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전쟁(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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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드엔젤 118.♡.112.3
작성일 2024.06.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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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오래된 매체, 새로운 매체

이제까지 총 11장의 통해 여러 디지털 매체와 플랫폼에서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습니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과연 기존 출판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들어 있습니다.

디지털은 분명 인류에게 콘텐츠에 대한 생산과 접근을 더 쉽게해 준 고마운 도구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자칫 이를 통한 콘텐츠의 가치 하락과 이를 창작한 저자들의 노동력 착취 등에 대한 어두운 부분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장의 결론은 전통적인 출판사 계 사람으로서 내리는 온고지신을 하자는 반복적인 구호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6년여 간의 시간 동안 기술 기업과 출판계를 오가며 쌓은 인터뷰와 조사 자료. 그로 인한 인사이트가 내린 결론은 조금 더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구호가 사실은 가장 실천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창조 산업에서의 디지털 파괴

디지털로의 전환은 기존 산업과 시장에 여러가지 파괴적인 혁신을 보여왔습니다. 혁신이라는 후자에 대해서 환호를 보낼수도 있겠지만, 기존 산업 군이나 기존 방법으로 남아 있던 소위 올드 스쿨 종사자들은 큰 고통을 느꼈던게 이제까지의 전례였습니다.

영상 산업이 그랬고, mp3에 의한 음반 산업들이 그랬습니다. 그렇기에 201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출판계는 전자책(특히 아마존 킨들)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9.99 달라로 판매되는 전자책은 그보다 비싼 하드커버 종이책 시장을 갉아 먹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시기에 아직 정립되지 않은 출판권 계약으로(앞선 3장에서 살펴 봤듯이)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책 시장은 건재합니다. 전자책은 일단 진격을 멈췄고(영미권 기준), 오디오북도 성장세가 언제 꺽일지 모릅니다.

이 장에서 저자는 그 이유를 천천히 짚어 나갑니다.

출판계는 운좋게도 앞선 매체 산업을 보고 준비할 시간이 좀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5장에서 언급된 독점에 따른 법정 분쟁등을 거치면서, 현재의 대행 모델(출판사가 가격을 설정하는)로의 정착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러한 가격 방어 장치(한국에서는 도서 정가제)는 이후 설명할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한 편으로는 음반이나 영상 산업, 또 기술 기업들의 시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라는 특성도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계륵과 같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이 곳곳에 놓여진 시장이라는 특성도 아직 종이책과 출판계에게는 유리했습니다.

그 외에도 음반 매체와 달리 책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기 때문에 쉽게 나눠지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음원처럼 각각의 노래 단위로 분리해서 판매하는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여전이 종이책이 굳건하게 버텼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러나, 이 책이 집필되는 2020년의 저 건너편 한국이라는 나라는 웹소설을 통해 회차라는 솔루션으로 이 분리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웹소설과 기존 단행본 도서. 그리고, 그 출판사들간의 다른 모습들은 숱하게 많지만, 이러한 분리성 혹은 각 챕터간의 독립적인 상품으로서의 가능성도 있다는 걸 좀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장에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전자책이 출판사에 기여하는 영업 이익 향상일 것 같습니다. 사이먼 앤 슈스터의 자료를 기준으로 제시하는데, 2009년 6.2%(출판업은 영업이익이 매우 낮습니다.)였던 것이 2018년에 17.4%로 증가했습니다.

