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사건 관련 글들을 보며 떠오르는 나의 기억들
Peach

Lv.1 Peach (121.♡.233.148)

2024년 6월 5일 PM 04:45 · 수정됨(06. 0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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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모앙으로 넘어오며 눈팅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 유저입니다.


자유게시판 첫 글이 이런 글일줄 몰랐는데..

현생에서는 누구에게든 꺼낼 용기가 없어 이렇게 온라인으로 글이라도 남겨봅니다.

아직 저는 겁쟁이라 나중에 펑할수도요..ㅠㅠ


우선 저는 90년대생, 당시 시골같은 지방 출신입니다.

저는 다사다난한 중, 고등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제게 일어났던 큰 사건들은 모두 제가 피해 측이었습니다.


첫 큰 사건은 중3, 학기 중이었고

저는 그때까지도 바깥세상의 무서움은 하나도 모르는, 그저 온실 속 화초같은,

좋게 말하면 순수 , 안좋게 말하면 머리에 꽃밭(?)ㅋㅋ


사람을 잘 믿고 따랐습니다.

성격 자체가 사람들의 좋은 면을 많이 보는 스타일이고, 좋게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그래서 그 시절을 견뎌온 것 같기도 합니다.


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결론은, 제게 직접적으로 나쁜 짓을 했던 A, B가 있었고 (둘 다 남자, 저보다 1살 위)

친구라 믿었던 여자 C도 한 패였습니다. (이건 나중에 정황으로 알게 됨)


이 사건이 누구에게 알려지는게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인구가 적은 지역 특성상 소문이 나게 되면 모든 사람이 알게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아는게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아무일 없는척했고

A, B, C한테는 피해자인 제가 오히려 누구에든 말하면 경찰에 신고할거라고 말했네요..


남겨진 증거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오로지 사건 후 네이트온으로 A와 나눈 대화가 다였습니다. 이건 백업해뒀었습니다.

그래서 백업본을 빌미로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근데 몇년 후 백업본이 컴퓨터와 함께 안녕...하 컴맹...)


그렇게 불안하고 위태로운, 지옥같은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혼자 독서실에 있을 때마다 손목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아무것도 할 용기는 없지만, 모두 다 평생 불행하길 바라면서.


저들의 인생은 내가 뭘 하지 않아도 하급 인생이 될 것이다.

나는 저들과 남은 평생 절대 마주치지 않도록

공부 열심히 해서 저들이 들어갈 수 없는 대학 가야지. 그리고 아예 소식도 안들어야지.

그렇게 견뎠습니다.


덧붙이자면,

A는 제 사건이 있은 후 얼마되지않아, 또다른학교 여학생을 탐하여 소년원에 다녀왔습니다.

B와 C는 미용계로 진학한건 기억이 나는데, 그 후는 잘 모릅니다.

당시 사건 관련자들의 소식은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고,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여태껏 잘 살아왔습니다.

B의 소식은 성인이 되서 간헐적으로 들었었네요.

고향에서 음식점 한다고. 속으로 망하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요즘 밀양 사건이 대두되면서 그때의 기억이 다시 나더라구요.

궁금했습니다. B의 가게가 잘 있는지. 근데 없어졌네요? 그럼 그렇지.


다시 이름으로 검색합니다. 이름이 특이해서.

어라.. 유튜브에 나오네요? 

새로운 가게를 차려서. 손님의 건강만을 생각하는 장인정신을 가진 음식점 사장으로 인터뷰를 했네요.


시간이 십여년이 흐르고

학생이 아저씨가 되고 체격도 뭣도 모두다 바뀌었지만

한 눈에 알아보았습니다.


그 전에는 말로만 들었는데, 눈으로 보니 말로만 듣던 것과 너무 다릅니다 제가.

극복한줄 알았는데, 심박수가 치솟고 머리가 하얘집니다.

몸은 경직되고 무기력감에 잠식됩니다.


겨우 끝까지 영상을 봤습니다.

잘 살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나고

5천만 국민이 모두 본인의 음식을 먹고 병이 나으면 좋겠다는 위선에 치가 떨립니다.


