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서 제일 힘든 순간
Ligo

Lv.1 Ligo (221.♡.217.65)

2024년 6월 5일 PM 08:48 · 수정됨(06. 07. 21:21)

조회 2,557 공감 0

충동적, 순간적으로 이성을 놓는 순간이 종종 생기네요.


말 안듣는, 고집이 생긴 다 큰 아이 아니고, 오늘로 갓 140일째 되는, 이제 열흘 후면 만5개월 되는 아기 얘기입니다.


더럽게 안 먹습니다. 잘먹는 아기들은 하루에 1000ml, 평균적으로는 800ml 이상 먹는다는데, 어제는 300ml대, 오늘은 좀 더 애써서 400ml 간신히 넘기고 지금 밤잠 자고 있어요.


분유거부하는 아기들을 아시나요. 

관련 까페에 들어가보면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글들이 정말 많습니다.  


첫 시작은 3개월 무렵이었어요. 그전까지는 배고프면 허겁지겁 달려들며 먹는 아기였는데, 점점 수유시간이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수유자세만 취해도 울어제끼는, 젖병거부, 분유거부 증상이 심해지더라고요. 

 공기를 많이 삼켜서 힘든가보다 생각하며, 계속 트림시키고 달래가면서 먹였는데, 이게 억지로 먹인 건지, 정말 심각한 분유거부가 왔고, 아기가 배고픈데도 먹는 걸 두려워하고 먹으면서 괴로워하며 우는 증상까지 가서야 저는 이게 단순히 배앓이의 문제가 아닌, 부모의 수유태도에서 비롯된 거부증상임을 인지했습니다. 

 그후 인격수유를 나름대로 엄격하게 진행하고 조금 나아졌는데, 수유량이 600ml 정도에서 더 이상 늘지않아서 조금 더 욕심내다가 다시 거부가 와버렸어요. (수유량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데도, 아기 몸무게가 계속 늘지않고 표준성장곡선에 못미치니 불안해서 조금씩 집착하게 됩니다. 소아과에서 체중이 잘 안느니 더 먹이라고 지켜보자고 한 게 발단이었어요)

젖병, 젖꼭지, 분유, 수유자세 등등 안바꿔본 게 없고, 큰 효과가 없는 걸 봐서는 이건 제 태도에 의한 (은연중에 더 먹이려는….) 문제인 게 분명한 것 같아요.

관련 연구나 영상, 자료 등을 정말 열심히 찾아봤는데, 결국 정답은 하나로 모아지더라고요.

억지로 먹이지 말라는 것. 

아기에게 먹는 것은 당연한것이 아니라 매우 복잡하고 서서히 배워나가야 하는 사회적 스킬이며, 대부분 안먹는 원인은 잘못된 관계 형성(강압적 분위기)에 있다는 것.
아기는 먹는 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아기를 믿어야한다는 것.

  이렇게 이성적으로 잘 아는데도 왜 이렇게 잘 안되고 힘이 들까요…?

어제는 아기가, 4텀을 건너뛰고 거부해서 (전날 저녁 7시에 먹고, 다음날 오후 1시까지…) 그야말로 멘탈이 나가서 진짜 다 포기하고 죽고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탈수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으로만 먹고 있는데, 이렇게 안먹는 애를 보다보면, 정말 아기가 미워져요. 그러면 더 슬퍼지구요.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알 것 같아요. 아기를 믿고, 좀 더 내려놓고 힘을 빼고, 애가 전부인 지금 제 삶과 일상에 좀 더 변화를 주면서 제 정서적 안정감도 챙겨가며 애를 돌 보는 것.

다 알겠는데, 왜 마음은 이렇게 지옥이고 힘든 건지, 왜 알면서 10ml라도 더 먹이려고 간절해지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사실, 몸무게 쑥쑥 늘어가며 통통하게 잘 크는 것만큼, 아기가 앞으로 분유와 이유식을 거쳐, 식사를 하는 시간 자체가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어야하는 거잖아요. 

제가 괴로운 건,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는 수유시간이 반복될 때마다, 자꾸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애가 이렇게 안먹다가 정말 잘 못클까봐 걱정되는 마음 사이에서 계속 왔다갔다, 하는 거예요.


