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만만한 사회

Lv.1 수필 (218.♡.227.59)

2024년 6월 22일 PM 12:35 · 수정됨(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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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G4znUoi2_9g


많은 분들이 G식백과 김성회씨가 올린 이 영상을 봤을 겁니다.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KBS 스모킹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2012년에 발생한 '만삭아내를 살인한 의사' 사건을 다루면서 그 원인으로 게임중독을 짚었고, 이에 대한 게임전문유튜버의 반박입니다. 그간 있어왔던 게임 박해의 역사와 정신병 작업 과정에 대한 것도 포함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사건의 전후 맥락을 알기 위해 정보를 추가로 찾아보니 해당 사건의 범인인 의사는 게임 뿐만 아니라 판타지 소설광이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의 컴퓨터에서 97개의 게임파일이 발견됐다고 하고(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실행파일 혹은 세이브파일의 갯수겠죠?), 4만개가 넘는 판타지 소설 파일(텍본)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심지어 의사의 아내(피해자)의 장례식장에서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고 합니다. 해당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게임중독이었다고 한다면 더한 심한 중독 혹은 그에 준하는 중독(활자중독?)이 있었다고 봐야할 겁니다. 하지만 문제가 된 KBS의 유튜브 내용에는 판타지 소설에 대한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csS3O0TP38


그리곤 게임이 마치 살인행위의 주요 작용기제인 것처럼 진단하는 내용이 영상에 나옵니다. 위 영상 19분 45초부터 보면 이광민 정신과 전문의가 나와서 해당 인물 게임중독병력(?)을 분석합니다. 범인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했고, 지나친 게임 몰입으로 예과생 시절 유급을 하기도 했고 전략게임을 좋아했기에 전략적으로(?) 인생을 설계했고(전문의 합격후 군의관 복무), 전문의 1차 시험 실패 후 전략적으로 리셋을 꿈꿨다고요. 이 파트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게임이 살인의 주요한 기제가 돼야 하니 논리적 오류가 발생합니다. 전문의 합격 후에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건 극소수를 제외하면 모든 남자 의대생이 당연시 하는 인생루트입니다. 전략적인 인생 설계가 아닙니다. 그리고 리셋이라는 개념 역시 게임과는 잘 맞지 않는 것이 게임의 리셋은 대개 새로 게임을 시작하는 걸 의미합니다. 인생을 게임에 비유하면 리셋이란 인생 회귀 혹은 환생일 겁니다. 판타지 소설의 회빙환 장르처럼 말이죠. 근데 실제 인생에서 이게 가능합니까? 불가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PUyAk2CaeY

해당 논란이 터져나온 뒤 이광민 의사는 '비온뒤'라는 홍혜걸씨가 운영하는 의학채널에 나와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라이브를 진행했습니다. 자신의 게임 경력과 게임중독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게임중독을 정신질병 코드화시키는데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의 설명에는 나름 설득력이 있습니다. 게임중독이라는 "질병"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말이죠. 하지만 그 기제는 모든 중독행위를 설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게임을 비롯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행위들은 당연히 중독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행위를 정신병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그런 지나친 취미에 몰두하는 중독이 살인을 초래하지 않습니다.


KBS 스모킹건에서는 아주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던 가해자 의사와 피해자 아내의 '다툼'이 아마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겁니다. 게임 중독은 그 다툼의 원인 정도에 그치고 말 겁니다. 활자중독 역시 마찬가지겠죠. 게임 중독이라는 아이템을 살인 사건의 주요 기제로 선정한 것이 전문가 자문에 의한 것인지 프로그램 제작진의 의도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게임과 게이머가 여전히 만만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겁니다. 가해자가 보인 중독 증상 중 활자 중독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정신과 전문의의 무리한 진단도 그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그 이름에 맞지 않게 하지만 KBS라는 명성에는 걸맞게 의도적 오독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이머는 아직도 만만하니까요.


댓글 (6)

  • 츄하이하이볼

    츄하이하이볼 Lv.1

    24.06.22 · 172.♡.94.40

    기본적으로 포경 수술에 대한 비뇨기과의들의 입장,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에 대한 수의사들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결국 이런 것들이 창출하는 이권때문이고 이해가 얽힌 전문가(?)의 의견은 객관성 측면에서 배제해야 하는 것이죠. {emo:onion-057.gif:50}

    뭐 거기에 영상에 나온 목사, 언론들도 숟가락 얹는 셈이구요. {emo:onion-063.gif:50}
  • 나른한

    나른한 Lv.1

    24.06.22 · 14.♡.81.92

    여러 게임 토론 방송이나 tv 토론에서도 나온 이야기인 것 같은데 만만하다기 보다는 여러 이익 단체들이 달려들어 게임에 대한 이권을 뜯어먹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해 질병 치료를 위해 세금이든 기부금이든 게임 관련업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 JamesC

    JamesC Lv.1

    24.06.22 · 117.♡.2.56

    게임을 메이저 취미로 받아들인게 80년대생 즈음부터라고 보는데 이들이 고위의사결정직이 될때는 완전 바뀔거라고 생각합니다...
  • 메카니컬데미지

    메카니컬데미지 Lv.1

    24.06.22 · 58.♡.239.84

    저 모양으로 할 거면 의사 면허가 기능사 자격증보다 더 대접 받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의료 기능사들;;;
  • ㅋㅋㅋ

    ㅋㅋㅋ Lv.1 → 메카니컬데미지

    24.06.22 · 106.♡.130.234

    저런 얘기 해줄 의사를 언론이 찾아서 세운다고 생각합니다
  • Badger

    Badger Lv.1

    24.06.22 · 1.♡.31.115

    어제 김성희씨 사이버 레카라며 대차게 까는 댓글 봤는데 살인사건 원인을 게임에서 찾는 의사는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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