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고등어 (45.♡.190.166)
2025년 9월 22일 AM 06:56 · 수정됨(10. 25. 14:47)
유학으로 온지 1년도 안 됐지만 벌써 한국이 종종 생각날 때가 있어 생각도 정리할 겸 남겨보려 합니다.
저는 남부에 살고 있는데요. 여행으로 뉴욕 등 대도시도 가보면서 느끼는거지만 미국은 정말 한두 가지로 요약하기 힘든게 너무 많네요. 아니, 사실 고향보다 100배 넓은 나라를 몇 가지로 요약한단 것 자체가 너무 오만한 듯 싶습니다 ㅎㅎ
제가 서버번 지역에 살고 있어 그런지 가장 크게 비교되는 건 인프라 접근성의 차이 같습니다.
한국은 산이 많아 땅이 좁고 오래 전부터 뭔가 차지하고 있던 곳이 많다보니 개발이 한정적이죠. 여기서는 당연하게 느끼는게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국에선 보기 드물던걸 느낄 때마다 기분이 오묘합니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건 역시 주택의 커뮤니티 시설, 학교, 공원 등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평원이 많고 남는 땅이 많다보니 한국에선 찾기 어렵던 공원이 여기선 차고 넘칩니다.
주택 하나하나의 면적도 남다르죠. 친구들이 사는 집은 4베드 타운하우스인데 70평 정도 됩니다. 주차장도 널려있고요. 한국에서 70평대 주택과 넓은 주차장을 가지려면 얼마 정도 비용이 들까요? 용인 같은 수도권 외곽이라도 10억은 잡아야 하겠지요.
한국에서는 희소하게 여기던 것들이 여기서는 매우 흔한 것으로 여겨질 때면 넓은 땅의 강점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땅이 넓고 듬성듬성 있다보니 걸어서 접근하지 못 한다는건 불만족 사항입니다. 도심을 가도 매번 차로 다니다보니, 산책이나 여행에 연속성이 없고 단절감이 느껴져요. 차는 개인적인 공간이니까요. 이 곳도 보고 저 곳도 보고 하고 싶은데 걸어서 다니다간 사나흘이 지나도 끝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그 덕에 교통 체증에 스트레스받지 않는건 좋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좀 외곽이라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항상 신호가 잘 뚫려있고 사람들의 운전 센스도 괜찮습니다. 한국에서는 10km 하면 얼마나 걸릴지 가늠을 못 했는데 여기서 10km 하면 10분 이내라는 가늠이 딱 오기도 하고요.
다만 그만큼 실제로 많은 시설들이 동떨어져있다보니 한국에서 걷고 대중교통타는 것과, 여기서 차 타고 이동해 도착하는 것의 시간 소요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본가에서 마트까지 걸어서 15분 정도였는데, 여기서도 차 타고 15분이니까요. (제가 좋은 생활환경에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저는 걷는걸 좋아하는데 이런 연유로 걸을 일이 워낙 없어지다보니 요즘은 주차도 일부러 아주 멀리 하고, 마트를 갈 때도 마트 근처 다른 카페에서 커피 먹을 겸 거기 주차하고 걸어서 다닙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하루 1천 보도 안 걷는;;; 날이 생기더라고요. 한국에선 매일 최소 1만 보를 걸었는데 말이죠.
이 곳에 살며 가장 만족스러운 건 맑은 공기와 자연환경입니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이 많았거든요. 비염도 잦았고 피부도 쉽게 나빠졌고요. 여기서는 자외선이 아주 강함에도 불구하고 피부 트러블로 고생해본 적은 없습니다.
항상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가끔 공원이나 물가에서 가만히 앉아 구름을 보며 멍때리곤 하는데, 하늘이 이렇게나 맑았구나 새삼 신기하곤 합니다 ㅎㅎ
남부이다보니 겨울이 없는건 아쉽지만 미국의 장점이 뭐겠습니까. 크다는 거죠. 겨울이 되면 꼭 나이아가라까지 놀러갈 생각입니다.
큰 차, 큰 장비를 가지는데 부담이 없다보니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RV(캠핑 트레일러)나 요트를 가진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이는데요. 얼마 전 요트 선착장에 갔더니 한 8인승, 10인승 되는 요트를 RAM 3500 같은 대형 트럭으로 견인해 가져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뱃놀이, 캠핑카는 금전적으로 꽤 받쳐줘야 하는 취미이지만 여기선 비교적 대중적이란게 흥미롭습니다.
미국의 국립공원, 대도시 등 여러 관광지들은 '미국'이라는 큰 틀에 묶여있어 오히려 저평가되고 있는 곳들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인들이 해외여행에 생각보다 소극적인 이유에 의아했는데요. 조금씩 다녀보니 미국에도 이미 있는게 많아 충분히 그럴 수 있단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서부의 오레건이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너무 가보고 싶은데요. 휴가 생기면 꼭 가봐야겠습니다. 너무 꽂혔어요!
