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엔젤 (118.♡.112.3)
2025년 7월 8일 PM 05:56
오랜만에 한강 선생님의 책을 읽는 것 같네요. 페이지량도 비교적 적고,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을만하다 싶지만, 내용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실린 산문이자 표제작인 '빛과 실'은 이미 읽어 보신 분들도 있으실 노벨 문학상 수상 강연문(혹은 소감문)입니다. 작가 선생님이 세상을 보는 시각과 그로 인해 접하고 느끼게 되는 감정이 단적으로 적힌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게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세 아름다운가?'
상반단 두 이미지와 체제 등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탐구는 어쩌면 한강 작가 선생님이 끝까지 추구하실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역시 고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세계에 대한 이러한 아이러니와 모순적일 정도로 상반된 현상과 경험에 당황하기도 하지요.
지난 계엄사태때 우리는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만, 동시에 빛의 혁명이라고 명명된 민주화 운동의 모습도 마주했습니다. 이 움직임과 연대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앞서 벌어진 무도한 폭력과 권려과 대비해 더욱 더 그 가치를 빛내는 게 아닐까 합니다.
책 후반에 실린 북향 정원과 정원 일기는 한 편으로는 운둔적인 작가의 평범한 일상처럼도 보입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그 작은 정원에서 벌어지는 식물과 해충의 삶을 두고 벌이는 경쟁과 갈등이 작은 세계관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문장대로 폭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세계가 공존하는 위태로운 모습처럼요. 한강 선생님은 일기 내내 해충에 시달리는 불두화에 대해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책 말미에 드디어 꽃이 피웠을 때의 감탄사는 바로 그 고통을 뚫고 당도한 아름다운 생명에 대한 경의를 담는 것처럼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시처럼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문장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인데, 이 책의 문장들은 그런 저에게도 한 동안 책을 내려 놓기 어려운 감정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이토록 고통스러운 세상이 아름다운 건 아마도 그 고통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은 저마다 그걸 찾아 가는 여정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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