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 - 베티나 슈탕네트
아이셰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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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5일 PM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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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속았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베티나 슈탕네트 씨가 2011년에 썼고, 한글로는 올해 초에 출간된 아이히만 관련 책입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63년에 발간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직접 관련이 있는 책이며, 특히 아이히만 재판을 직접 보고 들은 아렌트와는 달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출간된 이후에 태어난 저자가, 한나 아렌트가 책을 썼을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고 알 수 없었던 독일 패전 후 아이히만의 행적을 그가 남긴 기록들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에서 빌럼 사선이라는 인물의 집에서 가졌던 모임에서의 녹취록 등, 일명 '사선 기록' 혹은 '아르헨티나 기록' 등을 토대로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묘사한 아이히만에 대해서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관찰한 아이히만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명령에만 기계적으로 충실한, 그저 국가라는 커다란 기계의 톱니바퀴에 불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며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했지만, 슈탕네트씨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출간 이후에 발견되고 공개된 아이히만의 행적과 언행들, 기록들을 토대로 아이히만이 실제로는 아주 적극적인 사유 능력과 언어 능력을 가지고 유대인 말살 정책, 즉 홀로코스트를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으로 주도하고 이끈 인물이며, 또한 패전 이후에 아르헨티나로 도주하는 과정에서도 주도면밀하고 치밀하게 자신의 소재에 대한 추적을 능숙하게 따돌렸고, 또한 아르헨티나에서도 그저 평범한 자연인의 삶을 산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인종들보다 더 우월한 아리아인들,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위해 아주 질기게 나치 혁명을 준비했으며, 마지막으로 1960년에 납치된 이후에 예루살렘 법정에 섰을 때에도 얼마나 기막히게 연기와 속임수로 자신의 모습을 감췄는지를 이 책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악의 평범성' 이라는 개념은 그동안 오랜 철학적 논란의 주제가 되며 많은 사람들의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의 내란 정국에서 자기는 그저 시킨 대로만 했다고 둘러대는 여러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 생각나고 회자되기도 하죠.

하지만 슈탕네트씨의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이히만은 결코 기계적이고 수동적으로 관료적인 행정체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만을 수행한 기계의 부속품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관료제를 뛰어넘어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으로, 때로는 창의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와 방식과 생각을 통해 유대인들의 말살을 주도했던 인물이라는 것이 후대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것처럼, 툭하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자기는 그저 시킨 대로만 했을 뿐이라는 사람들 또한 아직은 드러나지 않고 숨겨둔 전모와 전말들이 있다면 언젠가는 드러나게 될 것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처럼 기존에 정립된 유명한 개념이나 사실들에 대해서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과연 거짓과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사실들은 없는지 검증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옮긴이의 말처럼, '비범'하고 '비정상'적인 헌정 파괴자들의 사유 비밀과 행위 양식 및 사후 변명과 위선, 기만 논리를 밝히고 이해하는 데 이 책은 매우 유용할 것이기에, 비록 상당히 두껍지만(주석 제외 711페이지, 전체 862페이지) 내용 대부분이 아이히만과 관련 인물들의 행적과 이야기이기에 읽어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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