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제비봉 + 악어봉
페이지 정보
본문
우연히 제비봉이라는 곳에 대한 산행후기를 보았어요.
월악산 줄기이며 충주호의 멋진 뷰가 일품이며 무엇보다도 짧은 코스라는 말에 혹하여 당장 가보자 했죠.
거기에다, 악어봉과도 가까워 남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1일 2산을 할 수 있겠구나라며 호기롭게 출발했습니다.
출발지에서 지도를 보면서 시작 전까지만 해도 짧은 거리라는 것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더랬죠.
사실 많은 후기를 읽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왕복 2시간 30분 안에 다녀오신다 하더라구요.
그 때까지만 해도 저도 그 많은 사람들 안에 당연히 포함되는 줄 알았죠.
그러나!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은 이곳 제비봉은 약 1km까지 계단 맛집 + 땡볕 맛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시종일관 내내 이어지는 오르막과 계단, 거기에 추석에 이런 날씨가 실화입니까?
섭씨 33도가 넘어가는데, 게다가 습도도 엄청 높은데, 그늘이 없어요, 그늘이.
그야말로 작열하는 태양을 머리 위에 이고 계단을 그리고 암석을 올라가는 그 길이 저에게는 정말 녹록치 않았어요.
하지만, 모든 분들이 칭찬을 마지 않았던 충주호의 뷰를 보는 순간, 그냥 모든 힘듦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무덥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지만 산과 물과 하늘의 조화로움은 그냥 평온함이었어요.
우리나라 여기저기를 다닐 때마다 감탄합니다.
이 좁은 땅 덩어리 안에 너무나 많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어요.
한편, 강수량이 적어 충주호가 '녹조라떼'가 되어 있어 매우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변해가는 기후와 자연환경을 경험할 때마다 우리는 여전히 지구에 너무 몹쓸 짓을 하고 있구나를 체감합니다.
이제는 global warming이 아니라 global boiling의 시대라 합니다.
현명한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들이 지혜를 모아 이 과제를 해결해 내기를 염원해봅니다.
이 안내판을 만나면 이제 땡볕과는 작별할 시간입니다. 드디어 그늘이 시작되죠.
하지만 그것은 곧 멋진 풍경과도 이별입니다.
이제는 그늘 가득한 흔한 비탈길이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드디어 정상입니다.
매우 아담한 마루석이 맞이해 주네요. 아쉽게도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충주호를 조망할 수 있는 정상 데크에서 바라 본 모습입니다.
올라 올 때 만큼의 탁트인 뷰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원한 그늘에서 땀 식히면서 한 호흡 가다듬기에는 충분한 것 같아요.
올라 갈 때는 더위에, 계단에 보이지 않는 풍경들이 하산길에 보입니다.
멋드러진 기암 괴석들. 이 메마르고 뜨거운 날에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나무들의 모습에 불현듯 경외감이 느껴지네요.
한낫 인간은 겨우 두서너 시간 땡볕에 걷는다고 이렇게 투덜대는데, 저 나무들은 저렇게 의연하게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이라니.
국어 교과서에 있던 이양하씨의 수필 <나무>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나무는 안분지족의 현인이요, 고독한 철인이다.”
오늘도 자연 앞에서 다시 한번 겸손함을 배웁니다.
제비봉에서 악어봉까지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약 30분 정도(30km) 소요되었던 것 같아요. 가는 길이 참 여유롭고 좋았어요.
이번에 알게 된 36번 국도. 참 여유롭고 한가하여 기억하게 되네요.
네이게이션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이용하는 길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지는 것 같아요.
악어봉!
정말 멋진 풍경입니다. 오르는 등산로에 대한 설명은 이미 아래 단샘님께서 다 설명해주셨으니 생략하도록 할께요.
저는 이 길을 오르내리면서 참 즐거웠습니다.
약 2km의 짧은 거리였는데, 최근 그 어느 산을 올랐을 때보다 더 많은 분들과 인사와 격려를 나누었어요.
작년, 매우 오랜만에 등산을 다시 시작했을 때 놀란 것은 산에서 의외로 냉담한 사람들이었어요.
예전에는 길을 비켜주면 어김없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보내세요 등등의 인사가 따랐는데 이제는 그런 인사들의 횟수가 참 많이 줄어들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너무나 전투적으로 산을 오른다라는 느낌도 들었답니다.
등산도 마치 경쟁처럼 여기며 길을 비켜주는 것은 경쟁에서 지는 것이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참 많았어요.
예전에 비해 산에서 마저도 여유가 참 많이 사라졌구나를 느끼면서 조금은 안타까움, 아쉬움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러나 어제 악어봉의 그 짧은 산행 동안은 마치 그 예전의 산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스스럼없이 길을 비켜주고 내려가는 분에게는 조심히 내려가라는 인사와, 길을 비켜주는 분들에게는 고맙다는 인사가, 그리고 어김없이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냐는 질문이 서로 오갔죠.
교행이 힘든 좁은 길이 많아서 그러했을까요? 아니면 추석이어서 모두들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랬을까요?
그 무엇이든 간에 모처럼만에 참 마음 따뜻한 시간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돌아오는 길, 핑크 빛 구름 사이로 하얗게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은 덤이었구요.
산도, 구름도, 물도 그리고 사람도 모두 좋았던, 소소한 즐거움으로 가득 찬 추석이었네요.
그 소소한 기억 덕분에 기나긴 연휴의 끝 날, 내일 다시 시작될 일상이 그리 싫지 않은 날입니다.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충주호와 주변의 산들의 뷰는 정말 좋았어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무척 덥고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무거웠지만 구름과 파란 하늘 덕분에 사진이 잘 찍힌 날이었어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산과 호수의 조화는 참 멋진 풍경이었어요.
과거소년코난님의 댓글
조금 선선해지만 저도 발랄한원자님이 가신 코스로 따라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