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만 되면 생각나는 198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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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djshadow (61.♡.95.48)

2024년 6월 10일 AM 09:48 · 수정됨(19:14)

조회 2,257 공감 0

저는 홍대앞, 지금의 상수역 부근에 살았었는데, 홍대 터가 워낙에 좁아서 연대만큼 데모도 못하고 막 그랬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홍대 연대에 비하면 멋없단 소리를 가끔 들었죠. 1987년 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여튼, 며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은 드디어 홍대도 데모다운 데모를 했습니다. 극동방송국앞에서 형들 누나들(대부분 형들이었지만) 뭐라고 얘기를 하는데 앞에 말은 안들리고 뒤에 '군부독재 타도하자'라는 말은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그러면서 꼭 뒤에 다시 외치던.


'민주화를 사랑하는 이한열을 살려내라!'


극동방송국 건너편에 슈퍼가 있습니다. 꿀벌부동산 있는 바로 옆 꿀벌슈퍼, 지금은 GS25가 된 것 같은데 그때도 꿀벌슈퍼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슈퍼라고 하기에 좀 민망한 사이즈였지만 여튼 그런 가게가 있었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거기서 빵이랑 우유랑 엄청 많이 사시더니 형들 누나들 데모하는 데 앞으로 가서 말없이 빵 우유 꾸러미를 놓고 가셨습니다. 형 누나들은 모두 박수로 감사의 인사를 보냈고, 옆에 있던 시민들도 그분에게 잔잔히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 이 형 누나들 하는게 좋은 일이구나.' 라고 생각했고, 그 어른이 참 멋져 보였드랬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형 누나들은 절반정도를 나누어 지금의 상수역 부근에서 대치하고 있는 전경들에게 가지고 갑니다. 같이 나눠먹자는 얘기지요. 그렇게 발걸음을 하자 시민들은 또 박수를 칩니다. 나중에 알고 나서 보니, 데모하는 형 누나들의 친구들이 전경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었던 거였고, 친구들과 같이 나눠 먹고 싶다는 표시를 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을 수 없는 전경의 우두머리는 짐을 물렀고, 얼마 후에는 전경측에서는 스피커로 해산하지 않으면 최루탄을 쏘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통첩이 있는 지 5분이 되었을까, 최루탄이 발사 되었고 매캐한 연기와 함께 눈물을 참을 수 없던 저는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전까지는 스크럼을 짜고있던 형/누나들의 뒷쪽에서 처음으로 기차놀이도 보고 그랬죠. '삼천만이 잠들었을때 우리는 깨어…' 노랫소리와 함께. 저의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거기 앞에서 그랬었어???' 하고 놀랩니다.


사는 지역에 따라, 나이에 따라,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던 1987년 6월. 생각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시는 분들은 경험 살려서 많이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민주화 운동이 벼슬이냐 얘기하며 큰 기득권처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랬던 사람들도 일부 있다고 생각도 하지만, 이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K-어쩌고 하는 문화 중흥기를 가져오게 된 발판도 결국은 독재타도와 민주화의 씨앗이 뿌려지며 사람들 생각의 족쇄가 풀리고 자유로와진 결과라고 봅니다.


그때도 뉴스는 학생들 데모관련 몇명을 잡아들였다 막 그런 얘기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한열 얘기가 나오면 항상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어서 듣기 싫어할테니 ㅋㅋ 오늘은 여기다...

댓글 (25)

  • 2Reds

    2Reds Lv.1

    24.06.10 · 211.♡.1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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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

    djshadow Lv.1 → 2Reds 작성자

    24.06.10 · 61.♡.9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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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건

    케이건 Lv.1

    24.06.10 · 168.♡.154.90

    연도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그 시절에는 참 데모들을 자주 했었습니다.
    학교가 세종대 근처라서.. 건대와 세종대.. 매캐한 최루탄 냄새를 종종 맡곤 했죠. 근처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이라..
    어릴 때부터 키가 커서 경찰한테 잡혀서 가방 검사 당한 적도 있고요. 기껏해봐야 국민학생, 중학생이었는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중에서야 알게 됐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에는 너무 어렸거든요...
  • D

    djshadow Lv.1 → 케이건 작성자

    24.06.10 · 61.♡.95.48

    저는 그때 초등학생이어서 뭘 몰랐지만, 중학생 정도가 되니 한두번 가방 검사 당한적이 있었죠. 중학생인데요? 해도 소용없습니다 ㅎㅎ 게다가 사는 곳이 대학교가 많으니. 범 홍대-이대-서강대-연대 지역에 사는 분들중 불심검문에 한번쯤은 당해봤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벽오동심은뜻은

    벽오동심은뜻은 Lv.1

    24.06.10 · 128.♡.187.153

    박종철 이한열은 5공 독재를 무너뜨린 찬란하고 가슴아픈 아이콘입니다
  • D

    djshadow Lv.1 → 벽오동심은뜻은 작성자

    24.06.10 · 61.♡.95.48

    그렇습니다. 박종철 이한열 두 분에게 이때만 되면 (신자가 아님에도) 항상 감사 기도를 합니다.
  • 기억하라3월28일

    기억하라3월28일 Lv.1

    24.06.10 · 117.♡.23.163

    슈파라고 하기 좀 그런 사이즈면
    점빵이죠
  • D

    djshadow Lv.1 → 기억하라3월28일 작성자

    24.06.10 · 61.♡.95.48

    제 유년 시절부터 그곳을 지금까지 슈퍼로서 지켜왔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그 곳에 대한 '존중'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 두우비

    두우비 Lv.1

    24.06.10 · 211.♡.171.112

    87년 6월10일에 시내 버스타고 남대문앞 지나갈때,
    공권력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그 시절 성난 시민들의 절규를 직접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 D

    djshadow Lv.1 → 두우비 작성자

    24.06.10 · 61.♡.95.48

    실제로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만나서 들어본 적은 없어요. 제 주위에 그런 분들이 많이 안사시나... 그러기에 저의 보잘것 없는 경험이지만 나누고싶은 차원에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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