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의대 다니면 필수과 전공은 말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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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짧게 쓰기위해서…제 글을 찾아보시면 제 직장과 이름, 면상까지 모두 검색가능하십니다.
참고로 저는 소명의식으로 의사가 된게 아닙니다. 그저 성적에 맞춰갔을 뿐입니다.
그리고 필수과 부부라서 필수과 전반에 대한 업황정도는 틀리지 않을겁니다.
글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어그로를 끌어볼까요?
저는 내년에 실업급여라는걸 신청해 볼 생각입니다. 이유는 맨 밑에 쓸거고 읽지 않으시면 이해불가입니다.
글을 쓰는 순서는 필수과를 한 이유 / 필수과의 애로점 / 필수과의 미래 / 의사로서의 미래로 구성됩니다.
제가 필수과를 한 이유는 병동 냄새와 환자의 캐릭터였습니다. 뭔소리냐? 정형외과는 남자환자가 많아 병동에서 남자냄새와 씻지못해 나는 냄새가 싫었습니다. 덤으로 담배피지 말라는 이야기는 귓등으로….특유의 마초기질이 강합니다. 내과는 노인이 많아 병동 냄새도 그렇고 대화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망자가 많더라구요…반대로 소아과는 사망은 적은데 환자와 대화가 안되요…게다가 환자가 3명입니다.(아기, 엄마, 시댁) 산부인과는 대화가 가능한 산모가 대부분이었고 분만하면 드라마틱하게 좋아집니다. 부인암 환자도 연세가 많지 않으시면 수술하고 예후도 좋고 담배피지 말라고 하면 안피세요…글고 젤 중요한건 잘 씻어서 병동에서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그땐 그게 중요했고, 지금은... 판단을 잘못한 제 잘못이니 후회하진 않습니다. 지금보면 환자의 캐릭터가 강할수록 인기과더라구....그만큼 힘이 있다는 얘기니 돈을 쓸 용의가 있다고나 할까....
대학병원 전공의로 수련을 받을당시, 3차 종합병원중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은 필수과 수련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 전체의 의료보험금이 최고금액의 5%를 삭감했습니다. 그래서 산부인과를 가는 저를 인턴중에 황금같은 존재라고 해서, 금턴이라는 별명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인 즉슨 윗년차 전공의가 한명도 없고, 의국은 대가 끊기는 폐국의 위기였습니다. 덕분에 일년차때 집에 2일(추석당일과 다음날)가고 병원에서 에브리데이 당직하면서 분만, 수술했습니다. 필수과는 생명과 연관된 과라서 응급수술과 응급실 환자를 위해 당직을 꼭 서야합니다. 요즘에는 전공의 당직시간이 정해져 있어, 주 80시간 이상 근무를 법적으로 제한해서 수술하다가도 나간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빈자리를 비우고 모든게 불가능하기에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그럼 그걸 누가 하겠습니까? 다른과에선 못 도와주니 자체적으로 땜빵을 때워야 합니다. 그것까지 이야기하면 문제의 소지가 많아 상상력에 맞기겠습니다. 대신 그 모든 상상이 현실로 이뤄집니다. 그래서 사직율이 높고, 도망가면 추노해야 합니다. 필수과는 사직하지 않는 이상 "늪"이고, 사직도 하기가 엄청나게 힘듭니다. 그만두면 다시 처음부터 수련을 받던지, 아니면 전문의면 취직해야 하는데 취직도 쉽지가 않습니다. 암튼 이게 현실입니다.
그럼 정부에서 이야기하듯, 정원을 늘리면 필수과 인력이 채워질거고 보험 수가를 올려주면 필수과를 할거다라는 이야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노가다라고 하는 노동현장 인력의 급여는 이제 20만원 안팍정도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안전장치로 중대재해법부터 온갖 안전규정이 있습니다만 왜 우리는 화이트 칼라를 선호할까요? 필수과 보험 급여를 올려주면 다른과도 같이 올려줘야해서 파격적으로 올리기 힘들고, 의사 입장에선 몇푼 더 받자고 내 당직서고 다른사람 빵구때우고, 내 환자 않좋아지면 중환자실서 밤을 세우시겠습니까? 아니면 응급환자없는 과를 선택하시겠습니까? 필수과는 의료계의 노가다입니다. 몸으로 때워서 해결해야 할 일이 다른과에 비해 빈도가 잦습니다. 게다가 분만은 시간을 예약하고 아기가 나오지 않아 밤에 분만진통하면 잠은 거의 못잡니다....글면 소아과 산부인과는....당연히 다음날 휴식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일 예약환자는 전날 당직엔 관심따위를 두지 않습니다. 나에게 쌀쌀맞고 친절하지 않으면 의새입니다.
