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장흥 천관산 다녀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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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2024.10.08 23:25
분류 산행후기
12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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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라고 말하는데 좋은 산을 가려면 왜 그리 큰 나라로 느껴지는지요?

장흥, 강진, 해남은 정말이지 제가 사는 곳에서 가려면 너무 너무 멀어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비몽사몽간에 장흥으로 출발하여 오전 9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오늘의 코스는 주차장 - 장흥 장천재 - 선인봉 - 진죽봉 - 환희대 - 연대봉(천관산 723m) - 봉황봉 - 주차장으로 원점회귀 코스로 약 7.2km 거리에요.

주차장에서 출발할 때 지도를 보니 3코스에서 시작하여 1코스로 하산하는 코스였어요.

알고 보니 이 코스는 보통 사람들과 반대로 오르는 길이었네요.

주말이어서 산객들이 꽤 많았는데 반대로 길을 잡아서 그나마 사람에 치이지 않고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어요.


천관산은 시작부터 인정사정없는 오르막입니다. 

여느 산들이 그러하듯이 높은 곳을 가기 위해서 어김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요.

다행이 계단과 흙 길로 이뤄진 길은 걷기에 나쁘지 않지만 숨이 턱턱 차오르는 것은 매번 겪지만 쉽지 않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아래 사진과 같은 조망이 트인 곳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있으니 이런 고된 과정들을 알면서도 계속 반복하는 것이겠지요? 



천관산(天冠山). 

산을 장식하고 있는 멋진 바위들이 마치 천자(天子)의 면류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정말로 멋진 바위들이 오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가을 날의 황금 들판과 바다, 산 그리고 산의 바위가 이루어내는 풍경이 참 먹먹합니다.

파란 가을 하늘이었으면 더 멋졌겠지만 흐린 가을하늘 아래의 풍경도 못지않습니다.



이렇게 바위가 나오는 순간부터 산을 오르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마치 밤 사이, 신들이 돌을 가지고 레고블럭 쌓듯이 돌 쌓기 놀이를 하다가 내팽겨 쳐놓고 하늘로 올라간 것처럼 천관산의 돌들은 그 모양이 참 독특합니다.



어찌 보면 서로 붙어있지 않고 곧 떨어져내릴 듯 하면서도 서로 보다듬어 안고 있는 바위 풍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런 풍경들을 마주칠 때면 대자연의 무한한 능력 앞에 왜소하기만 한 인간의 모습을 다시 한번 깨닫게 돼요.



바위도 멋지지만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멋집니다.

그리고 어느 곳에 서든 멋진 사진이 나오는 마법같은 산입니다. 


환희대에서 연대봉까지는 억새가 주를 이루는 완만한 능선길입니다.

곳곳에 데크가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니 비박도 가능한 듯 보였어요.

이곳에서 쉬엄쉬엄 점심을 먹고 때마침 내리는 비와 함께 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마루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서 기다리는 산객들을 피해 억새와 시간을 보냅니다.

바다위에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과 바다, 그리고 한철 억새가 이루어내는 이 한 폭의 그림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연대봉을 지나면 하산길이 이어집니다.

올라오는 길과는 달리 이 길은 돌들이 가득 깔려있어 비오는 날은 주의가 필요하네요.


총 산행시간은 약 3시간 30분(휴식시간 제외^^), 평균속도 약 2.1km.

그리 힘들지 않은 그러나 눈과 마음이 즐거운 천관산이었습니다.

워낙 가야 할 멋진 산들이 많기에 이 산을 다시 찾을 날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입니다.


 2024.10.06. 우중산행





댓글 4

단샘님의 댓글

작성자 단샘 (211.♡.211.120)
작성일 10.08 23:42
지도의 왼쪽 탑산사에서 천관산을 작년 5월에 올랐고, 억새가 핀 천관산은 오르지 못했습니다. 억새밭 멋있죠?
먼 거리에 우중산행으로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10.09 12:56
@단샘님에게 답글 5월의 천관산은 어떤 모습일까요?
바다를 품고있는 억새라 더 좋았던것 같아요~~

과거소년코난님의 댓글

작성자 과거소년코난 (1.♡.104.11)
작성일 10.10 12:33
멋진 바위와 억새 그리고 저 멀리 바다까지 한 번에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산행지네요.  다음 무박산행지로 마킹해두겠습니다 ^^;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10.10 22:14
@과거소년코난님에게 답글 수도권에서는 일출 산행으로도 천관산을 찾으시는 것 같아요.
억새가 바람에 살랑이며 파아란 하늘아래 은색물결을 이루는, 날 좋은 가을 날 가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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