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전쟁(5)
페이지 정보
본문
제5장 아마존의 부상
1995년 시애틀의 어느 차고에서 설립된 회사.
이렇게 보면 어떤 회사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도서 판매 시작. 최초의 성공적인 전자책 비즈니스 모델. 킨들. 오늘날 책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물품을 파는 곳.
이렇게 나열해 보면 어느 회사를 말하는지 다들 아실 겁니다. 바로 아마존 닷컴입니다. 현재의 아마존은 AWS에 의한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명실공히 세계 적인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들은 현재 그런 거대하고 전에 없이 재빠르고 영리한 기업과 사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출판사들의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과 경이로움은 어쩌면 결국 아마존에 대한 공포감으로 귀결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장은 아마존의 등장과 사업 방향과 성장. 그에 따른 영향력 증대에 따른 출판사들의 고초를 다루는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등장
아마존이 책 판매로 사업을 시작한 건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다른 물품들보다 비교적 유통 및 재고 관리등이 편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시 인터넷 사업 초기에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해 받아 본다는 건 매우 획기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존 출판사들은 처음에 이 작은 회사가 지금 처럼 커질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출판사 외에 그 누구도 알지 못했겠지만, 아마존은 이렇게 얻은 고객 데이터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가공해 갑니다. 이른바 빅데이터에 의한 비즈니스 전략을 세울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에서 돌이켜 보면 출판사들은 자신들이 독자들과 만날 접점을 아마존에게 빼앗기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기존 매체의 순위나 서평보다는 아마존의 독자 리뷰와 기획된 도서 상품을 보고 구입하는 형국입니다.
아마존의 전자책 서비스와 단말기인 킨들의 성공은 이런 바탕에서 봐야 할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세계의 많은 전자책 플랫폼들이 고전하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이런 고객 접점과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킨들의 탄생 배경에는 아이튠스 스토어가 있다고 합니다. 제프 베조스는 애플이 아이튠스로 음반 사업에 일련의 충격과 변화를 일으키는 걸 보고, 철저하게 벤치마킹 하고자 결심했다고 이 책은 서술합니다.
그래서, 초기 킨들에서 도서 가격이 9.99달라였던 이유도 아이튠스가 한 곡당 9.99센트를 받는 걸 그대로 답습했다고 하니, 아마존 임직원들이 얼마나 아이튠스를 숭배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아마존은 거대한 시장 지배력(도서 시장은 그 일부일뿐) 덕분에 현금 보유고도 굉장히 높은 회사였습니다. 비록 여전히 AWS 사업을 벌이기전 까지는 적자였지만(이 장의 마지막에 이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실 겁니다.), 매출 규모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습니다.
9.99 달라의 전자책을 판매할 때마다 아마존은 종이책 대비 3달라의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손해를 보고도 지속적인 판매를 강행한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책 가격은 9.99달라 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러한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세뇌되는게 완료되면, 이후로는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출판사를 쥐어 짜려는게 전략의 큰 얼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출판인들이 아마존을 ‘개-새끼’라고 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이마저도 출판사에게 떠넘기는 구조(예를 들어 1만원의 정가 도서를 할인해서 팔 경우 정가를 기준으로 공급가를 주는게 아니라, 할인된 가격에서 공급가를 주었습니다-할인가 7천이라면 7천원의 공급가 60%인 4,200원을 주는 식-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이니, 음… 말을 하기 참 난감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개-새끼보다 더한다라…-_-a)
이런 방법은 거대한 현금 투입을 할 수 있는 아마존만이 가능할 겁니다. 출판사들은 아마존의 이 파괴적인 행동에 충분히 공포심을 느꼈을 거라고 봅니다. 책에서는 우려와 걱정이라고 표현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건 공포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법무부의 개입
이런 가운데에 애플도 아이북스로 전자책 사업에 뛰어 듭니다. 앱과 마찬가지로 30%의 수수료만 받고, 출판사의 바람대로 가격 방어를 할수 있는 달콤한 조건을 가지고.
아마존의 경우 50%의 납품가를 받고, 이후 판매를 위한 가격 책정은 아마존 마음대로 결정하는 구조였습니다. 이것을 훌세일 모델이라고 미국에서는 부르는 모양입니다. 실제적인 가격 책정권이 출판사가 아닌 아마존에게 있던게 기존모델인 셈이지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판매자인 아마존의 가격 책정(주로 할인)에 따라, 신간과 구간의 판매 위축과 영업 이익에 영향을 받는 모델입니다.
그에 반해 애플이 제시한 애이전시 모델은 출판사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한 판매 모델이었습니다. 당연히 가격 방어를 위한 출판사들에게는 환영을 받았겠지만, 여기에 법무부가 독점법으로 제지를 겁니다.
전자책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오랜 기간 들어 왔던 애플과 5대 출판사들에 대한 반독점 기업법 재판이 바로 이것입니다.
법무부는 애플과 출판사들이 가격을 담합해서 소비자인 독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입장으로 이 사안을 다루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관점의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시각에서 본다면 기존 출판사들의 납품가를 쥐어 짜는 시장 우위적인 아마존이 반독점법이나 공정 거래법 위반이 아닐까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설명되는 사안을 보면, 미국의 반독점법은 철저하게 소비자를 중심으로 적용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도서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방해했다고 본 것입니다. 미국 출판사들 역시 앞선 우리의 시각처럼 아마존의 독점적인 위치에 대해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아직 아마존이 시장 독점적인 위치로 출판사의 이익을 침해할 정도로 크지는 않다고 판결을 내립니다.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아마존측의 로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 법정 공방이 소매 판매용 전자책 시장 부분을 기준으로 봤다고 말합니다. 킨들 언리미티드나 인쇄본 책들에 대한 시정 장악력은 법적 판단에서 논외로 되었다는 점입니다.
