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가 감사하게 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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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둘째 아이가 아프면서 혼자도
많이 울고 여기서도 많이 울고
위로와 응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댓글로, 또 쪽지로 전해주시는
마음에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따뜻함을 느낍니다.
기도해주신다는 분들께는
염치 없지만 사양하지 않았고,
따로 연락해서 기도해주시는
신부님까지 계신 다모앙에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의 적응력이 대단한 것인지
초조함과 날카로운 칼로 쉼 없이
가슴을 후비는 고통도 시간의 힘으로
조금씩 무뎌져 가는 것 같습니다.
아빠이고 가장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강해야 했지만 아이앞에서마저
울곤 하는 참 답 없는 아빠의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니 정리되는 것들이
좀 생기고 있습니다.
울고 힘들어하는 부정적인 기운이
결국 아이에게 전해질꺼라는 것.
설혹 그게 아니어도 결코 좋을 수
없다는 것.
아이 건강을 위해 공부하고,
기도하고,
병원에 가는 것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지켜주는 것.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여서 그것부터
하고 울기로 합니다.
도서관에 등록해서 면역 관련된
책들을 닥치는대로 보며 공부하고,
낮에 한번, 밤에 한번 성당에 가서
묵주기도를 하고,
좀 뜬금 없지만 아이를 웃겨주려고
노력합니다.
덕분에 외래에 가도 있기가 좀
덜 힘들어졌습니다.
아이가 보채기 시작하면 달래다가
지치곤 했는데 이제 울면 목마 태워
밖에 잠시 데리고 나가서 말도
안되는 성대묘사를 하며 아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돌곤 합니다.
마스크의 힘으로 덜 창피하고,
아이가 웃으면 저도 웃습니다.
아이가 안정이 되면 책을 봅니다.
그리고 기도를 합니다. 적어도 이 곳에
많은 아픈 아이들과 우리 아이에게
건강을 허락해달라고
그리고 함께 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그 가족들에게 평화를 구한다고
기도합니다.
세브란스도 27일부터 총파업으로
되어 있어서 사실 너무 두려웠습니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또 그나마
제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를 못하게 될 수 있는
생각에 막막했는데 외래 예약이
다시 잡히고, 혹시 모르니 27일 전에
한번이라도 더 외래 오고 싶다고 하니
우선 각 교수님들의 의견이 먼저이고,
담당 교수님은 아이들을 보겠다고
하셔서 아주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바뀌지 않는한 진료가 계속될꺼라고
안심시켜주시는 간호사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평범해서 당연히 누리는 것이라
생각했던 평온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생각하고
엄청 그립습니다.
한동안은 내가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이미 숨막히게 살던 삶에 숨통을 끊으려고
이러나 했는데 지금은 가까운 지인들부터
다른 분들의 평온한 일상을 말 없이 보곤 합니다.
부럽고,
그립고,
언젠간 나도.
하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아직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위로와 응원 그리고 기도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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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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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1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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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12 17:02
대끼리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