 육아와 집안일 거의 다 전담했습니다.
(양가 부모님은 지역이 달라 정기적 도움은 못 받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방학 때 시댁에 아이를 며칠 보내거나, 남편이 출근하는 주말에 제가 너무 힘들 때면 친정 부모님이 와서 도와주세요.)
아이 키워본 분들은 할 일 많은 거 아실 거예요. 이제는 하원 도우미분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도우미 분은 하원과 돌봄, 밥 먹여주는 것만 하십니다. 어쩌다 남편도 일찍 오면 목욕 시키기, 놀아주기, 재우기 정도 하고
아이 빨래/ 식세기 못하는 그릇 설거지/아이 반찬 주문/병원 예약하고 데려가기/어린이집 준비물 챙기기/아이 물품 주문 등등을 거의 제가 해요.
여기에 어른 빨래, 어른 먹고난 것 치우기, 분리수거, 음쓰 정리, 공간 정리 등등도 거의 제가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완벽주의나 결벽증은 아니고, 지저분한 걸 싫어해서 그냥 사람 사는 집 같게만 유지하는 정도예요.
그런데 남편은.. 저랑 성향이 많이 달라요. 깔끔한 사람인데 결정적으로 제 입장에선 할일을 미루는 스타일입니다. 지금보다 널널하게 일하던 시절에도 본인이 하겠다고 해놓고 그날 안하는 경우도 꽤 많았어요. 솔직히 제 기준에선 숙제할 거 많은데 놀기부터 하는 아이 같습니다.
그렇다고 손이 빠르지도 않아요. 제가 보기엔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일이 아닌데 븉잡고 있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몇 년을 같이 살면서 뭘 부탁하면 한 번에 바로 하는 적이 드물고, 그래서 언제 하냐 물어보면 그마저도 잔소리한다고 생각햐서 그냥 제가 하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남편이 밤 10시 넘어서 집에 오는데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 제가 한 것도 있었어요. 솔직히 이 정도면 제가 전업도 아니고 맞벌이 하면서 많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그냥 제가 할 일이라 하는 거지 그걸 특별히 여기고 남편에게 유세한 적도 없습니다. 저희 친정 엄마만 이런 제 생활 아시고 안타까워 하셨어요.
——————————————-
여기까지가 배경 설명(?)이고,
오늘 남편은 휴가였고 저는 출근을 했어요. 본인이 한다고 약속한 것들이 있는데 자기가 생각한 대로 진행할 테니 늦어진다고 뭐라고 하지 말래요. 알았다고 했지요.
그리고 제가 집에 오니 역시 다 안해놨어요. 약속한 것도 있고 남편도 요새 쉬지 않고 새벽 출근하다 오랜만에 쉬는 거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 못해 놓을 줄 알았어” 라고 놀리듯이 장난스럽게 몇번 말하고 같이 정리하려는데 화를 내더라고요. 자기가 한다고 했는데 왜 못 믿고 그러녜요.
그럼 자기 생각을 그냥 말하면 되지 저희 남편은 화가 나면 소리를 질러요. 적반하장인 이 상황이 어이 없어 저도 소리를 높이고 둘다 큰 소리로 싸우게 됐어요. 제 입장에선 몇 년을 봐온 게 있는데, 믿어달라고 화내기 전에 일단 행동으로 먼저 본인이 보여주는 게 먼저 아닌가요?
더 화가 나는 건 그 다음이었어요.
저: 지금 니가 알아서 다 할 거 못하게 한다고 했으니 애 밥도 니가 먹이고 다 알아서 해!
남편: 반찬은 뭘 먹여?
저: 알아서 한다며, 냉동실에 있는 거 몰라?
남편: 너 지금 애 팽개치고 나간다는 거야? 좋아. 나가면 집에 들어오지 마!
마지막 말에서 저도 확 돌더라고요.
제딴엔 배려해서 집안일과 육아를 거의 맡아서 해왔는데 애 내팽개치는 엄마 취급이라니요. 저는 아무리 남편이 바빠도 저런 말 해본 적이 없는데 어이가 없고 현타가 오더라고요.
이맘때 애 키우면 힘들어 많이 싸운다고들 하지만, 그냥 저는 너무 억울하네요. 친정엄마한테 전화하면 속상해 하실 것 같아서 그냥 혼자 밖에 나와 있는데 갈 곳도 없고 너무 서글픕니다.
댓글 (71)
-
크크리안
24.05.27 · 58.♡.210.48
-
지지혜아범
→ 크리안
24.05.28 · 14.♡.158.11
그러면 더 큰 싸움이 나지 않을까요???
글 쓰신 분의 내용을 보니까요 -
살살살타
24.05.27 · 39.♡.121.81
아, 힘든 시기이고, 어려운 상황이네요.
