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잘 해보려고 그랬다 "
사람만이희망이다

Lv.1 사람만이희망이다 (118.♡.154.229)

2024년 6월 17일 PM 09:14 · 수정됨(23:43)

조회 2,439 공감 0



아주 오래전에 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잘해보려고 그랬다.”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럼 잘하지, 그러셨어요’
뱉어내지는 않았지만, 그때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잘해보려고 했으면 잘했어야지요 하고요.
스물몇 살의 저는 그랬어요.


그 이야기를 들었던 나이만큼 시간이 더 흘러서
저는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지금 어느 순간 그렇게 ‘아!’하고 이해한 게 아니라
매해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죠.
‘아! 온 마음을 다 써서 잘해보려고 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
‘핑계일 수도 있지만 정말 그런 게 있구나’
말하면 다 되는 줄 알았던 나이,
입체의 이야기를 평면으로 바라보던 나이,
그런 나이를 지나
이제 저는
그게 정말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모질게 대하고 무시하고 그래서 그랬나 봐요.
생전 그런 말 안 하시던 양반이,
아니 대화도 거의 없던 사람이
한 방에 훅 그런 말씀을 하셔서 사실 조금은 놀랐습니다.
“나도.. 잘해보려고 그랬다”
그 말 뒤에 어떤 말도 붙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그 한마디였습니다.
그때는 그 한마디 안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녹아있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나도...’라는 말 뒤에 잠시 말이 흐렸던 그 찰나에
수십 년간의 사연이 담겨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의 그 이해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 모든 것을 덮지는 않아요.
그저 그때의 일이
지금 내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사람의 일들을,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그들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그때의 나는
“잘해보려고 그랬다”라는 얘기에
“잘하지,그랬어요” 라고 대답했고

지금의 나는
“잘해보려고 그랬다”라는 얘기에
“뭐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까지는 모르겠고
‘조금 더 이해하는’ 사람까지는 온 것 같아요.

나의 다음이,
‘조금 더 이해하고 용서하는 사람’까지 였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아버지가 있던 풍경이 그리운 월요일 밤이네요..

댓글 (9)

  • 매더 Lv.1

    24.06.17 · 175.♡.35.80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
  • 크리안

    크리안 Lv.1

    24.06.17 · 58.♡.210.48

    “나도 잘해보려고 그랬다.” = "내가 잘못한거 인정한다"
  • Castle

    Castle Lv.1

    24.06.17 · 211.♡.113.188

    참 삶이란 어려운거 같습니다.
  • 무명

    무명 Lv.1 → Castle

    24.06.17 · 183.♡.3.86

    공감 합니다.[https://s3.damoang.net/data/editor/2406/comment_3076850518_OePHEuiG_43e54778b865d685725c542b58d57449a94249f2.gif]
  • MoonKnight

    MoonKnight Lv.1

    24.06.17 · 211.♡.144.214

    어떤 사람이 타인의 삶을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타인을 제 어깨에 올려둔것은 결혼을 하고 몇 년 후 아이를 가지고 또 몇 년 후 둘째가 태어났을 때이죠
    그나마 그때 제 나이 35세

    그런 무게를 제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를 24세에 짊어지게 되셨죠
    평생을 짊어지셨을 그 무게...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문에 "나도...잘해보려고 그랬다"는 저 한테 정말 크게 다가 옵니다
    실패를 했다고 해도 그 아버지의 노력이 폄훼되면 안된다고 생각이 드네요
  • x파리도새다

    x파리도새다 Lv.1

    24.06.17 · 61.♡.120.4

    쉽지 않죠 .. 뭐 그냥 그래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고 쉽게 툭툭 날카롭게 나가는 말들이 많이 한것을
    반성하면서 안할려구 하는데 .
    쉽지 않네요. 뭐 그냥 그래요.

    그래서 제 자신에게 말들을 더 많은 핑계 대는것 같아요.
    내가 능력이 부족하여, 노안으로 잘 안보여서, 늙어서, 머리가 나빠서 등등
  • DUNHILL

    DUNHILL Lv.1

    24.06.17 · 118.♡.13.79

    훌쩍~
  • 불곰

    불곰 Lv.1

    24.06.17 · 86.♡.12.171

    좋은 글엔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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