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lightened (119.♡.35.219)
2024년 6월 1일 PM 05:00 · 수정됨(06. 02. 06:19)
일부다처제 혹 일처다부제 (다부일처제)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영어로는 일부일처제를 뜻하는 monogamy (모노가미)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polygamy (폴리가미)라고 합니다.
그러면 혹시 폴리아모리(polyamory)에 대해서도 들어보셨나요? 먼저 말 그대로 하면 폴리아모리는 한 사람이 여러 상대 파트너와 동시에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기존까지 행해지던 사랑은 반드시 두 사람 일대일의 결합이라는 전통적 원칙을 깨고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사람과 연애하는 것을 말합니다.
나아가 폴리아모리는 하나의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폴리아모리는 기존의 폴리가미(일부다처; 일처다부)가 남편이나 아내 둘 중 한 사람이 상대 배우자로 여러 파트너를 가지는 것에 비해서 폴리아모리는 남편과 아내가 모두 동시에 여러 파트너를 가질 수 있는 형태를 말합니다. 아직 한국에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한국어로는 번역이 마땅치 않아서 일단 다부다처제 혹 다자간연애라고 해보았습니다.
폴리아모리는 법적으로 부부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른 파트너를 가지는 것을 허락한다는 점에서에서 오픈 매리지(open marriage)라는 개념과 유사하지만 폴리아모리가 하나의 대안적 가족 형태를 지칭하는 반면 오픈 매리지는 하나의 새로운 가족 형태라기보다는 기존의 전통적 부부 일대일의 커미트먼트 관행을 보완하거나 깬다는 의미만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오픈 매리지와도 구분됩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시의회가 지난 4월, 그리고 뒤이어 버클리 시의회가 5월에 이 다부다처 가족(polyamorous family)을 하나의 "다양성 가족"의 형태로 법적으로 인정하여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동부에서는 매사츄세츠주의 소머빌과 캠브릿지시가 이미 유사한 입법을 통과시켰고 서부에서는 오클랜드와 버클리가 최초의 사례라고 합니다.
이들 모두 다 미국 내에서 아주 진보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동네인데 진보주의자들은 이번 입법 결정이 미국 내 시민권 운동을 한발짝 더 진보시켰다고 평가하고 있고 기독교 기반의 보수주의자들은 전통적 형태의 가족을 위협하고 붕괴시키는 퇴행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기사에도 나오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싱글 성인 남녀의 약 20%가 현재 어떤 형태로든 일대일 커미트먼트가 아닌 폴리아모리 형태의 relationship을 가져본 적이 있다고 하네요. 사실이라면 놀라운 수치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늘어나겠지요. 그만큼 폴리아모리가 결코 유별나거나 특수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재정적인 이유 때문이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죽을 때까지 일대일의 결합에만 순결하게 커미트해야 하는 숨 막히는 전통적인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도 한 몫을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결혼과 가족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글을 마치려고 하니 한국은 아직 동성 결혼조차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았음을 깨닫습니다. 한국은 집단으로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립하고 발전시키는데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큰 성취를 이루었는데 국민들 개개인의 구체적인 개별적 인권을 보호하는 문제에서는 아직도 많이 뒤쳐져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도 이제 자기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 내실을 채울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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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주난민
24.06.01 · 108.♡.52.198
일부일처 안하면 강자가 독식하니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나온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다자간 연애하면 다모앙인들은 더 연애 못할듯요 ㄷㄷㄷ - 안
안녕킴밥
24.06.01 · 125.♡.116.68
이래도 저래도 줄어드는 인구 한번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죠. - S
serious
24.06.01 · 39.♡.231.110
일부일처 이외의 가족제도를 혼란없이 유지하는게 가능할만큼 우리 사회가 사회적으로 성숙하고 시스템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미국 정도의 최선진국 조차 혼란을 감수해가며 몇 주 정도가 시험적으로 먼저 시행하는 거니까요. 우리는 일부 지방정부가 먼저 시행하고 이런것도 없고 가족시스템은 좀 보수적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민주당을 필두로 한 민주진영은 중도개혁 성향이고, 아직도 독재, 부패와 싸우는 중이지 진보 의제를 다룰 수 있는 진영이 아니니까요. 여러 선거에서 봤지만 진보의 이름으로 가끔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의제들, 사실상 아직 세계 어느나라도 잘 다루고 있지 못한 가장 최전선의 진보의제들을 민주당이 다루라고 압박하는것도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저출산 문제는 가족 시스템 문제라기보다는 부의집중, 주택문제, 직업, 연금 등의 돈의 문제로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가족 시스템 문제 같은 이슈를 더해봐야 사회적 갈등만 감당할 수 없이 커져서 그 틈새를 활용하는 무책임한 정치집단만 급증할거같네요. -