과연 판사가 기계적인 가치 판단으로 이 부분을 간과했을까요?
아셰트 출판사와 아마존의 대치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이 극한에 다다랐을때 벌어진 게 아마 아셰트 출판사와의 충돌이었을 겁니다.
아셰트에게 불리한 새로운 계약 조항을 아마존이 내밀었을때, 아셰트는 거부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시장 지배력이 큰 업체였으니, 함부로 의사를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대신, 새 계약을 하지 않으면, 자동 갱신된다는 기존 계약을 토대로 답변 대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갑니다. 소극적이지만 나름대로 반항을 한 모양세였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그걸 두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고객들이 아세트 출판사의 신간 도서들을 프리 오더하지 못하게 하거나, 여러 프로모션에서 빼기, 심지어는 배송까지 지연시키는 짓을 저지릅니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에서도 있었습니다. 모 인터넷 서점과 출판사간의 공급가 협의가 무산되자, 해당 출판사의 책들이 서점내에서 검색이 안되게 한 사태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플랫폼/서점이 출판사를 포함해 상품 공급자를 길들이려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작가들이 분쟁에 가세합니다. 기존 출판사에서 도서를 내던 작가들이 아마존의 아셰트에 대한 제재를 비판하고 나섭니다. 당연히 출간 도서들의 판매에 따른 자신들의 인세 문제가 걸려 있으니까요. 그에 반대 급부로, 자가 출판 진영의 작가들은 아마존을 옹호하면서 맞섭니다.
자가 출판 작가들이 이러한 태도를 가지게 된 이유는 KDP(Kindle direct pubslihing)의 수익 모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조건들이 있지만, 조건에 따라서는 로열티 70%를 받을 수 있고, 출판사의 간섭없이(하지만, 마케팅이나 편집 조력도 없습니다.) 2.99에서 9.99 달라 까지 가격도 자유롭게 도서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사업 모델은 앞서 출판사들이 시도하려고 했던 에이전시 수익 모델과 거의 똑같습니다. 아마존측에서 제기했던 불공정 거래적인 모델을 자사의 사업 모델에 접목시킨 것입니다. 이 장의 마지막을 보면 우리는 한국과 유사한 정책으로 끝을 맺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이런 저런 다툼 끝에 결국 아셰트는 너덜너덜 했지만 전자책 판매를 위한 에이전시 모델 유지 권리를 얻어 냅니다. 그리고, 아마존에 대한 평판을 떨어트리는데 한 몫을 했다는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 겁니다.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
이처럼 한 대형 출판사를 굴복시킬 수 있는 아마존의 위력에 많은 회사들이 우려를 표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출판 외적인 인사들에 의해 반 독점법의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지배적인 시장 영햑력을 얻은 다음에 아마존이 간 길을 한 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과연 소비자 중심적인(싼 물건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물론 공급자를 쥐어 짜는 건 별개로) 기업인지 말이지요.
불안한 휴전
앞서 KDP가 에이전시 모델의 판박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련의 분쟁을 겪고 이제 아마존은 전자책의 9.99달라 정책을 고수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주와 투자자들에 의한 영업이익 개선에 대한 압박입니다. 주주들은 이제 3달씩 손해 보면서 파는 걸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합니다. 그리고, 이미 전자책 시장 점유율이 60%대인 아마존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출혈 경쟁으로 넘어설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은 선심 쓰듯이 출판사에게 에이전시 모델을 어느정도 허용하고 있고, 더 이상 기존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전자책에 할인율을 크게 적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KDP를 통해 유입된 자가 출판 작가들의 도서들이 상대적인 가격 할인율(최대 책정 가격이 9.99달라이므로)처럼 보이게끔 노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킨들 언리미티드까지 끼얹으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9.99 달라 이하의 싼 책들이 사방에 널려 있는 것처럼 보이까지 합니다.
한국을 기준으로 해서 본다면 알라딘의 중고서점이 KDP와 언리미티드를 대신해 책 가격 할인과 같은 효과를 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업적인 면에서 꽤 영리한 스탠스라고도 봅니다. 한쪽에는 저가의 물건을 내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느 정도 퀄러티와 가격이 지켜지는 다양한 상품 진열장을 가진 셈입니다. 다만, 저는 이 과정에서 아마존이 독자라는 소비자들을 이용했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판사들에게 가격 하락을 종용키 위해 독자들에게 9.99달라라는 이미지를 심고, 이를 이용해 가격 압박을 시도했던게 아닐지. 이어서, KDP를 이용하는 작가들의 가격 한계를 9.99로 막은 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완성된 다음에는 보란듯이 할인율을 줄이고, 출판사들에게 에이전시 모델을 허락해 줬습니다.
물론, 이 일련의 사건 사고의 핵심은 결국 돈입니다. 각자의 수익을 둘러싸고 벌인 공방 끝에 그들은 불안하지만 서로에게 불가침적인 조약을 맺은 셈이니까요.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서로의 매출과 영업 이익을 위해 가격 방어를 확실히 하자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미국 법무부는 아직 독과점이나 담합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제가 로비 의혹을 두는 이유입니다.)
서점과 출판사가 담합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도 이렇게 출판사와 서점이 가격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아예 법으로 있지요. 우리는 그것을 도서 정가제라고 부릅니다.
레드엔젤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광나라님의 댓글
레드엔젤님의 소중한 글이 잘 안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