이 출판사의 경우는 매출의 25%를 전자책 및 오디오북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직 오디오북 종수가 전자책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걸 감안한다면, 전자책이 영업이익 개선에 꽤 기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자책 매출 성장이 정체되었어도 여저히 출판사들이 전자책을 내는 건 이런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최근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종이값과 제작비용 때문에 디지털 제품에 의한 영업이익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그것이 전자책이든 오디오북이든 아직 나오지 않은 무엇이든)

출판계의 총 매출은 영미권도 그렇지만 정체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영업 이익 개선쪽으로 전략이 갈 텐데요. 이를 위해서는 전자책을 시작으로 한 디지털 포맷 제품들의 라인업이 정말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데이터의 힘

이 절에서 저자는 데이터의 힘이 가지는 막강한 가능성과 현실 지배적인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는 것처럼 구글이나 페이스북(이제는 메타)등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축적한 개인 정보를 통해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책에서 시종일관 두렵게 묘사되는 아마존도 사실은 이 데이터 기반 테크 기업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사실 콘텐츠의 가치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싸고 많게 빠르게 콘텐츠를 구매해서 고객들에게 선보이기를 바랍니다.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고객들이 내놓는 개인 정보와 이를 통한 기업간 거래(주로 광고)인데 반해, 출판사와 작가들 입장에서는 유일한 판매 수단인 콘텐츠의 가치 하락에 대해 충돌하게 됩니다. 이 책의 제목인 도서 전쟁은 바로 이 각 사간의 비즈니스적인 시각 차이와 입장에서 발행하게 된 것입니다.

1차적인 소비자들은 아마존과 같은 테크 기업들을 환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착취는 출판사들에게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 역시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개인 정보를 갈취 당하고, 기업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이 책은 주장합니다.

후기를 보면 저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이런 테크 기업들이 얼마나 자신들이 하는 일에 비밀을 엄격하게 지키는지 서술합니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인터뷰 진행 자체가 매우 지난하고 힘들었을 정도로 진행했다고 회고합니다.

과연 이 막대한 힘이 앞으로 어떻게 발휘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현재, EU를 중심으로 이러한 거대 기업들에게 개인정보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우려가 이 절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출판계에서는 두려움 뿐만 아니라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데이터의 시대이고 그것이 힘이되는 시대에 과연 출판사는 어떻게 이 부분을 개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합니다.


콘텐츠 육성, 문화 착취

앞서 절의 반복이 될 수도 있는 절입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저자가 후반부에 꽤 방어적(출판계의 입장에서)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지난 6년간의 전자책 독점에 따른 법정 공방, 아마존에 의한 아셰트 출판사 책들의 판매 중지 횡포, 잠깐 동안 반짝이다가 사라진 전자책 출판 스타트업들을 관찰해 왔습니다. 그 많은 사건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봐 오고, 직접 그 관련자들을 찾아 인터뷰를 했다는 점을 감안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학자로서의 저자는 그 간의 여러 자료들을 통해서 이렇게 생각이 결정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전까지 진행된 장들에서는 어디까지나 제3자적인 관찰자 위치에서 서술되었습니다. 이제 결론으로 다가가는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의 생각이 점점 보이는 것은 아마 제 느낌만이 아닐 겁니다.


디지털 시대의 출판

온고지신 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저자는 현재 단행본 출판사의 핵심 기능을 크게 네 가지로 보고, 이를 각각 나누어 출판사들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첫 번째 콘텐츠 창작과 큐레이션. 출판사는 저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통해 도서라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게이트 키퍼 혹은 필터로서 시장에 적합한 도서 여부를 판정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많은 독자들이 비평가이며, 편집 의견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앞선 장에서 언급된 왓패드와 여러 자가 출판에서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물론, 이러한 것을 모두 받아 들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간 독자와 너무 단절된 채로 출판사의 창작과 큐레이션 역할이 진행된게 아닌가 라는 의문을 저자는 제시합니다.

두 번째 재정 투자와 위험 부담자. 기존 단행본 출판사에서 보통 저자 인세가 정가의 10% 내외인 것은 유통, 인쇄, 재고 관리, 편집, 디자인 등의 출판사가 지고 가는 선투자 부분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남는 이익을 반반씩 나눈 게 전체 도서 정가의 10%라는게 기존 종이책 시장의 모델이었습니다.

