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172.♡.95.29)
2024년 5월 28일 PM 02:24 · 수정됨(15:01)
우선 지휘관의 잘못된 가혹행위로 인해 명을 달리하신 훈련병의 명복을 빕니다.
아침에 뉴스를 본 후 계속 기분이 안 좋고 씁쓸했는데
아마도 저도 비슷한 일을 겪어서 그런 거아닐까 생각되더군요.
그 트라우마는 지금가지도 남아 있거든요
반드시 책임자는 처벌 받고 국가에선 제대로 된 위로와 보상을 해주길 바랍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제가 실제로 겪었던 군기교육을 말씀드려 볼게요.
98년 10월에 춘천 102보를 거쳐
강원도 양구의 백두산 부대(21사단)
k3 기관총 부사수로 군생활을 시작했었죠
당시엔 군폭력이 심했던 시기라서
사수가 꼬질대로 때리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아구창 돌리고 수통 뚜껑에 머리 박고 있으면
날아와 발로 차고... 하루하루가 짜증의 연속이었죠…
지금도 길 가다 선임병들 만나면 칼이든 주먹이든
복수를 위해 당장에 죽일 수 있을 거 같은 심정입니다.
사실 개미 새끼 한 마리 못 죽이는 쫄보이지만, 그 놈들을
만나게 되면 진짜로 제가 죽여버릴까 봐 걱정돼요.
아무튼 저에 대한 내무반의 이런 극단적 폭력이 멈춘 계기가 있었는데요
바로 제가 일병 말호봉 즈음에 불침번때 졸아서 군기교육대란 곳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군기교육대가 뭐임?? 아 몰랑, 우리 부대 잠시 떠나 있으니 좋아! 라고
은근 기대도 하면서 21사단 군기교육대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곳은 제가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무저갱' 그 자체였습니다.
삼청교육대를 롤모델로 프로그램을 짠 것인지,
일단 교육생들이 집합하자마자 욕지거리와 함께
교관의 구타가 시작 됩니다.
병들끼리 구타하는 건 많이 겪어 봤는데
부사관이 병을 때리는 건 처음 겪어봐서 당황했었죠 ㅠㅠ
맞는 거야 뭐 요령 껏 잘 방어 했는데...
얼차려의 난이도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일단 20~30kg 풀셋팅 군장으로 집합해서
연병장 10바퀴 가볍게 뛰며 몸을 풀어줍니다.
그리고 악몽의 선착순…
"축구 골대 찍고 한 바퀴 돌아서 선착순 1명 실시!"
저는 미친듯이 뛰었죠, 1등 하고 싶어서...
그런데 교관이 멈춰 세웁니다.
"야! 누가 뛰래! 앞 구르기로 간다!"
읭?? 앞구르기? … 네, 맞습니다.
뛰어서 선착순이 아니고 군장과 총을 맨 채 앞구르기로
축구골대까지 찍고 오는 거였죠.
마치 거북이가 재주를 넘 듯, 데굴데굴 앞구르기 하며
교육생들이 축구 골대까지 가는 모습은 정말… 처참했어요
심지어 앞서가는 인원이 연병장에 오바이트 하고
뒤따라가는 인원이 오바이트 피해가려 하자
교관은 피하지 말라며 그 위로 일부러 지나가게 합니다.
선착순 1등으로 들어온 친구는 머리를 박은 채로 일명 원산폭격을 하며 쉬고 있고
저를 포함한 나머지 인원들은 한 바퀴 더 돌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거칠게 몸을 풀고서 본격적으로 체력훈련을 합니다.
곤봉체조, PT체조, 포복 등등 다양한 가혹행위를 합니다.
특히 곤봉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신기했던 게 보통 쪼그려 뛰기 10회 실시!
아니면 30회 실시! 이정도로 하잖아요?
그런데 군기교육대는 쪼그려뛰기 기본이 1,000개 입니다.
2시간 가까이 걸렸던 거 같아요...
당시 교육생 20명 정도 였던 거 같은데
다들 끝까지 버티는 것도 신기했었죠.
식사시간도 고역이었어요.
연병장에서 식당까지 거리가 꽤 긴데,
거기까지 엎드린 채 포복으로 기어가야 했거든요.
