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룸 건물주에게 봉변 당한 이야기 (3편) >
카멜리아

Lv.1 카멜리아 (125.♡.225.164)

2024년 5월 28일 PM 01:15 · 수정됨(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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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퇴거 전후 상황 – 임자 없는 돈, 고성, 폭언, 뇌피셜 >

퇴거 1개월 전, 건물주에게 전화 통보를 했다. 건물주는, 그냥 계속 살면 안되겠느냐고 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보여준 무례한 태도를 돌이켜보면, 이건 또 뭐냐 싶었다. 새 입주자를 구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가 싶어서, 최대한 협조한다는 의미로, 광고 관련 질문을 했더니, 또다시,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니가 신경 쓸 일 아니다' 식의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내가 어디 서도 이런 식의 취급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 몇 일 후, 예비 입주자가 방을 보러 온다고 했다. 편하게 천천히 보여드리라 하고는, 산책을 나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예비 입주자와 연관되어 보이는 광경과 마주쳤다. 창문까지 온통 검은색의, 권위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대형 승용차 1대와 그 차의 주차를 리드하고 있는 여성. 자동적으로, 500미터 거리에 위치한 검찰청(지청)과 법원(지원)이 뇌리를 스치며, 뇌피셜이 작동했다. 지청 혹은 지원에 발령 받은 공무원 아들(혹은 딸)과 함께 온 엄마?

나도 그렇고, 다음 입주자도 그렇고, 공백기 없이 입주가 이어지니, 그것도 건물주의 복이라면 복이다. 건물주는 기분이 아주 좋은 듯했다. 새 고객이 아주 만족해서 하루 빨리 입주하길 원한다며 조기 퇴거를 원하는 눈치다. 2주뒤 퇴거로 합의했다. 이때의 통화 역시, 슬쩍 내뱉는 반말 어투가 불러온 불쾌감은 속으로 삼켰다.

퇴거를 몇 일 앞두고, 건물주는 또 다른 형태의 무례함을 시전 했다. 입주 당시 화장실의 악취를 기억하는 나는, 화장실 청소에 특히 신경을 썼다. 물소리, 물통 소리, 솔 질 소리 etc… 락스 사용으로 화장실 문을 열어 놓은 상태여서 때 마침 누군가 4층 계단을 내려와 지나갔다면, 아마도 화장실 내의 모든 행위와 관련된 소음이 들렸을 수도 있다. 저녁에 건물주가 전화를 했다. 낮에 화장실에서 뭐 했느냐고(!) 했다. 느닷없는 질문에 황당함과 민망함으로 어리둥절했다. 소리 나지 않게 조심하라고 했다. 헐, ‘스토킹’ 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이 사람의 심리는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최소한 퇴거 일 하루 전에, 함께 청소 상태 점검을 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의향은 없는 듯 그냥 열쇠는 방에 두고 비번은 문자로 보내라고 했다. 이미 편하게 방을 다 둘러보았으니 만족한 것이라 여겼다. 방은 물론, 화장실, 싱크대 모두 청소를 마쳤으니 걱정하지도 않았다. 단 한 가지, 놓친 건 있었다. 입주 초기, 짧은 거주 기간을 감안해 폐기해야 할 예쁜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나는, 남 향 창문의 과도한 햇빛을 가리기 위해  커튼을 구입하는 대신, 달력 종이로 만든 차양 막을 테이프로 붙여 놓았는데, 퇴거 당일 그걸 뜯어내니, 베란다 부엌과 방을 분리하는 통 창문에 기름 얼룩 내지는 테이프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정도는, 스프레이 뿌려서 마른 걸레로 닦으면 10분이면 해결될 터인데, 택시를 호출해 놓은 상태에서 불가능했다. 냉장고 문에 끝까지 남아있던 과즙 1개를 꺼내니 그 자리에도 약간의 얼룩이 보였지만, 그건 물 티슈 한 장이면 해결될 일이라 걱정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인가 냉장고 선반 3개 가운데 1개는 금이 가서 아예 빼놓았었는데 이 또한 플라스틱 소재의 소모품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여겼다.

퇴거 후 2일이 지났다. 마지막 달 공과 금도 스스로 해결했다. 그런데 보증금 300만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 응답이 없었다. 2일 동안 보채지 않고 기다려 준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너그러웠다. 퇴거한 이상 300만원은 전적으로 나의 개인 재산이다. 타인의 재산을 불법 점유한 상태로 연락을 끊는 행위는 범죄 아닌가? 3일이 지나서 전화를 받더니, 사과도 없이, 냉장고 선반 가격 2만원과 청소 비 10만원을 보증금에서 빼고 입금한다 했다. 너무 더러워 사람 불러서 청소했다고 했다. 이 무슨 말도 되지 않는 덮어 씌우기 인가? 통 창문 유리의 얼룩과 테이프 자국 정도가, 일당 10만원을 주고 사람을 불러야 할 정도의 노동인가?

