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엔젤 (118.♡.112.3)
2025년 9월 16일 PM 05:40
소설의 시작은 터너 부부에게 닥친 불행. 그것도 부인인 메리 터너의 살해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이었다면 먼저 범행이 일어나고, 범인을 찾아가는 전형적인 도치법적 구성으로 보일 수도 있을 시작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장르적인 쾌감을 주는 책이 아니기에, 독자에게 그러한 스릴러적인 즐거움(?)보다는 전반적으로 암울하고 폐쇄적인 이야기의 발단을 알려주는 서곡처럼 보입니다.
남아프리카의 어느 농가 지역에서 벌어진 이 사건의 희생자인 터너 부부, 그 중에서도 특히 메리에 대한 동정이나 안타까움을 표하는 주변인들이 아무도 없음을 소설의 초반에 알려줍니다. 이후 메리의 삶에서 나오는 것철머 한 여성의 죽음이 이토록 가치없이 여겨지는 것이 어쩌면 이 소설의 한 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 속의 메리는 분명 직접적인 살인을 당한 피해자이기도 하고, 억압받는 당시 여성들에 대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 역시 한 편으로는 아프리칸 원주민 노예들을 억압한 백인 부류이기도 합니다. 또한, 메리 역시 노예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폭력을 휘두른 일도 있는 만큼 소설 속에서 차별과 억압, 그에 따른 폭력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면을 보입니다.
우리 삶에서 많은 경우 과거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가 가해자로써 탈바꿈하거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경우가 있습니다. 메리는 그러한 사람들 속에 속해 있었고, 결국 가장 그렇게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소설 제목과 달리 이야기 속 배경은 풀잎이 노래는 커녕 생존도 어려움 울 정도로 척박한 농가입니다. 그에 따라 그 공간에 살고 있는 메리 부부 역시 점차 황량한 주변처럼 마음이 황폐해 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매우 역설적인 제목과 내용답게 이 소설은 사람들에게 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도록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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