더더욱이 필수과로 일할수 있어도 수련이 끝나면 일자리가 많지 않고 불안정합니다.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의료수요가 많지 않고, 개업하는데 수술방이나 입원실부터 온갖 장비를 갖춰야해 초기 투자비용이 높습니다. 대부분 우리 근처의 의원은 입원실이 없습니다만, 필수과가 그렇게 하면 할 수 있는 진료범위가 1/3으로 줄어듭니다. 게다가 소명과 똘끼로 필수과를 선택해서 기술을 배우고 나와도, 내 자리의 유통기한은 20년이 안됩니다. 나이가 들어 늙으면 젊은 후배들에게 뺏깁니다. 환자 입장에서나 경영자 입장에서 50대 힘아리 없는 의사가 당직서며 졸린티 내는게 낫겠습니까? 30대 젊은 의사가 낫겠습니까? 그런데 수입은 다른과에 비해 현격하게 적고 퇴직금이나 내 학자금 융자와 집대출, 자식들 교육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다른과를 하는게 현실적입니다. 그런데 의사를 사회적인 적으로 만들어버렸고, 필수과는 쥐어짜서라도 운영해야하니 거기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을겁니다..만약 제 주변 지인이 있다면 절대로 필수과를 하라고 하지 않을겁니다. 절대로 네버 에버....그리고 생각도, 고민조차 하지말라고 할겁니다. 필수과 할거면 차라리 의대를 자퇴하거나 사직하라고 할겁니다. 정부의 시각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깐요...
얘기가 길어지니 마지막으로 의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앞으로 베이비 붐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하는 시기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론 앞으로 10~20년까지 의료계는 최고의 호황을 맛보게 될겁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의대 정원확대는 내년부터입니다. 의대만 나왔다고 진료를 볼 수 없어, 트레이닝을 받고 군복무까지 마치면 14년뒤고 세부전문의과정까지하면 15년뒤에 현장에 나오게됩니다. 즉 내년에 의대에 들어가는 인력들은 호황안에 현업에 진입하지만, 개업할 돈이 없으면 개업할돈 벌어 선배의원 인수하면 불황사이클로 들어가게 됩니다. 몸바쳐 선배의사들 잘 먹여살려주고 자기는 목 메달 수 있습니다. 제 자식들에게도 의사는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건 제가 이상한게 아니라 앞으로 의료수요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제 진심이 잘 전달되었길 기도합니다. 뭐 저는 제가 알아서 잘 살거니 토닥토닥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살만큼 살았고, 현생에서 돈부자보다는 흥부자로 살기로 맘먹어서….그럼 모두 굿럭~~~아…그래서 실업급여라는것도 한번 신청해보고 구직활동하면서 지리산 둘레길도 돌아보려합니다…..
결론: 과밀학급 학생이 병원에서 지구를 떠나면, 남는건 폐교와 남아도는 의사일것이다~~지금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 개선은 절대로 없다!! 10년지 대계를 성급하게 인기투표식으로 정하진 말자...그들의 인생이 불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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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바룸바님의 댓글
제일 어이 없는 건 낙수효과로 필수의료하러가는 의사가 늘어날 거라는 주장이죠. 소위 바이탈뽕 맞아서 필수과 간 의사들을 졸지에 성적이 안되서 할 수 없이 필수과가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니...
어차피 이미 망한거 의사 한명의 선택으로 달라질리도 없으니 각자도생해야죠.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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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황챠님의 댓글
메티리얼님의 댓글
그러한 직업을 경재적인 이유로만 접근하면 사회가 병들어 갑니다.
기자가 왜 기레기가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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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님의 댓글
모든 분야가 불황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도, 개인도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10년 후, 20년 후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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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싴님의 댓글
필수과만 정원 증대하면 안되는지
그리고 그분들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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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에어님의 댓글
소아과가 동네에 없어서 오픈런 한다는 얘기가 많이 올라오는데 소아과의원은 비싼 진료가 없어서 박리다매 아니면 돈 벌기 쉬지 않은거 잘 알고 있습니다.
계획이 없는 정부가 여러 사람 힘들게 하고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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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box님의 댓글
하고 싶은일 아니면 결국은 삶이 괴롭죠. (하고 싶은일도 하기 싫을때가 있는데요)
전 큰애 입시때 정시 점수가 의외로 잘나와서 고민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적성에 맞는과 가라고 했네요. (문과라 의대는 안되었고 한의대는 가능했던)
저도 치대 (담임 계속 얘길해서) 말고 컴공을 선택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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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flame님의 댓글
의사도 과마다 속한 곳 따라 입장이 많이 다른데, 하나로 취급하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1년에 며칠 못 쉬면서 고생 많이 하셨고, 지금도 수고가 많으십니다ㅜ
의료가 교육 등 분야는 국민들에게 정말 중요하고, 길게 봐야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냥 막 지르고 있죠..에휴.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젤리님의 댓글
저는 여전히 의료계가 조금 더 개방적인 자세로 국민과 함께 의료체계 변화에 적극 참여하기를 바라지만서도, 이미 너무 사회가 혐오의 시대가 되어버리고 토론의 장이 없어져버려 안타깝습니다. 의대 증원 문제도 그렇습니다. 저는 의대 증원에 적극 찬성합니다만 말씀하신대로 15년 뒤에 배출될 의사를 늘렸다고 의료개혁에 앞장서는 정부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게 너무 형편없어요. 그럼 그 15년 동안은 또 대학병원의 전공의, 전문의 갈아서 돌려보겠다는 거거든요..
안타깝습니다.
수선영님의 댓글
심평원의 평가기준완화? 수가조정? 물론 현재 문제가 좀 있다는건 다들 알지만,
그것만 고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게 아님을 현업에 계신분도 잘 알겁니다.
온더로드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