마음 차분하게 잘 가다듬으세요.
힘 내시고요. - 무
무슨소리야
24.05.27 · 218.♡.84.119
토닥토닥. . .원래 속터지는 사람 따로 속 편한 사람 따로지요. 안해버릇 하면 어디서 어디까지 신경써야하는지 조차 몰라요. 24시간 촉이 뻗쳐서 사는 것도 모릅니다. 밖에서도 마음 안편하시잖아요. ㅠㅠ 어디 노래방에서 노래라도 시원하게 부르고 들어가세요. 소리는 지를 수 없잖아요. -
저저항R
24.05.27 · 211.♡.199.228
저도 애가 저 나이였을 땐 정말 와이프랑 많이 싸우기도 했던 것 같네요. 지금은 어린이집에 늦게까지라도 있을 수 있지만 초등학생되면 1시면 끝나니 그쯤에서 맞벌이를 내려놓는 경우가 많더군요.
나라에서 애 걱정 안 하고 일할 환경 만들어주는게 정말 중요한데요 갑갑하시겠습니다.
(그리고 남편 얘기하는데 제 얘기하는 줄 알고 뜨끔했네요) - 트
트레이드조
24.05.27 · 71.♡.138.204
일단 양측 말을 다 들어봐야 하지만....중립기어 박아 놓고....
먼저 남편분이 좀 선을 넘어 버렸네요...그래도 그렇게 표현하면 안되죠.
지금 두돌지난 시기는 양측 다 힘들어요....
적어도 7살은 지나야 좀 편해질겁니다.
남편은 직장에서 육체적으로 쩔어서 정신도 쩔어버린 상태에서 과부하가 온것이 맞구요.
아내분은 어떻게든 가정을 끌어갈려고 애쓰는게 보입니다.
저 할일 리스트중에서 남편분이 간단하게 처리할수 있는 일들이 많이 보이고 또 그걸 맡아서 고정적으로 해야할일들이
많이 보이네요.
제가 남자라서 보통은 남자편 들지만 이건은 별개의 건으로 보이네요.
남편분이 9:1정도 잘못한것 같아요...
이 댓글 보고 마음좀 가다듬고 무엇이 소중한지 생각을 100번 이상 하라고 하세요...
댓글러가 이렇게 전한다고 전해주세요.
시간지나면 이 시간이 그리울겁니다. -
수수축과이완
24.05.27 · 220.♡.235.209
아고고 토닥토닥... 쉽지 않네요 -
솔솔티리치
24.05.27 · 221.♡.191.114
일단 미루는 남자로써 대신 사과드립니다.
두번째로 혹여나 회사가 지원하거나 여력이 되시면 부부상담을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전 아내와 부부상담을 하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적어놓은 내용을 비추어 볼 때, 좋아질 수 있을거 같습니다.
(다만 비싸죠)
제가 주제넘게 뭔 말을 하는 것보다 상담 선생님들이 훨씬 좋은 이야기들을 해줄 수 있을 듯 합니다만,
제가 들었던 바와 위 글을 보며 생각나는 건,
힘들 때 우리는 쉽게 비난합니다.
그리고 진짜 우리가 바라는건 비난이 아니죠.
힘든 삶에서 오는 위로 받고 싶은 마음,
기대한 것과 다른 결과에서 오는 실망.
기대를 줄이고, 비난이 아닌 속상한 마음을 전하는 방법
그 대화법을 두분이 모두 배운다면
적어주신 상황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눈눈자동차
24.05.27 · 222.♡.132.79
두 분 다 힘든 상황이니 더 예민해지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 때가 제일 힘들 때죠. 저희도 똑같았어요. 젊으니 더 불같이 화도 내고, 때론 막말도. 싸움도 잘해야 하는데 그 땐 힘드니 그게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아이가 고3인데 중간에서 아빠 편도 되어주고, 엄마 편도 되어주니 싸움 날 일도 없고 그러네요. 다 지나가더라고요. 두 분 모두 열심히 살고 계시니. . .현명하게 잘 이겨내실거라 믿습니다. -
파파키케팔로
24.05.27 · 218.♡.166.9
애 키울땐.. 특히나 유아 때에는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서로 많이 예민할 시기입니다.
기왕지사 싸우셨으니 남편한테 오늘 저녁은 맞기시고요.
한숨 돌리시고.. 치맥 사오셔서 서로 대화하세요..
'니가 그러면 그렇지..' 라는 말은 음.. 누가 잘못했던간에 서로 예민할 때 하면 안되요. ^^;
아, 그리고 남편분께서 잘못하셨습니다 ㅎㅎㅎ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그냥 푸하하하하 하고 웃으면 왜웃냐고 물으면
자기가 너무 재밋어서.....
이렇게 푸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