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엄마 목소리
해바라기

Lv.1 해바라기 (117.♡.5.33)

2024년 8월 21일 PM 03:16 · 수정됨(08. 22. 11:42)

조회 301 공감 0


늦은 토요일 오후 유붕이 자원방래해서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을 돌아 보고

생선회 아구찜 수제맥주집 순으로

모처럼 술과 식사자리가 이어 졌다.


오후 4시에 만나서 22:10분 대구행

KTX를 탈때까지 계획하지도 않은 짧은

일정이었지만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기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급번개로 성사된지라 가까운 코스로

움직였고 무더운 날씨탓에 최대한

시원한 지하도와 그늘로 다녔다.


횟집은 너무 일찍 도착해서 오픈까지

40분의 여유가 있어서 깡통시장을

한바퀴 구경하고 5분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5팀이 앉아 있었다.


역시 소문난 집이라 그런지 손님은

한시간이 되지 않아서 15테이블이

만석이 되었다.

몇 가지의 기본 안주도 괜찮았고

메인 모둠회는 숙성이 잘 된

광어와 연어 우럭이 두툼하고

정갈하게 담아져 나왔다.

4.9짜리 모둠회의 맛과 양이 기대이상이다.


옆 테이블에 내눈에는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앳된 친구들이 자리를

잡았고 여지 없이 민증검사를 했는데

모두 패스!

우리 셋이 빙그레 웃다가 철수(가명)와

나는 영희(가명)를 쳐다 봤다.

32살에도 민증 검사를 했던 영희도

이제는 환갑을 바라 보는 나이가 되었다.


소맥을 몇 잔 돌리다 보니 적당히

기분도 좋고 요기도 되어서 배도 꺼뜨릴

겸해서 파장시간이 되어 가는 자갈치시장을

한 바퀴 돌아 보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횟집 옆에 아구찜 집으로 들어 갔다.


테이블 4개가 놓여진 작은 노포 분위기의

가게인데 주방과 홀을 보시는 두 분만 보였다.

아뿔싸! 나이 지긋하고 후덕하신 사장님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면 곤란한데..


사실 아구찜을 먹으러 온 이유는 몇 년

전에 부산친구랑 우연히 이 가게에서

아구찜을 먹다가 주방에서 들려 오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깜짝 놀랄 만큼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오늘 같이 온 친구부부는 둘다 35년지기

대학 동기동창이다.

친구 아내인 영희는 어머님이 코로나

이전 해에 황망하게 소천하셔서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어머님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들려 오니 이 얼마나 기가 차고 놀랄 일인가!


오랜 세월 왕래하면서 자주 뵈었던 분이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경상도 사투리와

억양 뉘앙스까지 너무 똑 같았었기에

지나 가는 말로 한 번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 그래?“하면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 간적이 있었다.


지난 여름휴가때 대구 추억투어를

하고 다음날 아침 우리 동네에서 해장하고

커피마시고 헤어지며 가는 말로

”엄마목소리 한 번 들으러 와야지~“라고

 했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토요일은

사장님이 안나오신 단다.


자초지정을 주방을 보시는 분께 간단히

말씀드리고 앉아서 아구찜을 맛있게

먹고 있던 그때!

귀인처럼 사장님이 나타나셨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아휴~ 사장님 얼굴뵈러 왔는데

안계서서 서운해 하던 참이었다고.

왠지 일이 바쁠 것 같아서 나와 보셨단다.


두 친구는 생전에 어머님과 얼굴 생김새도

비슷해 보이고 특유의 억양과 같은 말투를

쓰시는 사장님을 보고 그렇게 신기해

할 수가 없었다.

계산을 하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사장님이

“엄마 목소리 듣고 싶으면 또와~“라고

하시는데 세 명이 동그래진 눈을 서로

쳐다 보며 놀란 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지금은 감정이 많이 정제되고

가라 앉아서 겠지만 옛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지 싶고 어떤 감정이 드는 지는

일부러 묻지 않았다.


디카페인 커피를 한 잔 사들고 광복동

끝자락에 있는 수제맥주집에서

라거 에일 각 자의 취향대로 한 잔씩

마시며 오늘의 무작정 여행의 총평을

나누고 지하철로 이동하여 부산역에서

친구부부를 배웅하고 귀가했다.


다음날인 일요일은 오후에 가볍게

등산을 하고 집에서 쉬었는데 저녁뉴스에

KTX탈선사고를 보고 어제 만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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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이런이런

    이런이런 Lv.1

    24.08.21 · 119.♡.37.219

    사장님이 츤데레시네요 아마도 소식듣고 쉬시다가 나오신듯하네요^^
    항상 수필같이 가을을 멍글몽글하게 만들어 주시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해바라기

    해바라기 Lv.1 → 이런이런 작성자

    24.08.21 · 125.♡.5.183

    기승전결이 완벽했던 주말이었습니다~
    본문에는 안나왔지만 무작위로 나눈
    로또 3장이 모두 꽝이어서 계속 열심히
    살기로 했습니다^^
  • 해봐라

    해봐라 Lv.1 → 해바라기

    24.08.21 · 211.♡.227.102

    지난 밤에 오랜만에
    선친이 꿈에 나와서, 같이 산에서 나무를 했습니다.
    로또를 샀는데, 열심히 살아야겠죠?! ㅎㅎ
  • 해바라기

    해바라기 Lv.1 → 해봐라 작성자

    24.08.21 · 125.♡.5.183

    나무를 한다는 것은 옷나무를
    베면 옷닭을 해먹고 건강해 지거나
    나전공예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일일 수도 있겠어요.
    집에 땔감이 부족하여
    콩죽이나 소죽을 끓이거나 아궁이에
    불을 땔 수도 있겠네요.
    부족함이 있어 채우거나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이니
    4일만 더 열심히 사시면 됩니다^^
    주문을 외워 봅시다.
    “오콩비마변”ㅎ
  • 해봐라

    해봐라 Lv.1 → 해바라기

    24.08.21 · 123.♡.164.178

    주문을 한번 외워보겠습니다.
    '오콩비마변' 아버지,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 이런이런

    이런이런 Lv.1 → 해바라기

    24.08.21 · 119.♡.37.219

    아구찜 집 나중에 한번 찾아가보려구요 혹시나 울 엄마랑도 비슷할까 기대를 하면서요^^
  • 해바라기

    해바라기 Lv.1 → 이런이런 작성자

    24.08.21 · 1.♡.199.237

    말하시는 속도가 약간 느린듯 하면서
    걸걸한 듯 아닌 듯 참 특이한 억양의
    말투입니다. 살면서 비슷한 분이 없었
    거든요. 굳이 비슷한 분을 찾으라면
    배우 김수미씨가 점잖게 말할때의 톤에
    약간 걸걸함을 가미한 경상도 말투라고
    하면 되겠네요.
  • 울버린

    울버린 Lv.1

    24.08.21 · 172.♡.52.239

    ㅜㅜ.
    점심 먹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배고파 지네요~ 책임지세요~ㅋ
  • 해바라기

    해바라기 Lv.1 → 울버린 작성자

    24.08.21 · 125.♡.5.183

    1년전에 예약주시면 같은 코스로
    모시겠습니다^^
  • 울버린

    울버린 Lv.1 → 해바라기

    24.08.21 · 172.♡.52.239

    1년이나요? 헐....ㅎㅎ
    저는 아구찜보다는 시장구경(각종 간식 먹거리)이랑, 밀면이 최고로 먹고 싶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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