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기자...선거판을 흔드는 나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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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톤치드 172.♡.218.177
작성일 2024.04.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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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을 흔드는 나쁜 손


지진으로 건물 일부가 무너지면서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빌딩 사진 위로 ‘전국 50곳 수백 표 차로 결판’이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공교롭게도 4.10 총선 기사와 대만의 지진 피해 사진이 1면에 나란히 게재된 건데,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윤석열 정권이 저렇게 무너지고 있구나. 선거판도 저렇게 기울었는데, 조선일보는 박빙이라고 우기고 있구나. 수백 표 차이로 결판이 날 수 있으니 보수 유권자들을 절대 투표를 포기하지 말라는 지령을 내리는 거구나. 


민심이 드러날수록 조선일보의 불안과 초조가 깊어지는구나. 조선일보가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도 아닌데 왜 그럴까?


그 옆으로 재외 투표율 62.8%는 선관위의 과대 포장이라는 기사가 배치되어 있다. 투표율 산정 방식이야 예전에 해오던 방식 그대로일 것이고 그렇게 산출된 투표율인 62.8%일 텐데, 선관위가 과대 포장을 한 거라고 시비를 거는 기사의 행간에선 조선일보는 지금 몹시 불안하고 초조하여 좌불안석이고 전전긍긍이라는 심리상태가 읽혀진다.


조선일보가 수도권 격전지 5곳에 대한 여론조사를 의뢰했더니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앞서는 걸로 나왔단다. 앞설 뿐만 아니라 지지율 차이로 보면 박빙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초조할 것이다. 선거판을 흔들 무언가 있어야 하는데 '동업자' 대통령 윤석열은 '대파 한 단에 875원 합리적'이라는 염장질 발언으로 모자라 선전포고 같은 담화문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 붓고 부채질을 하니 답답하여 속이 터질 지경일 것이다.


이틀 전(4월 2일) 조선일보에는 여당 후보들은 빨간색 점퍼 대신에 흰색 점퍼를 입는 후보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여당을 향한 민심이 험악하니 국민의힘 후보라는 걸 당당하게 드러낼 수 없어 빨간색 점퍼 대신 당명마저 작게 쓴 흰색 점퍼를 입는다는 것인데,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그 후보들이 누구인지 자세히 나열하였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유의동 후보(경기 평택병),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리고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지낸 이원모 후보(경기 용인 갑),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박민식 후보(서울 강서을) 등 대표적인 친윤 후보들마저 빨간색 '국민의힘' 점퍼를 버리고 흰색 점퍼로 갈아입었다고 한다.


'대파 한 뿌리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수정 후보(경기 수원정), 재선의 이용호 후보(서울 서대문갑, 강남에서 부천으로 지역구를 옮긴 박성중 후보(경기 부천을), 김재섭 후보(서울 도봉갑), 윤석열 대통령은 차라리 탈당하라는 함운경 후보(서울 마포을)도 흰색 점퍼를 입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며 마치 배신자 낙인이라도 찍듯이 한 명씩 이름과 지역구를 나열했었다.


어제(4월 3일) 동아일보에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하는 기사가 실렸다.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 10명 중에 7명은 자기의 선거공보물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을 싣지 않았다는 기사였다. 대통령의 임기가 중간 지점을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여당 후보들이 자기의 선거 공보물에 대통령 사진을 싣지 않았다는 건, 대통령이 선거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고 여당 내부에서 레임덕 현상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징후다.


그 기사에 놀라서 그랬을까, 오늘(4월 4일) 조선일보에는 <"중도층 잡아라"... 공보물서 사라진 윤석열 이재명>이란 기사가 실렸다. 기사 내용은 볼 것도 없다. 제목만으로도 조선일보가 뭔 말을 하려는 건지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이런 거다. 선거공보물에서 윤석열만 사라진 게 아니고 이재명도 사라졌으니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흔들리지 말라는 거다. 이런 걸 언론계 전문용어로 '물귀신 작전'이라고도 하고 '물타기'라고도 한다. 이럴 때의 독자는 언론소비자로서의 독자가 아니라 대중심리전의 대상이고 울타리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도록 단속해야 하는 집토끼들이다. 


사전 모의를 했거나 같은 지령을 받기라도 했는지 공교롭게도 중앙일보에도 그런 기사가 실렸다.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아 국민의힘 후보는 선거공보물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빼고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 대표의 사진을 뺐다는 기사인데, 몇 줄 읽다가 구역질이 나서 포기했다.


중앙일보는 비호감 정치가 선거 공식을 바꿔 벌어진 현상이라는데, 정치를 비호감으로 만든 건 윤석열 대통령이고 조선일보를 선두로 하는 수구 언론이다. 이재명 대표는 그 프레임의 피해자이고. 그런데 비호감 정치가 선거 공식을 바꿨다고?