한동안 생활 중 충돌도 있고 불편함도 있어 기분이 Not good한 때가 있어 한국이 유독 더 그립기도 했는데요.
또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그저 각자 일장일단이 있을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한국에서 간절히 바라던 맑은 공기와 널찍널찍한 주차 공간 등은 소중합니다 ㅎㅎ 종종 굴당 들어갔다가 주차로 골치 아파하는 분들을 볼 때면 더욱 그래요.
하지만 요즘 들어 더욱 비싸진 물가, 흉흉한 사회 분위기, 종종 만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성실하고 무례한 직원들... 이런 부분들은 머리를 아프게 하곤 합니다.
사소한 부분으로 공산품이 좀 아쉽다, 그리고 돼지고기 품질이 별로다 같은 것들도 떠오르네요. 대패삼겹살 좋아했는데 너무 비싸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여기 살고 싶냐? 물으면 그건 또 모르겠습니다.
일단 지금 살고 있는 주는 관심 없고 대도시에 살고 싶긴 한데, 한국에서의 밀도 높은 생활에 익숙한 제게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살던 동네는 깔끔하고 조용하면서도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소도시였는데 미국에서 그런 곳을 찾으려면 얼마가 들지도 모르겠네요. 미국은 부유한 나라니까요. 전에 DMV(DC-Maryland-Virginia) 쪽에서 아주 예쁜 벽돌집 타운하우스를 보고 '나도 이런 집에 살고 싶다!' 며 찾아봤더니 자그만치 500만 달러가 넘어 식겁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하.
그래도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면 이때의 나날들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오겠죠? 지금 제가 한국을 그리워하듯 말이지요.
그 전에 국립공원 여행부터 빨리 떠나봐야겠습니다 ㅎㅎ
댓글 (15)
- 수
수렵민
25.09.22 · 211.♡.90.100
미국 바이럴인가요? -
노노르웨이고등어
→ 수렵민 작성자
25.09.22 · 45.♡.190.166
ㅎㅎ 사람마다 느끼는 건 많이 다를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여유로운 환경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천혜의 환경일거란 생각은 드네요. -
펀펀다이브
25.09.22 · 211.♡.64.112
국립공원을 포함한 자연환경은 정말 부럽습니다. -
노노르웨이고등어
→ 펀다이브 작성자
25.09.22 · 45.♡.190.166
저도 그렇습니다. 요세미티는 어릴 때 가봤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고, 옐로스톤이 정말 가고 싶어요. -
노노르웨이고등어
작성자
25.09.22 · 104.♡.45.123
아, 그리고 또 생각나는건... 개인적으로 행정이 장벽이냐, 디딤돌이냐 라는 차이의 느낌도 들곤 합니다. 한국에서 행정, 보험 하면 제법 도움이 되는 이미지였는데요. 여기선 DMV를 비롯해 뭔가 도움은 커녕 내 일 망치지나 않았으면, 그냥 평생 마주할 일 없었으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도생이랄까요. -
Ccugain
25.09.22 · 87.♡.249.155
유럽살이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다 필요없고 한식먹고싶습니다...
물회! 물회가 먹고싶어요! -
노노르웨이고등어
→ cugain 작성자
25.09.23 · 104.♡.45.123
하하 저도 한식이 굵직하게 땡기진 않는데 물회, 김밥 같이 소소한 것들이 가끔 땡기곤 합니다 ㅎㅎ 미국은 그래도 한인마트에서 종종 회를 팔던데 유럽은 구하기 많이 어려운가요? -
뉴뉴욕콥
25.09.22 · 173.♡.143.232
나이아가라는 겨울에 가시면 배타고 폭포 밑에 가시기 힘들거 같아요 ㅎㅎ 가급적 여름에 다녀오시길~
그리고 국립공원은 혹시 집에 4학년 아이가 있으면 모두 무료로 입장 가능하니 참고하시구요.
https://everykidoutdoors.gov/index.htm -
노노르웨이고등어
→ 뉴욕콥 작성자
25.09.23 · 104.♡.45.123
겨울에 얼어있는 폭포를 구경하려 했는데 여행 환경이 좋지 않나보군요. 대학교 4학년 어른이(저)는 안 되나요?! -
뉴뉴욕콥
→ 노르웨이고등어
25.09.26 · 173.♡.143.232
겨울에는 많은 서비스들이 안 여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립공원 무료입장은 아쉽게도 초등학교 4학년과 동반가족만 됩니다 ㅎㅎ 근데 입장료 자체는 크게 부담되진 않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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