임신, 출산 전에는 제가 이렇게 아기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입덧으로 수액 맞으며 버티는 생활을 거의 만삭까지 하다보니, 임신기간이 행복하고 설레기보다는 모든 일상이 사라지는 시간이었고,

 30대 후반에 초산이다보니, 자연분만을 정말 힘들 게 한, 그래서 출산 후에 몸이 작살나서, 제 몸 건사하느라 신생아를 제대로 예뻐하고 돌 볼 여력이 안되었어요.

 지금은, 절 보고 방긋방긋 웃어주는 우리 아기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예뻐졌는데,

육아를 하면서… 아 이렇게 사랑스러운 내 아기가 단순히 잘 안먹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미워지기는 감정이 들기도 하는구나, 느낍니다.

 아이를 대하는 감정, 태도, 정말 단순화 할 수 없는 거군요.


앞으로 애를 키우면서 이런 비슷한 일들이 수없이 생길텐데, 그때마다 애를 미워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제 마음을 더 단단히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다모앙에는 이미 이런 일들을 수없이 경험했을 선배님들이 많을 것 같아, 

오늘 따라 안 먹는 아기가 미워진 것이 너무 슬퍼져서, 두서없이 첫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댓글 (51)

  • B

    Blueangel Lv.1

    24.06.05 · 180.♡.254.200

    잘먹는 애랑 비교하면 답 안나옵니다
    어른도 쯔양같은 사람도있고 산다라박같은 사람도있고. 애도 다양한것이 당연한거고 너무 몰입하면 힘들어요 심각한 저체중만 아니면...
    분유정도에 힘빼면 이유식은 진짜 지옥입니다. 내가 들이는 노력에 좋은 식재료. 저같은 경우에 나는 미국소먹어도 애는 한우먹이는데 뱉고 안먹으면 ㅠㅠ.

    어느정도 포기해야 살수있어요.
    37개월 우리집 아이는 어린이집에선 점심 두그릇 먹는 앤데 주말에는 하루 한끼 잘하면 두끼 먹습니다. 그냥 줘서 먹음 먹고 아니면 제가 먹어요
    저는 집에서 어른밥을 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요. 밥이 매일 큰 이벤트지만 스트레스는 안받고 살아요 힘내세요. 보고 배운 정보들에서 벗어나야됩니다.
  • Ligo

    Ligo Lv.1 → Blueangel 작성자

    24.06.05 · 221.♡.217.65

    경험담과 조언 감사합니다ㅠㅠ 이유식은 더 전쟁이라니, 곧 앞둔 입장에서 저도 멘탈관리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분유는 그냥 타서 안먹으면 끝이지만, 열심히 좋은 식재료 다듬고 조리해서 준비했는데, 안먹으면 얼마나 더 화가 날지... 그럼에도 그려려니, 스트레스 안받는 연습을 조금씩 해나가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B

    Blueangel Lv.1 → Ligo

    24.06.05 · 180.♡.254.200

    이유식 단계에서 다양한 식재경험도 하지만 알러지반응도 체크해야되서 버리는거 많아요 또 핸드메이드라 보관도 오래 못하니 자주 다양하게 만들어야하구요. 재료구매부터 요리까지 경험상에 제일 힘들어요. 지금은 짜장면 시켜서 같이 먹기도 하니 수월하기도 한데 이유식은 진짜 매일 눈물입니다. 그냥 적당한 자기선을 찾아야되요 최선 최고 이게 답이 아니에요. 빠른 손절이 답이에요 적당히 먹이고 덜 열받고 애랑 잘 놀아주는게 더 나은것 같아요
    생각보다 사람구실하는 시기가 오는데 오래 걸려요. 장기전입니다
  • Ligo

