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안나 까레니나를 읽고
핑크연합

Lv.1 핑크연합 (221.♡.214.31)

2026년 1월 29일 AM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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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까레니나를 읽고 어떻게 에세이를 적을까 고심하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글을 써야겠다는 의도보다는 나름의 감상을 잘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야기가 방대해서 글로 적고나면, 오히려 적는 것이 적고 적지 않는 것이 많을 듯합니다. 담는 것보다 두는 것이 클 듯합니다. 


생각을 추려 글로 남겨보자면 이렇습니다.


1870년대 러시아를 살아가는 레빈, 안나, 스쩨빤... 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묘한 공기가 흐릅니다. 유럽을 닮았으나 유럽이 아니고, 자유주의를 흉내 내지만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느끼는 갈망과 갑갑함. 이것은 '변두리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중심(유럽)을 욕망하지만, 자신의 위치가 변두리임을 자각하는 자들의 몸부림이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습니다.


이미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으로 넘어간 프랑스(소설 '레 미제라블'의 시기인 1830년대), 월스트리트라는 자본의 중심이 형성된 미국(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1850년대)과 달리, 1870년대의 러시아는 여전히 귀족제와 농노제의 잔재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안나와 브론스끼가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새로운 시대를 목격하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와서 느꼈을 시대적 낙차는 꽤나 컸을 것입니다. 


기차를 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을 시작하지만, 결국 도돌이표처럼 제자리로 돌아와 생을 마감하는 모습은 안타깝고도 슬픕니다. 우리의 삶이 나선형으로 더 나은 앞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지만, 무책임과 방관, 무심함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등장 인물 중 특히 안나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눈과 귀를 막아버린 사람입니다. 그 불완전성조차 그녀의 일부이겠으나, 측은하기도 하고 노엽기도 합니다. 부와 미모, 교양과 사랑... 누구나 부러워할만큼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내면은 놀랍도록 텅 비어 있다니! 톨스토이가 여성의 심리 묘사에 그토록 치밀하지 않았다면, 그가 안나를 잘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입니다.


스쩨빤의 이기심과 대책없는 쾌락주의를 보며 ‘그래, 인간이란 이런 존재기도 하지’라고 씁쓸하게 끄덕이게 됩니다. 스스로 무해하다고 믿지만 실상은 주변을 병들게 하는 이런 이는 제정 러시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눈길은 레빈에게 머뭅니다. 그는 허수룩하고 볼품없지만, 농장의 농민들을 위해 진심으로 애씁니다. 어설프게나마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진지한 태도로 타인을 대합니다. 소작농에게도 교수에게도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때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라도, 그의 학습과 실천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 느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안나와 브론스끼만이 주인공처럼 환하게 보였고 장렬히 지는 꽃과 같았는데, 다시 읽으니 두루 여럿이 보입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독서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정답은 없지만, 걷고 싶은 길은 분명 보입니다. 좋은 책입니다.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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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광나라

    광나라 Lv.1

    03.06 · 106.♡.200.6

    이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핑크연합님 글 참고하면서 읽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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