식당 안에 들어서면 식판을 받아 엎드려누워 줄을 섭니다.
지나가는 일반병들이 쳐다보는데 너무 창피했던 기억이...
밥 먹고 다시 연병장으로 돌아와
얼차려 받으며 먹은 거 다 게워 냅니다.
그러다 교관이 자기 바쁜일 생겼다며
2시간 동안 타이어까지 끌면서 운동장 뛰고 있으라고 하더군요.
그 때 교육생들의 밝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타이어 끌고 운동장 뛰는 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어요.
이틀간 너무 강도 높은 가혹행위를 당하다 보니까 구보는 껌이더라고요.
심지어 달리면서 우리끼리 군가도 불렀었죠.
아, 그리고 저녁에 취짐점호까지 숙소(내무실)에선
또다른 가혹행위가 이뤄졌습니다.
군장을 맨 채로 뒤로 돌아서 침상 끝에
발가락으로만 걸터 서서 버티는 걸 시키더군요.
참신한 가혹행위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렇게 3박4일의 군기교육대 생활이 끝나고 자대로 돌아오는 길…
자대가 마치 집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의 눈빛도 달라져 있었어요.
마치 살인병기(?)처럼 변했다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그 뒤로 선임병들이 저를 안 건드리더군요.
그 후 중대에서 하는 체력장 테스트에선 언제나 중대 1등을 했습니다.
그 전에는 항상 하위권 순위 였는데... 3박4일 만에 체력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신기했던 경험이었어요.
이제 다신... 절대로 군기교육대가지 말아야지! 다짐, 또 다짐 했습니다.
그리고 병장 달고서 꺾일 무렵, 군기교육대를 또 가게 되는데...
그때는 정말 탈영하려고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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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그덕
24.05.28 · 210.♡.8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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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INEMANG
→ 피그덕 작성자
24.05.28 · 172.♡.95.29
맞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고질적 문제가 고쳐질 수 있을지... 참 답답하네요 -
JJaekky
24.05.28 · 106.♡.197.56
아니 무슨 군기교육대를 2번이나 갔다오셨나요? ㅋㅋ 전 2사단, 군기교육대 1번 갔다왔는데, 병장 2호봉때 상병들이나 가는 분대장 교육 드간게 더 끔찍했습니다. ㅜㅠ -
CCINEMANG
→ Jaekky 작성자
24.05.28 · 172.♡.95.29
두 번째는 훈련 때 외곽 경계 서다가 후임병하고 둘이 같이 졸다 걸려서 후임병과 나란히 다녀왔습니다 ㅠㅠ -
JJaekky
→ CINEMANG
24.05.28 · 106.♡.197.56
전 병장 말호봉때 불침번 서다가 졸아서 경계근무 교대를 제대로 못 시켜서 ㅠㅠ 군기교육대 대신 연병장 완전군장 뺑뺑이 돌았네요. 양구는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
BBECK
24.05.28 · 210.♡.183.1
저도 98군번으로 의경 복무했는데
의경도 기율대라는 군기교육대가 있습니다
시네마님이 겪으신 것과 비슷하게 훈련을 합니다만
폭행은 없었습니다
부사관이 병을 폭행하다니 심각했군요 -
CCINEMANG
→ BECK 작성자
24.05.28 · 172.♡.95.29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부대는 안 그랬을 거 같은데, 유독 그 당시 저희 담당했던 부사관만 사이코(?)였었나 봐요. 나중에 병장 달고 교육대 입소했을 땐 폭행이 전혀 없었거든요. -
Kkmaster
→ CINEMANG
24.05.28 · 1.♡.134.156
사기치고 금품 갈취 안한거면 그래도 다행이네요 ㅠㅠ -
Kkmaster
→ BECK
24.05.28 · 1.♡.134.156
저희부대도 부사관이 사병들 돈뺏고 구타하고 병들끼리도 툭하면 집합에 빠따질 없는 날이 없었어요
의경은 그 시절에 구타 없었나 보죠? -
BBECK
→ kmaster
24.05.28 · 210.♡.183.1
의경 끼리는 당연히 있었습니다만
경찰직원(군대로 치면 부사관)이 때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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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을 거쳐보지 못한 지휘관들이 수두룩하게 뭐가 중요한지 모르니 몸만 굴리고 있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