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다른 종교의 신을 어떻게 보는가?
코미

Lv.1 코미 (160.♡.37.88)

2024년 6월 4일 PM 01:02 · 수정됨(14:47)

조회 932 공감 0

인도에선 신에 대해 경배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이 수행을 쌓으면 신도 함부로 하지 못하거나 신을 능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샤트리아 계급이던 비슈와미트라 왕이 수행을 통해 브라만으로 태어나려고 하자, 이러한 카스트 제도에 도전하던 왕을 방해하려고 신들이 방해했는데, 이 짓이 수행자는 수행한 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 우주의 섭리에 어긋나 신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자 결국 브라만으로 환생하게 만들었다는 설화가 있죠.

거기에 인간의 몸으로 천상에 올라가기 위해 노력한 트리샨쿠 왕을 아니꼽게 본 성자 비시슈타와 신들이 그를 천민으로 환생하게 하자, 비슈와미트라 왕이 직접 신통력을 발휘해 천상세계를 만들어 트리샨쿠 왕을 올려 보냈다는 설화도 있죠.

그 외에도 수행을 많이 닦은 브라만이 비슈누 신이 잠자기에 가슴팍을 걷어차자 비슈누가 도리어 위대한 성자께서 나를 발로 어루만져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이러며 아부한 설화도 있죠.

불교의 신에 대한 시각은 이러한 인도의 기본 관념 위에 성립 당시 기준으로 후발주자에 속했던 불교의 상황과 이후 마주치는 여러 타 종교들과 차별성을 가져야 했던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교가 항상 타 종교들과 충돌만 한 것은 아닙니다.

초기경전에 외도들과 불교 사이에서 보여주는 모습 중에는 서로를 인정하거나 평화적으로 관계를 해결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주리반타카 비구의 설법을 얻고 깨달음을 얻은 후 그 자리에서 열반한 세전 바라문이나 불교의 탐진치에 대한 관점과 팔정도에 대한 아난 존자의 설명을 듣고 불교의 교리가 이치에 맞음을 인정한 출가외도 전타 등 종교인도 있고요.

또 밧지국을 멸하려는 마가다국의 대신이 석가모니에게 조언을 얻으러 찾아오자, 석가모니가 아난존자에게 대화하며 넌저시 칠불쇠설을 논하며 밧지족이 그들의 종묘에 제사하고 토착신앙을 잘 믿고 지키는 점을 들어 멸망시킬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밧지족 출신의 자이나교도 시하 장군이 불교에 귀의하려 하자 석가모니가 유명 자이나교도였던 그가 불교에 귀의하면서 자이나교가 받을 사회적 타격을 염려하며 개종을 만류하다 자이나교에 대한 지원도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불교 개종을 허락하는 등 타 종교와 유화적인 모습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교와 타 종교의 마찰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불교 역시 나름대로의 해석과 방안을 내놓게 되는데 총 4가지입니다.

1. 호법신중으로의 편입.

타 종교의 신의 힘을 인정하되, 불교의 부처&보살보다는 그 위격이 낮지만 불교를 돕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한국 사찰에서 흔하게 보이는 삼성각 등도 이러한 편입의 한 예죠.

2. 불교 자체의 흡수.

대승불교의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미륵보살 등 여러 부처&보살 신앙에는 불교와 경쟁하던 타 종교의 신앙 요소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는 불교 자체적으로 타 종교의 신앙요소를 흡수해 불교화한 것입니다.

3. 본지수적설.

이는 동북아시아에 기준 불교와 타 종교와 마찰이 강했던 일본에서 주로 유행한 학설인데, 타 종교의 신/성자는 불교의 부처&보살이 수준이 낮은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그 중생들이 이해할 만한 수준의 존재로 모습을 바꾼 허상이란 겁니다.

즉 타 종교의 가르침은 수준낮은 중생들이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불교를 편집한 것이며 타 종교의 신은 불교의 부처&보살이 원래 정체이며, 불교야말로 그 종교에서 원래 가르치려 했던 근본 가르침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 종교는 불교의 껍데기일 뿐이란 이야기죠.

4. 명왕&수호존의 등장

이쪽은 현재는 밀교가 발전한 일본이나 티베트 등에서 주로 볼 수 있어 현대 한국인에게는 익숙치 않으나, 그 흔적들은 역사자료나 현대 한국불교에도 남아 있습니다.

명왕은 초기 밀교, 수호존은 후기 밀교에 등장하는데 일반적인 불보살의 자비로운 모습(자비존)이 아닌 분노하는 모습(분노존)의 모습을 주로 취하고 있으며 번뇌에서 빠져나올 줄 모르는 중생들을 힘으로서 꾸짖어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고 불교의 적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명왕이나 수호존들은 불교와 충돌을 빚었던 타 종교의 신격들의 요소를 곳곳에서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명왕만 해도 힌두교의 시바 신을 불교에서 어레인지한 것이죠.

댓글 (3)

  • PINECASTLE

    PINECASTLE Lv.1

    24.06.04 · 39.♡.79.180

    3의 이유 + 적절한 번역이 마땅하지 않았던 이유로 인해서 예수회가 일본에 넘어왔을 때, 그것을 안내한 일본인 종자와 관계자가 불교 용어로 번역하여 일본에서는 예수회를 불교의 한 종파로 이해함 → 교토 등에서 열린 불교도와 예수회의 논쟁은 처음에는 이 문제로 시작되었으나, 나중에 예수회가 자신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용어와 설명을 모두 바꿈.

    4의 이유로 다양한 신이 있었던 일본에서, 특히 무장들이 명왕을 비롯한 수호존을 받아들여서 전쟁이나 개인의 신체 수호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함... 이 생각나네요.
  • 코미

    코미 Lv.1 → PINECASTLE 작성자

    24.06.04 · 160.♡.37.88

    1. 아무래도 그런 점도 있는데다가, 크리스트교는 윤회를 부정하고 하나의 신을 인정하므로 불교 교리와는 정반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충돌이 잦았죠.
    2. 예로 가져온 사무라이들에게 인기 좋은 무신 하치만만 해도 불교와 생판 상관없던 신인데 불교화되었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신을 보살이나 권현(곤겐)으로 받아들이다보니 재미있죠. 아타고곤겐이라던가...
  • 가사라

    가사라 Lv.1

    24.06.04 · 112.♡.211.243

    불교에 고유종교를 포섭하면서 삼성각이 생겼듯이, 무속에도 불교를 포용하면서 석가를 몸주로 모시거나 굿에 불교의 형식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문화는 DNA 레벨에서 종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