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채식주의자 - 자기 정체성 확립, 강압에 대처하는 마지막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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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드엔젤 118.♡.112.3
작성일 2024.10.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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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마치고 자축겸으로 친한 형님과 술을 마시고 있다, 한강 선생님의 수상 소식을 들었네요.^^; 제 살아 생전 한국출신 작가분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걸 목격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또, 출판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만큼 이 소식이 더 기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핫하게(?) 금서 목록으로 지정된 이 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예전 블로그 글을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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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작품의 수상 소식은 꽤 지났지만, 저는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맨 부커상 수상을 말합니다. 2019년 경에 작성된 글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가는건 책 읽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조금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글 서술이 꽤 상징적인 은유를 담고 있는 것 같았고, 장르적인 구성에 보다 더 익숙한 저로서는 사건 진행의 당위성에 가끔씩 의문을 표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보이는 잔인하다 싶게 건조하면서도 날 것 그대로 현장을 담는 듯한 묘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페이지 넘기는게 쉽지 만은 않았습니다.

잔인한 폭력적 묘사의 상당수는 남자 인물들이 저지르는데, 그 부분을 외면하려는 제가 남자인것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일상에서 우리는 남성들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폭력적인 모습들이 꽤나 지속적이고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된 영혜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매우 강압적인 수단을 저지르거나, 사회적인 약자인 그녀를 착취하려는 관심을 둘 뿐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남자이며 사회적으로 그 위치가 보장된 아버지, 남편, 형부, 의사 들입니다. 영혜의 언니 조차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남편과 파멸적인 예술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원망과 함께, 그녀의 병적인 생각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하는 수동적 입장으로만 그려집니다. 즉, 주인공 영혜는 주변에서 어떠한 이해를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사회의 폭력과 몰이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처럼 묘사됩니다.

그녀의 선택은 매 화마다 극단성을 띄는데, 이것은 아마도 세상의 야멸찬 시각에 몰린 영혜 나름대로의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영혜는 소설 말미에 채식주의자라는 인간성마저 넘어 식물이 되고자 발버둥칩니다. 일반적인 우리의 눈에는 그저 정신이 나간 듯한 그녀의 이 행동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무림을 치는 방법이었을 겁니다.

요즘은 극단적이라는 사회적인 운동을 조금 더 멀리서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누군가는 그들의 목소리가 꽤나 불편하고 우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행하는 표현이 극단성이 발휘된 이유는 어디에서 기인할 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본래부터 그들이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었을까요?

어쩌면 그들은 세상에 배제된 자신의 정체성 확립의 마지막에 가까운 수단을 시도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댓글 2

someshin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omeshine (61.♡.87.225)
작성일 10.14 19:19
남자로 살아보기 전에는 남자로의 삶을 모르고 여자로 살아보기 전에는 여자로의 삶을 모르죠. 남자 사회 안에 있을 때는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조차 모릅니다. 사실 사회에서 여자가 마이너이기 때문에 그걸 남자들에게 가르칠 필요를 느끼지 못하죠. 시스템도 사실 필요가 있어야 만들어 지기 떄문입니다. 개안이라고 부를 정도의 한 이성에 대한 사랑이 오기 전까지는 그 벽은 잘 허물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음을 서로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저도 한강 작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느끼던 그 지점들을 정확히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랍고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레드엔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레드엔젤 (59.♡.172.127)
작성일 10.14 21:36
@someshine님에게 답글 말씀하신대로 그런 고통을 일깨워주는게 문학작품의 순기능이자 역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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