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낮
낮은언덕 (115.♡.82.124)
2024년 10월 6일 AM 09:33 · 수정됨(10. 08. 08:01)
조회 364 공감 0


가을날
이사를 한다
나도 모르는 이사를 하고
싼 적 없는 이삿짐을 푼다
언제부턴가 그리 되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이사
명치께에서 명치 끝으로의 이사
생각에서 생각으로의 이사
이상하게 그때는 항상 가을이었다
그 가을이었다
낯선 곳에다 짐을 내려놓고는
잠깐 자려고 눈을 붙였다가 떴는데
창문 바깥 해바라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서 놀랐다
벌써 저녁이 넘어가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해바라기가 잠든 나를 불쌍하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거나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찾기 위해 일어나 앉아서는
조금 걸어야 한다고 마음으로만 생각했다
해는 없고 해바라기만 떠 있었다
마음에 파고들어와 아프게 드나드는 그 감정이 하도 쓰르르해서
나는 나를 건드려 발기시켰다
―이병률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 2020)
댓글 (4)
-
달달콤한딸기쨈
24.10.06 · 115.♡.195.188
사진 좋네요. 배경화면으로 쓰겠습니다. -
낮낮은언덕
→ 달콤한딸기쨈 작성자
24.10.06 · 115.♡.82.124
감사합니다. -
Aadfontes
24.10.08 · 203.♡.187.251
사진이 화보집의 한 장면 같습니다. {emo:damoang-emo-002.gif:100} -
MMementoMori
24.10.08 · 220.♡.194.114
사진 보러 와서 시(poem) 보고 갑니다.
물론 사진도 좋구요.
Feel so good~*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