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변방에서 중심으로 - 그 찬란했던 시기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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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지는 꽤 오래전 이었지만 올해 들어서야 간신히 완독했네요. 분량도 꽤 되는 벽돌책이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외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미진함과 이 책의 외교 성과가 너무 비교되어서 읽는 내내 가끔 암담한 심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12월 중순 탄핵 정국이후로 현재 구치소 수감까지.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앞세워 현재는 차곡 차곡 다시 바른 길로 가는 중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올해 들어서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문재인 전정부의 외교적인 부분에 대한 회고록입니다. 5년 간의 임기동안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시절에 어질러 졌던 험악하고 급박했던 외교 문제부터 사상 초우의 코로나 팬더믹, 각 국가간의 자국 중심주의가 판치는 가운데에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 당시를 살았을 때는 느끼지 못했거나 일반 시민으로서는 알 수 없었던 전후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고, 정말 당시 정부가 엄청난 노력과 신념으로 일을 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북한, 일본, 미국,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기존 외교 관계가 무너진 부분을 치유하고, 이후 신남방 외교와 같은 새로운 외교 확장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변방(기존 미국과 동아시아 관계에 한정된)에서 중심으로(신남방 외교를 시작으로 한 세계 외교의 중심국가로 발돋음 하는 계기들)으로 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렇게 나누어져 있다고 인식할 수도 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당장의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기존 우방국인 미국에 대한 외교 노선 공고화는 기본으로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북한과 협상을 하는 주된 이유)을 위해서는 이를 더 뒷받침해 줄 외교적인 친교 국가들의 필요성을 적고 있습니다.
많은 역사적인 영광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 책은 아쉬웠던 순간도 놓치지 않습니다. 하노이에서의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 결렬인데요. 저 역시 잘 되어가는 중에 회담이 결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많이 아쉬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이 협상 결렬의 일등 공신은 볼턴을 비롯한 매파 진영 인물들인데요. 이 책을 읽어 보면 그들이 우리가 알고 있던 단편적인 뉴스보다 더 많은 방해 공작을 해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연결된 일본 정부와의 관계도 그렇고요.
이런 관계들을 보면 한반도에서 생존한다는 건 정말 칼 끝을 걷는 것과 같은 신중함과 대담함, 빠른 상황 판단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적으로 돌아 보면 이러한 역할을 해 왔던 게 민주당 정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의 짐 지지자들은 이를 부정하겠지만, 한반도 긴장감 고조와 나아가서는 이번 외란(내란 포함해서)까지 가장 험악하고 전쟁 직전으로 갈 뻔 했던 정부들이 어느 당 출신인지 살펴 보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조금 새로운 시각을 볼 수도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재선된 트럼프의 행보도 그렇지만, 당시 1차 집권시에 트럼프는 정말 세계 여러 정치인들이 진저리를 치는 깡패같은 인상이 강했습니다. 오죽하면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어떻게 저런 사람이랑 그렇게 협상을 잘 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보면 의외로 말이 통하는(?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사람은 아닙니다만...) 면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갖기 위해 지르고 보는 면이 큽니다.
이는 그가 부동산 투자 회사를 운영했다는 이력과 함께 세계 1위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라는 배경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트럼프는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쳤거나 경악스러울 정도의 발언과 시도를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협상을 하면서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영악한 면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 역시 핵미사일이나 쏘는 트럼프에 버금가는 젊은 미친사람처럼 외부에 보였지만, 핵이 가지는 외교적 방어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당장 미국을 믿고 핵무기와 화학 무기를 폐기한 우크라이나와 리비아가 어떻게 되었는지 현재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윤석열 정부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놀랍다고 할 정도로 그에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환경과 플레이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매우 험난한지를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자, 이제 2025년 시점에서 이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누군지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북한의 김정은이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윤석열이 되었습니다.-_-
읽는 내내 윤석열 정부와의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지는 걸 확인하게 되어서 읽기 참 고된 책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 찬란했던 시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포도포도왕포도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