    Ligo Lv.1 → Blueangel 작성자

    24.06.05 · 221.♡.217.65

    이유식은 좀 더 큰 각오가 필요하군요. 제 마음부터 단단히 해보겠습니다. 장기전을 대비해볼게요ㅠㅠ
  • Ligo

    Ligo Lv.1 → Blueangel 작성자

    24.06.05 · 221.♡.217.65

    빠른 손절, 적당히 먹이고 열안받기... 저한테 가장 필요한 지침이네요. 감사합니다!
  • B

    Blueangel Lv.1 → Ligo

    24.06.05 · 180.♡.254.200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내가 괜찮으면 식사시간에 장난치며 재밌게 먹일수있는데 빡쳐있으면 분위기 다운상태에서 먹일수밖에 없어요
    저희 애는 분유먹을땐 97퍼 99퍼 였다가 유아식부터 쭉 잘 안먹어서 지금 44퍼에요. 진짜 넘. 힘들면 짜파게티먹여요.
    전엔 짜장 만들어서 우동면에 주고 했는데 안먹으면 극대노 ㅠㅠ. 짜파게티는 잘먹더라구요. 오늘은 토마토 파스타가 입에 맞았는지 잘먹던데 저번달까진 안먹었거든요. 시간이 답이에요. 정말 힘내시고 화이팅입니다.
  • 북풍한타 Lv.1

    24.06.05 · 221.♡.162.171

    일단 독박육아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남편을 협박하든, 친척을 동원하든, 돈을 쓰든, 어쨌든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좀 확보하세요. 매일이면 좋겠지만 주말이든 , 2-3일에 한 번이든 어쨌든 최선을 다해 육아에서 해방된 시간을 늘리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딱 그 시절이 산후 우울증 제일 위험한 시기입니다. 육아 난이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줄어듭니다. 불안불안하고 걱정이 산깉아도 아이는 제대로 크고요, 저희 아이도 왜 이렇게 못 걷지 왜 이리 느리지 하는데 돐잔치 전날 서서 걸었고, 말을 왜 이리 못하지 언어치료 다녀야 하나 이랬는데 지금은 엄마랑 따박따박 말대꾸하며 잘만 싸웁니다. 아이는 나의 분신이기도 하지만 또한 독립적인 생명입니다. 자기 혼자 크는 힘도 강합니다. 아이를 돌봐야 하지만 자신을 돌보는 것도 게을리하지 마세요. 그것도 육아입니다.
  • Ligo

    Ligo Lv.1 → 북풍한타 작성자

    24.06.05 · 221.♡.217.65

    아이를 독립적인 주체로 바라보고 대하는 것, 아직 몇개월 된 어린 아기일지라도, 내 맘대로 움직여주거나 따라주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생각보다 아이는 강하고, 그걸 믿어줘야한다는 것도요.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육아의 한부분이라는 말, 새겨들어야겠습니다. (독박육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기랑 계속 붙어있다보니 저만의 시간확보가 안되는 것도 큰 것 같아요. 일상적 변화를 줘보고, 우울감이 해소가 안되면 의학적 도움도 받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단아

    단아 Lv.1

    24.06.05 · 49.♡.59.243

    제가 먹이는걸로 이야기하면..눈물나는 사람입니다.
    안먹으니 변비오고 변비오니 안먹고..그럼 어떤일이 생기냐면요. 아이가 뭘 먹이면 계속 토를 합니다. 속이 가스로 가득차있거든요. 관장약 하나로는 소용도 없어요. 자주 파줘야했는데 그것도 걱정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니까요..(뭘 팠을까요^^;) 아무튼 무슨 뫼비우스의 띠입니다. 굶겨봤다가 애 경기 오고 의사쌤께 혼났습니다. 억지로 한숟가락이라도 먹이려고 엄마가 쫓아다녀야하는 아이라고. 그런 아이도 있는거라고.

    그런 남자아이가 이제 중2인데.. 키는 165인데 몸무게가 45키로입니다. 그래도 어릴때 생각하면 용된겁니다...시간은 지나고 아이는 어쨌든 큽니다. 그 세월의 엄마의 눈물이 한가득입니다..

    참..양 늘리는 시중 제품들도 먹여봤는데요. 아연이라든가 잘크톤이라든가...그걸 먹일 방법이 없더라구요..그거 먹을 정도면 그래도 먹는 아이인겁니다. 애기들 좋아하는 비타민도 몇번 빨다 뱉어내는 아이였어요..흑..
  • 단아

    단아 Lv.1 → 단아

    24.06.05 · 49.♡.59.243

    참..덧붙여 쓰자면 몸무게가 항상 상위 1퍼인 아이였어요. 너무 적게나가서요...1퍼면 3차병원 피검사가 요구됩니다..뭐 그런 아이도 어쨌든 지금 중학생이고..여전히 말라 엄마 속을 애태우지만..크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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