가장 용서 되지 않는 부분은, 고성과 폭언이다. 내가 이해한 임대 계약서 항목은, 청소 상태가 용인 불가능할 정도로 불량할 경우에 한해서 10만원을 부과한다는 것이었고,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까닭에, 청소하고 왔는데 무슨 청소 비? 질문이 저절로 나왔다. 그런데 의아해 하는 나를 납득 시키는 대신, 대뜸, 소리부터 질렀다. 퇴거 후 3일이 되도록 연락도 끊더니, 이게 무슨 경우 이냐며 항의했다. 적반하장으로 더 큰 소리를 지르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라는 폭언을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헐, 상종 못할 인간! 손이 떨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황당함과 동시에, 살면서 한번도 아쉬워한 적 없는 판사 출신 사촌이 떠올랐다. 판사, 검사, 변호사 할 것 없이 가능한 모든 인맥을 동원 해서 혼내 주고 싶었다. 갤럭시 폰의 녹음 파일도 확인했다.

폭풍의 순간은 결국 지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평소에 경멸하는 종류의 속물이 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반면에, 권력과 인맥을 사용한 응징을 꿈꾸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닐 수 있다 는 포용의 감정도 교차했다.

마음을 진정 시킨 후, 최대한 점잖은 매너로 질책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고성과 폭언의 부당함, 요즘 세상에 그런 행동은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입주 당시의 청소 상황과 비교, 그동안 스스로 해결한 부 자재 비용 까지도 상기 시켰다 (비용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비용을 받을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의미였다). 지금 나에 대한 부당한 행위가 당장의 이익은 확보했을지라도, 살면서 언젠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됨이 삶의 이치라는 훈수로 마무리했다. 답장이 왔다. 의례적인 사과도 없었다. 건물주에게 통보 없이 스스로 문제 해결한 비용은 추후 지불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 & 욕실 세면대의 마개가 없다는 자신의 말에, 컵에 담아서 욕실 벽장 위에 두었는데 못 보셨어요? 라고 되물은 것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헐~ 이 정도면, 피해 의식이 중증인 정신병자이다. 혹시, 100명 가운데 5명이 해당된다는, ‘경계성 성격 장애자’? 그것이 무엇이든 한 인간의 60년 세월도 치유하지 못한 병임이 분명하다. 한 마디로 똥 밟았다. 마지막으로 더더욱 점잖은 문자 날려주고, 전화번호는 바꿨다. 똥 밟은 신발을 버리고 개운해지고 싶은 일종의 의식 절차인 셈이다. 소중한 나의 안식 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뇌피셜 : 건물주는, 노후를 책임져 줄, 원룸 건물의 옥상 아파트에서, 자신의 건물에, 판/검사 공무원 1명이 입주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허무맹랑한 만족감에 잠들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스스로 지갑을 열지 않고도, 자신의 비 전문적 청소 기술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입주 청소 서비스까지 제공했으니 완벽한 비즈니스였다. 무엇보다 새 고객은, 용산의 최고 권력자와 같은 업종 종사자 아닌가.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뿌듯하다.

(Q) 모든 자영업자들은, 고객에게 고성과 폭언을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SNS가 일상인 시대에 나쁜 평판으로 영업 종료할 것을 감수하지 않는 한에는 말입니다. 원룸 건물주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는데, 무슨 배짱일까요? 

(Q) 원룸 자영업자에게 월세 보증금은 합법적 도둑질이 가능한 눈 먼 돈으로 보이는 걸까요? 돈 10만원 때문에 법적인 분쟁이라는 긴 시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보다 그냥 포기하게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댓글 (4)

  • 오마르왕자

    오마르왕자 Lv.1

    24.05.28 · 203.♡.154.129

    세입자였을때와 집주인(은행이 주인..)일때가 있었는데 정말 별에 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하아....

    결론만 보면..이래서 내 집에서 살아야 하구나. 하는 이루기 힘든 희망만 가지고 살고 있네요.

    정말 고생 많으셨고 굉장히 제 경험 같습니다. ㅎㅎ
  • 카멜리아

    카멜리아 Lv.1 → 오마르왕자 작성자

    24.05.28 · 125.♡.225.164

    별의별 사람이란 표현이 딱 마음에 와 닿는군요. 한참의 시간이 지났는데, 문득 문득 생각이 나면 화가 납니다. 트라우마 인듯... 즉시 SNS 에 올려서 응징 했어야 하나 싶기도
  • 코크카카

    코크카카 Lv.1

    24.05.28 · 14.♡.64.132

    저랑 같은 사람에게 당했나 싶게 똑같네요 ㅎㅎㅎ 오래된 건물인데 노후되고 그런 곳은 피하는 게 좋아요. 수리잘 안되어 있고 그런곳은 더더욱... 그 건물상태가 그 집주인이 집관리 어떻게 하고 처리하는 지 보여주는 거고요. 그런데도 집주인이 직접 관리한다는 곳은 더더욱 피하는 게 좋습니다. 차라리 관리를 업체에 맡겨두는 사람이 덜 골치아파요
  • 카멜리아

    카멜리아 Lv.1 → 코크카카 작성자

    24.05.28 · 125.♡.225.164

    비교적 새 건물이라 깔끔했고, 관리 문제는 없었는데,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누가 물으면, 절대로 건물주가 직접 거주하면서 관리하는 건물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 그냥 당하기만 해야 하는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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