민주당의 일부 후보들이 선거공보물에 이재명 사진을 쓰지 않은 건 친명 마케팅을 하지 않고 거리 두기를 하기 때문이란다. 미치겠다.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비명횡사' 프레임을 씌우고 ‘이재명 사당화'라고 악담을 퍼부었는데 친명 마케팅도 하지 않고 거리 두기를 한다는 건 '비명횡사' 주장도 '이재명 사당화' 주장도 억지였다는 거 아닌가. 


중앙일보는 대중선동의 억지 프레임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비호감 이미지'를 덧칠하려는 악의가 있었다는 걸 얼떨결에 자백하는 거 아닌가. 물론 중앙일보만 그랬던 건 아니고 조선일보는 더 심했지만.


조선일보는 언론이 아니다. 특정 정파의 선전지라 하는 게 옳다. 하루라도 거르면 입에 가시가 돋기라도 하는지 조선일보의 지면에는 검증을 빙자한 야당 후보 물고 뜯기가 빠지는 날이 없다.


나도 기자로 밥 먹고 살았다. 조선일보의 야당 후보 헐뜯기 기사를 볼 때마다 이런 의문이 든다. 이 기사는 정보기관이나 검찰의 협조가 없다면 기자가 취재하기 거의 불가능한 건데, 조선일보는 대체 이런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하는 걸까? 누군가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적시에 조선일보에 제공하는 걸까? 


오늘 조선일보에는 김준혁 후보의 '김활란 발언'을 여성 비하로 몰고 가는 기사가 한 면 가득 실렸다. 이화여대 초대 총장을 지낸 김활란은 이화여대 출신의 대표적인 친일파이고 일제 암흑기와 미 군정기에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조선일보가 발간한 '조선일보 100년사'를 취재 목적으로 읽다가 피식 웃은 적이 있다. 일제 치하의 조선일보는 식민지 암흑을 밝히는 한 줄기 빛이었단다. 그때는 총독부가 무서워 기사로 저항할 수는 없었지만 기사의 행간에는 민족정기가 살아 있었단다. 그때의 조선일보 기자들은 행간에 민족 정기를 우겨 넣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요즘 조선일보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권력이 무서워 겉으로는 두둔하고 찬양하지만 행간에 저항의 의지를 숨기기라도 하면 좋겠다. 야당과 야당 지도자에겐 악담과 험담을 배설하지만 행간에선 본의가 아니라는 걸 슬쩍 비치기라도 하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일은 없다. 


오늘도 그랬다. 김창균 논설주간은 기명 칼럼에서 대선과 달리 총선은 예측이 맞지 않을 때가 많으니 지금의 판세에 기죽지 말라고 보수진영 유권자들을 도닥인다. 보수진영의 '샤이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은 탓도 있으니 요즘 나오는 여론조사에 흔들리지 말라고 혹세무민의 주문을 건다.


막판 위기감을 느낀 보수 유권자들이 최대한 결집하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단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화가 난 유권자들이 총궐기하여 여당 100석이 무너지면 '김건희 특별법'을 거부할 수도 없고,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도 입법으로 무력화시킬 수도 있단다. 


그런 '비상 사태'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보수 유권자들은 결집하라는 '총동원령'인데, 그것이 내 귀에는 '보수여, 결집하여 망국의 길로 가자'는 선동으로 들려 섬뜩하였다. 선동꾼이 된 기자의 확증편향이 행간을 뚫고 나오는 듯하여 더 섬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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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 페이지

gar201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gar201 (162.♡.90.94)
작성일 2024.04.04 21:16
도봉갑이 경합이라니 격전지 탈락인데.. 그냥 갖다붙이네요

쿨베어님의 댓글

작성자 쿨베어 (172.♡.215.73)
작성일 2024.04.04 21:20
생전에 폐간되는 꼴을 봐야 하는데 말이죠

장군멍군님의 댓글

작성자 장군멍군 (172.♡.223.68)
작성일 2024.04.04 21:22
조국혁신당은 당 공식 성명에서 2차례에 걸쳐 "조선일보는 국짐당 기관지다"라고 규정했죠
"조선일보는 차라리 선수로 뛰라"고도 했구요
저 기사들만 봐도 조선일보가 국짐당 기관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게 더 힘들 지경까지 왔습니다
조국혁신당이본격적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조선일보는 아마 폐간할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일본제국이 한반도를 도망치듯 떠나면서 세종로 한 복판에 박아 놓은 일제의 쇠말뚝을 완전히 뽑아 버릴 때가 눈 앞에 가까워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밀누룽지님의 댓글

작성자 밀누룽지 (172.♡.210.200)
작성일 2024.04.04 21:47
조중동 대주주 기업들 분기별로 세무조사 꼭 해줬음 좋겠네요. 폐간보다 그게 더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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