EEnlightened
→ serious 작성자
24.06.01 · 119.♡.35.219
댐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반드시 먼저 맨 밑바닥, 기초부터 공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후 관계, 인과, 우선순위를 설정하려는 입장을 저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나중인가를 따지고 정립하려는 작업 자체가 이미 하나의 정치적 의제를 가지고 있는 행위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차근차근 하나 하나 해결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순서 없이 때려 공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
윤윤사모
24.06.01 · 124.♡.160.8
관계를 정리할때 재산분할방법, 상속분의 계산 등 기존 일부일처제에서 정립된 기준을 어떻게 변용하는 제도의 설정인지 잘 몰라서 섣불리 뭐라 평가하긴 어렵다 싶습니다만... 과연 사회 전체의 자유도가 증가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자유도가 증가한다면 선진적인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제 느낌상 사회전체의 자유도가 증가한다는 평가가 가능할지에 대해서 의문이 큽니다. 사회내 구성원 중 아주 일부만 자유도가 증가하지 않을까 싶네요. 즉 경제적 부유층 남성만의 자유도가 현저히 증가하고 나머지는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구도죠. -
EEnlightened
→ 윤사모 작성자
24.06.01 · 119.♡.35.219
위에 우주난민님도 비슷한 지적을 해주셨는데 다부다처제가 현실에서 일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남성들에게 유리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중요하고 생각해볼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자본주의 제도 혹은 민주주의 제도를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여전히 모두에게 동등한 참여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나왔던 어떤 정치 경제 제도보다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폴리아모리도 현실에서는 결국 돈 있고 힘 있는 남성의 이익에 제일 크게 부합하겠지만 그것이 기존의 전통이 부과하던 사랑 관계에서의 제한과 속박에서 모든 사람들을 동등하게 해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자본주의나 민주주의처럼 진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평생 죽을 때까지 일대일 커미트먼트보다 폴리아모리가 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relationship 일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요사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결혼율 출산율 같은 것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
이이적
24.06.01 · 122.♡.247.124
우리도 온가시버시를 쓸 날이 오는 걸까요. -
한한량
24.06.01 · 101.♡.92.91
다부다처제라니… 인간처럼 양육 기간이 긴 동물이 동물의 왕국처럼 시시때때 배우자를 바꿔서 살아가면 파생되는 문제가 많지 않을까요? 법과 제도로 양육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겠지만 자식과 부모 간의 유대관계에는 부작용이 많을 것 같네요. -
EEnlightened
→ 한량 작성자
24.06.01 · 119.♡.35.219
일단 폴리아모러스 패밀리는 시시때때로 배우자를 바꾸는 relationship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마도 오픈 매리지가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무려 8년이나 된 영상이기는 하지만 폴리아모러스 부모에 대한 짧은 유튜브 비디오 한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https://tinyurl.com/25pu6n2t 여기에는 육아와 관련한 폴리아모러스 패밀리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나를 낳으신 분은 한 분의 엄마와 아빠겠지만 내가 자라면서 두 사람의 엄마와 두 사람의 아빠에게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란다면 저는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이미 입양이라는 제도도 오랫동안 실행이 되고 있지만 낳는 것만으로는 부모-자식의 유대가 생기지 않죠. 같이 보내는 시간이 유대를 만들죠. 그 시간 속에서 더 많은 엄마 아빠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
안안즈
24.06.01 · 175.♡.237.180
맞벌이 부부 둘이서 애키우기 힘드니 서너명이 붙어서 두명 키운다고 생각하면 훨씬 낫긴 하네요. 남편둘 아내둘 넷이서 오손도손 사는 것도 갠찮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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