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메뉴

<내 이름은> 영화가 건네는 위로

Lv.1 우드세이지 (221.♡.17.100)

2026년 4월 21일 PM 11:33

조회 249 공감 0

(약스포)

바람결에 나뭇잎이 흩날리면 정신을 잃는 나이 많은 엄마 정순과 둘이 사는 18살 영옥.

남학교에서 내내 놀림거리가 된 이름을 지어 준 엄마를 원망하지만 그 원망보다 훨씬 더 엄마를 사랑한다.

학교에서는 대물림 된 부와 권력, 파렴치까지 두루 갖춘 전학생 경태의 꼭두각시 반장이 된다.

영옥은 경태와 비슷해지기 위해 형편에 맞지 않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다. 하지만 영옥은 결코 경태와 같아질 수 없었다.

미군의 수하가 되어 같은 민족을 아무리 잔인하게 짓밟아도 결코 미국인이 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군인들처럼.

"영옥"은 부모의 존재를 부정해야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슬픈 이름이다.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희생으로 지켜진 존재이기도 하다. 

영옥은 그토록 바꾸길 원했던 민종이라는 이름 대신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간직한다.

4.3사건 희생자들의 이름을 기념비에 새겼 듯 본인의 이름을 기꺼이 자신의 인생에 새긴 채 인권변호사로 그 이름과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진실들이 있다. 

너무도 아파서

너무도 끔찍해서

너무도 슬퍼서

너무도 두려워서

또는 

나는 살아남았기에

하지만 

그 기억을 가지고는 살 수 없기에.

4.3사건도, 5.18도 그러했다.


자신도 모르게 몸에 새겨진 그 비극들을 감내하며 감추며 침묵하며 살아낸 그 긴 시간들은 제주의 수 많은 영옥이들의 삶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 보리밭에서의 영혼을 위한 춤은

과거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기리는 것 뿐만아니라

여전히 침묵 속에서 아파하고 있을, 

살아 남은 영옥이들에게 주는 위로 같았다.  

댓글 (0)

  •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