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45년 전 최루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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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전 1979년에 대학 1학년 이었습니다. 윤석열과 같은 대학을 다녔네요. 아마도 신림동 당구장에서, 아니면 연예인 식당에서 마이티 치다가 한두번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0.26 다음날 아침 학교 기숙사에서 쫓겨나 집으로 내려 갔습니다. 다음해 1980년 3월 개강때까지도 12.12 쿠테타가 일어난 것을 몰랐습니다. 4월쯤 되어서야 전두환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5월15일 그 유명한 서울역 회군때 영등포에서부터 출발하여 제2한강교를 건너 신촌, 이대앞을 지나 굴레방다리를 지나갈때 행렬의 뒤가 짤려서 앞뒤에서 몰려오는 전투경찰들에게 무차별 최루탄 폭격(?)을 당하다가 어느 가구점으로 밀려서 들어가게 되었는데 잠시후 경찰 두세명이 입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미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있었고 겁에 질려서 넘어진 가구 뒤쪽에 떨면서 가구 사이로 경찰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저에게 "너 나오지마,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고 되돌아 갔습니다. 잠시후 조용해지고 밖을 살펴보니 저 아래 경찰버스에 맞으면서 줄줄이 끌려 올라가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끌려 들어 갔더라면 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시절 학교에서 데모가 일어나면 대략 세가지 선택이 있었습니다. 데모하는 것, 데모 시작하면 집에가서 공부하는 것, 데모 시작하면 그 즉시 모든 수업은 휴강이므로 술마시러 가거나 당구장으로 놀러가는 것. 저는 데모하다가 끝나면 술마시러 갔습니다, 윤석열은 공부하러 간다고 하고 당구장 갔다가 술마시러 갔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80년의 함성이 87년 6월항쟁의 뿌리가 되었으리라 하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몇몇 사람들은 그때 인생의 진로가 바뀐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심상정 의원 같은 사람도 그 때 저의 1년 선배 동지였습니다.
35년이 지나도 10.26 부터 5.18 때까지는 기억이 생생합니다. 오늘 그런 기억이 더 생생하고 그 때처럼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얼마전 LA/OC의 다모앙 멤버님들과 문자를 주고 받던중, 제가 "올해안에 끝날 수 있을것 같은 감이 온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해외에 있어서 오늘 국회로 가지는 못하지만, 멀리서 간절히 응원합니다.
끝내 이기리라~
Purme님의 댓글
정의는 끝내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