웹소설과 자가 출판에서는 이러한 출판사의 역할이 꽤 줄어 듭니다. 상당부분 저자가 해야 되기에 매출에 따른 인세 비율이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어느 것이 더 낫다 정답이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 단행본 출판사가 가지는 장점중 하나는 바로 저 재정 투자의 위험을 짊어진다는 점입니다. 기존 단행본 출판사는 이러한 위험 요소이자 자가 출판이나 웹출판과 다른 장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웹소설과 자가출판을 하는 저자가 잘 터지면 높은 인세율 때문에, 전통적인 단행본 출판 계약때보다 꽤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지속성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답해야 하는게 기존 단행본 출판사의 역할이라고 이 책에서 이야기 합니다.

셋째 생산과 디자인. 이 부분은 외주(외국도 그렇고 한국도 조판과 디자인을 외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가 주로 진행되는 부분이라서 간과되기 싶지만, 출판사내 조율 및 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 출판사는 기존 종이책에 더붙여서 전자책, 오디오북, 기타 여러 형태의 어플리케이션등을 진두 지휘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개인적으로 출판사내 전자책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역할에 대해 다시 읽어 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넷쩨 홍보와 보급 그 어느 때보다 출판사의 역할이 커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출판계 영업은 서점이라는 기업을 상대한 측면이 컸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독자들은 더 이상 저 너머에 있는 상상의 존재들이 아닙니다.

첫 번째 출판사 역할인 큐레이션과 창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업과 마케팅 측면에서 전에 없이 많은 독자들과의 접점을 가질 기회가 바로 이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독자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다

영미권 출판사들은 왜 아마존을 두려워 할까요? 왜 한국의 출판사들은 교보문고와 예스 24를 두려워 할까요?

단순히 유통망의 절반 가까이를 가진 큰 업체들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또한, 그 취향 역시 각각의 개인마다 세분화 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더 이상 일부 페르소나를 적용해서 독자를 상정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이 절에서 인터뷰하는 출판인들은 자신들이 놓친 부분이 바로 여기라고 짚어 줍니다. 서점과 거대 유통사에 빠앗긴 독자와의 접점을 이룰 방식을 하루 빨리 개발하고 찾아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책

저자는 미래의 책의 향방에 관해 말을 아낍니다. 당연합니다.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미래 예언가들이 종이책의 종말을 주장했습니까? 또한, 전자책의 정체를 보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자책의 영아 사망을 입에 담았는지 모릅니다.

음반 시장과 달리 전자책으로 완전히 전환되지 못한 것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아직 인간의 생활 양식과 오랜 기간동안 축적된 종이책의 완결성(제작이든 저작이든 유통이든)에 대한 익숙함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익숙함이 지나서 희석되거나, 세대가 바뀌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누구도 이에 대해서 쉽게 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책을 읽고 느낀 점

출판 산업은 의외로 꽤 굳건하게 디지털의 파도를 버티고 이제 그 흐름에 몸을 싣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최근 코로나 시대 이후 종이책은 전에 없는 위기를 맞이하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종사하는 전자책이나 기타 디지털 포맷들이 부디 이 위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이것이 전자책으로의 전환의 기회 혹은 격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지속적으로 말했듯이, 출판사가 해야 될 일은 여전히 잠재력이 높은 저자를 발굴하고 책을 잘 만들어 파는 것일 겁니다. 디지털 포맷은 그런 가능성 높은 저자들과 편집자, 디자이너들에게 또 다른 여행지로 갈 수 있는 배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4년 추가 코멘트 : Hello, New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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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포도포도왕포도님의 댓글

작성자 포도포도왕포도 (208.♡.104.184)
작성일 06.19 19:57
최근엔 전자책만 읽었는데, 전자책을 소재로 하는 책의 서평 덕분에 오랜만에 종이책을 사게 되었네영... 관심있는 주제인데, 선생님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되었네용. 감사합니당.

레드엔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레드엔젤 (59.♡.172.127)
작성일 06.19 22:20
@포도포도왕포도님에게 답글 말씀 감사합니다.^^ 구입하신 책과 즐거운 시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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