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게 참 간사하네요

Lv.1 하늘색 (222.♡.33.240)

2024년 6월 13일 PM 08:45 · 수정됨(06. 14. 01:44)

조회 1,647 공감 0

간사하다라는 건 제 이야기입니다.

먼저 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 낮에는 안그래도 더운데 이런 저런 업무하느라 힘든 상태에서

(개인적인 일이지만 잠도 늦게 자서 평소보다 수면 시간도 짧아서 더 피곤했고요)

이제 저녁에 다른 분들 퇴근하시고 이제 혼자서 당직 서는 시간이니 일단 저녁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한통 오더라구요.


항상 밥먹고 있거나 양치하거나 씻고 있을때 전화가 오면 좀 신경쓰이긴 합니다.

밥먹는 도중에 전화가 와서 살짝 짜증이 나긴 했지만 그거야 뭐 이쪽 사정이고 전화로는 티를 안내면서 무슨 일이시냐고 여쭤보는데

도어락이 고장이나서 밖으로 못 나가고 있고 도어락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밖에서 열면 열릴 거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좀 도와 달라는 전화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상황에는 짜증이 나는 상황이니 엄청 짜증내시면서 당연하게 요구하시는데 이 분은 목소리도 말투도 정중하셨고 딱 느낌이 부탁한다는 느낌이 들게 말씀하시더군요.

이런 경우 솔직히 민원 전화 열분에 한분 될까 말까합니다.


근데 묘하게 목소리가 익숙하면서 기분이 안좋더라구요. 말투나 태도에서 기분나쁠 일이 하나도 없는데말이죠.

혹시 통화 내역을 보니 통화 내역이 주르륵…

보통 안좋은 신호입니다. 전화를 자주 하시는 분들중에 기분 좋으신 분들이 안계시거든요.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통화녹음을 살짝 들어보니 다른 집 차가 주차를 x같이 해놨다고 욕설이 섞인 말로 짜증내는 전화…

기억이 나더라구요. 방금 전 정중한 말투와 완전 다른 사람인 듯한 말투였습니다. 그리고 그게 관리사무소에 흔하게 오는 전화였죠.


그 순간 기분이 더 안좋아졌지만 뭐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일단 도착해서 

불러주시는 대로 비밀번호를 누르니 다행히 열리더군요.

그리고 보통은 괜찮으세요? 더 도와드릴 일은 없으신가요? 라고 좀 친절하게 묻는 편인데

기분이 유쾌하진 않아서 문이 열리고 이제 괜찮으세요? 라고 약간 드라이하게 말하고는 바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기분 나쁜 티를 내거나 그렇진 않았을거고 티가 안나도록 조심하긴 했습니다만 약간 쌀쌀맞다라거나 그런 느낌은 충분히 받으실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몇 분 안걸렸지만 그 사이에 식은 밥을 먹고 잠시 쉬는데 다시 전화가 오네요.

방금 그 분인데 고마워서 음료수를 가지고 왔다고요.

물론 음료수 별거 아닙니다. 가끔씩 억지부리시고 음료수를 약간 보수처럼 주시는 분도 계신데 음료수 안받아도 되니 말이라고 좀 곱해 해주시기를 바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돌아오기 전에 그 자리에서 바로 주신 것도 아니고 친절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들지도 않았던 직원에게 굳이 찾아와서 음료를 건내기가 쉽지 않잖아요.

느낌이 너무 묘하네요. 이 경우는 감사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감사의 표현이나 사과의 표현을 하기가 쉽지가 않고 또 친밀감이 들지 않는 사람에게 먼저 그러리기 쉽지 않다는 걸 알다보니 좀 더 친절하지 못했던게 죄송하고 어쩔줄 모르겠더군요.

도어락이나 상황이 그렇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밥먹다가 심부름에 가까운 일을 했다는 기분 나쁜게 다 풀리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어릴때는 약간 외모에 컴플렉스도 있고 자존감도 낮은 편이어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더 웃으면서 친절하게 하려고 했고

또 그걸로 약간 호구? 처럼 스스로 느껴지기도 하고 실제로 가끔은 그렇게 막대하는 사람들도 만나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나 고민도 했는데


지금은 나이도 들고 조금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기분 나쁜 일에 대해 솔직히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생기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또 업무적으로는 겉으로 나타나는 태도가 좀 더 컨트롤이 잘되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오늘 이런 일이 생기네요.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 (10)

  • 안녕클리앙

    안녕클리앙 Lv.1

    24.06.13 · 27.♡.210.216

    수고하셨네요
  • 난난나나난나

    난난나나난나 Lv.1

    24.06.13 · 113.♡.122.131

    이런 글 너무 좋네요. 어색함도 놀라움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너무 생생한 글입니다. 솔직하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 diynbetterlife

    diynbetterlife Lv.1 → 난난나나난나

    24.06.13 · 220.♡.37.28

    +1 입니당 좋은글이예요..
  • 비읍

    비읍 Lv.1

    24.06.13 · 116.♡.148.36

    진짜 사람의 감정을 나쁘게 하고 또 좋게 하는게 큰게 아니더라구요.
  • 노마드5

    노마드5 Lv.1

    24.06.13 · 118.♡.13.18

    오랫만에 곱씹으며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ynwa2002

    ynwa2002 Lv.1

    24.06.13 · 125.♡.108.84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emo:damoang-emo-003.gif:50}
  • 까만거북이

    까만거북이 Lv.1

    24.06.13 · 221.♡.214.237

    이런 감정들이 사람 사는 세상이겠죠.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 J제이

    J제이 Lv.1

    24.06.13 · 121.♡.179.233

    포장되지 않은 솔직한 감정표현이 잘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사람이 참 작은 일 하나에도 감정이 이리저리 바뀐다는게 어찌 보면 불편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축복같기도 하네요. ㅎㅎㅎ
  • 500원

    500원 Lv.1

    24.06.14 · 223.♡.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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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ja91

    junja91 Lv.1

    24.06.14 · 192.♡.9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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