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merace (106.♡.153.196)
2025년 5월 9일 AM 09:47

대칭은 물리학 이론의 기본 구조를 지탱하는 핵심 개념이다. 현실 세계는 많은 경우에서 대칭이 깨진 형태로 존재한다. 이 같은 대칭성 붕괴는 상전이, 초전도, 자기 현상, 토폴로지 물질의 형성과 같은 여러 물리학적 현상의 기초를 이룬다.
자연의 근본적 대칭을 깨뜨리는 이러한 현상을 ‘키랄성(Chirality)’이라고 하며, 생물학과 화학, 물리학 전반에 걸쳐 오랜 시간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 특성은 분자와 아미노산에서 DNA의 이중나선 구조, 달팽이의 나선 껍질에 이르기까지 자연계 곳곳에 숨어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토폴로지 양자 물질에서 키랄성을 직접 관측했다.
프린스턴대 자히드 하산(Zahid Hasan) 교수가 이끄는 물리학 연구팀은, 기존에 비키랄적이라고 여겨졌던 KV₃Sb₅ 물질에서 자발적으로 대칭이 깨지는 새로운 키랄 양자 상태를 발견했다. 토폴로지 물질 내에서 키랄성이 발현될 수 있는지를 두고 이어져 온 학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결정적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주사 광전류 현미경(SPCM)을 활용했다. 이 장비는 원형 편광 빛에 따른 물질의 비선형 광전 반응을 감지해, 기존 기술로는 포착이 어려웠던 양자 상태의 미묘한 대칭성 붕괴를 시각화할 수 있게 했다.
KV₃Sb₅는 삼각형이 모서리를 공유하는 2차원 ‘카고메 격자(Kagome lattice)’ 구조를 가진 물질로, 일본 전통 대나무 바구니 무늬에서 이름을 따왔다. 오랜 시간 동안 이 격자는 본질적으로 대칭적인 구조로 간주돼 왔으나, 2021년 하산 교수팀은 고해상도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을 통해 이 격자 구조가 특정 온도 조건에서 자발적으로 ‘전하 밀도 파동(charge density wave)’을 형성함을 밝혀냈다. 이는 무질서했던 전하가 규칙적인 간격으로 배열되며 물질 내부에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는 상전이 현상으로, 자연 대칭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현상이 실제로 키랄성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돼 왔다. 기존 관측 방법으로는 좌우의 구분이 있는 양자 상태의 차이를 측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원형 편광 빛을 시료에 쪼이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광전류를 정밀 측정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는 극저온 환경(4K)에서 이루어졌다. 고온 상태에서는 오른쪽과 왼쪽 원형 편광 빛 모두 동일한 반응을 보였지만, 시료가 전하 밀도 파동 상전이를 겪은 이후에는 분명한 변화가 나타났다. 오른쪽 편광과 왼쪽 편광에 따라 생성되는 광전류의 크기가 달라진 것이다. 이는 ‘원형 광전 효과(circular photogalvanic effect)’로 불리는 현상이며, 물질 내부에서 키랄성이 발생했음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신호다.
이 실험은 대칭이 깨진 양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그 성질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박사과정 연구원 지자 청(Zi-Jia Cheng)은 “이번 측정은 거울 대칭성과 반전 대칭성의 붕괴를 명확히 보여주며, 해당 물질의 전하 질서 상태가 본질적으로 키랄성을 지님을 입증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댓글 (0)
-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