영상을 보면 딸도 있는 것 같던데,

본인 딸이 아빠의 과거를 알면 지옥이 될까싶어 댓글을 쓰려다가도

나는 증거가 없는데 이게 무슨 의미야 싶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자니 홧병이 나고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가도, 주변인이 아는게 여전히 싫고.

그래서 저를 위로해줄 무언가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사실 저도 제가 뭐가 필요한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명확한건, 공개적 망신이든 뭐든 저는 모르겠고,

본인의 잘못을 지금도 마음속에서라도 품고 있는지

품고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싶었는지.. 지금도 그런지 궁금합니다.


인터뷰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제게 용서를 구해야, 그 후에 제 마음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 모두 속이 곪은 인생을 살고있길, 앞으로도 그렇게 되길 바라며,

이상 저의 넋두리였습니다..


아직 이렇게 글을 올리는게 저에게 좋은건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 주변인이 알게되거나, 저의 심경의 변화가 있거나 해서

후에 펑 할지도 모릅니다..ㅜㅜ 


그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앙님들은 행복한 날들 되세요 ㅎㅎ


댓글 (26)

  • AKANAD

    AKANAD Lv.1

    24.06.05 · 39.♡.28.93

    평안을 찾고 행복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 네로우24

    네로우24 Lv.1

    24.06.05 · 110.♡.202.51

    토닥토닥... 제가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잘 버티셨습니다. 글쓴님도 행복하시길 빌어요
  • 발리스타

    발리스타 Lv.1

    24.06.05 · 172.♡.94.40

    이렇게 용기내어ㅜ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학창시절 지우고싶은 트라우마가 있는데 이렇게나마 오픈된 공간에 글로서 치유받을수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Peach

    Peach Lv.1 → 발리스타 작성자

    24.06.05 · 121.♡.233.148

    정말 트라우마가 엄청나죠.. 글을 썼다 지웠다 수백번 하다가 겨우 올렸는데.. 이게 생각보다 힘이 나네요. 글로 남기는 것 자체로도 생각보다 괜찮네요..ㅎㅎ 댓글 남겨주셔서 더 힘이 되구요. 그래서 발리스타님도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ㅎㅎ 감사드립니다
  • 담벼락을쳐다보고

    담벼락을쳐다보고 Lv.1

    24.06.05 · 59.♡.239.132

    큰 충격이 아직까지 남아 있을 텐데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피치님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 수오재

    수오재 Lv.1

    24.06.05 · 1.♡.100.34

    지금까지 잘 살아오신 것만으로도 장하십니다.. 앞으로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 윰어

    윰어 Lv.1

    24.06.05 · 223.♡.84.49

    그때당시 과거의 기록 증거는 사라졌으나,
    용기를 가지고 현재 다시 가해자들과 접촉하고
    음성녹음을 키고 대화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언제적 얘기를 지금와서 하느냐?'
    혹은
    예전처럼 '누구에게 알리면 죽이겠다' 등등
    이런말을 녹취해낸다면
    과거 범행 자백 증거로서 활용은 불가할까요?

    위로가 먼저겠지만,
    혹시나 사라진 증거로 인해서 억울함과 죄값을 받아내지 못할거라며 포기해버리면 영영 끝나버리니.. 아이디어 남깁니다.
  • Peach

    Peach Lv.1 → 윰어 작성자

    24.06.05 · 121.♡.233.148

    감사합니다 윰어님 ㅎㅎ
    그 생각을 안해본건 아닌데... 경찰 신고는 어차피 늦었다고 생각하고..
    다만 새로운 녹취록이 생긴다면 경찰신고보다는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는게 더 낫지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근데, 그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마음이 단단해지면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음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ㅎㅎ
  • 달짝지근

    달짝지근 Lv.1

    24.06.05 · 125.♡.218.23

    열심히 사신 님이 승리자시죠
    잘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쓴물단거 Lv.1

    24.06.05 · 118.♡.246.124

    피치 님을 응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분이나 지인분도 있으실거고요. 그분들 사이에서 풍요롭고 보람찬 하루하루가 되시길 기원해봅니다.

    저도 소소하지만 화가 쌓이는 일이 생겨서 그렇게 믿으며 살아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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